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8-04-18 12:36

ㆍIP:

사월의 향기
사월의 향기 / 임정수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옷을 입기에 제일 어중간한 때가 아닐까 싶다.
긴 옷을 입으려니 덥고 그렇다고해서 짧은 티를 입으려니 남들 눈에 띄고...
그냥 내가 편한대로 입고 다니기로 했다.

더위를 잘 타는 내가 더위에 지쳐 반팔 티를 입고 다니는데 무엇이 잘못이랴.
긴옷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다닐 수는 없지 않는가.

개나리와 벚꽃이 활짝 피고 진 지도 오래되었고,
머지않아 불볕 더위에 지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겁이 난다.

비록 더위를 잘 타지만 겨울에도 추운 건 마찬가지이다.
다만, 남들보다 추위에 조금 더 강하다고나 할까.

언제나 겨울이 되면 차가운 얼음 계곡에서 발가벗고 목욕을 해야
온몸이 개운하고 정신이 번쩍드는게 살 맛이 나는데...

이제 여름이 돌아오는 길목에서 또다시 걱정을 해야만하는 내가 안타깝다.
여름은 정말 싫다.
어릴 적엔 안그랬는데, 이상 기온의 영향 때문인지 요즘은 유난히도 땀을 많이 흘린다.

내가 땀보라서 여름이 싫기도 하지만,
여름엔 말그대로 꼼짝달싹 하지도 못할만치 더워서 움직이는 것 조차도 고역인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을 싫어한다.

올여름은 다른 해보다도 더 빨리 찾아올 것만 같다.
그리고 기간도 더 길어질 것 같다.
얼른 여름이 지나가야 할텐데...

봄비가 자주 내리는 걸 보니 올해는 풍년이 들 해일 것이다.
하지만, 여름에 내려야할 비가 지금 다 내리는 건 아닌지...
어쩌면 장마철에 피해가 적도록 지금 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올해는 풍년이 들고 조금 덜 더웠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열려진 창틈으로 은은한 향기가 찾아든다.
무엇이지?
어떤 향기일까?
아니!
이건 분명 더덕 향기가 아닌가?

잠시 진한 더덕향에 취해본다.
5년 전에 산에서 캐어온 산더덕을 마당가에 심었더니
그게 어느새 싹이 올라와 어디까지 줄기를 뻗은채 나를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줄기가 저렇게 뻗어나오도록 무심했다니
나도 바쁘긴 바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으로 내려가 더덕 줄기를 쳐다보았다.
얼마전에 심은 봉숭아와 분꽃이 싹을 틔웠는지 파랗게 올라 온 게 보인다.
아직은 싹이 어려서 어떤 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머지않아 예쁘게 자란 꽃을 볼 수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마음이 들뜬다.

방으로 들어와 담구어놓은 건강주들을 살펴보았다.
돌복숭아주, 장뇌삼주, 칡주, 앵두주, 산딸기주, 더덕주, 도라지주, 영지버섯주,
어름주, 솔방울주, 녹용주, 매실주, 진달래주, 백년초주, 산초주...

그동안 수없이 산행을 다니면서 어렵게 구한 것들을
건강주로 담아서 진열해 놓았기에 틈틈이 살펴보곤 한다.

저마다 간직한 사연만큼이나 향기도 다르지만,
내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들이다.

바쁜 세상, 바쁘게만 뛰지말고 가끔은 주위도 돌아보며 살으라고
진한 더덕 향기가 나를 깨운다.

사월의 봄비 속에 촉촉히 스며드는 더덕 향기에 취한 오후

仁守/정용하: 일찌감치 해보시는 여름더위의 걱정,
더덕향기 이어지는 각종 술 이름들...
저는 술은 좋하하지 않는 편인데
여러가지 술 이름들을 보니 그래도 군침이 도네요
그리고 부지런하신 작가님의 일상이 엿보입니다
임정수 작가님의 글밭에서 삶의 의욕을 듬뿍 담아갑니다.
화창한 봄날 주말에 의미있는 추억 하나 꼭
만드셔서 술 담그시기를 빌어봅니다. -[04/18-16:45]-

임정수: 저도 술을 좋아하지는 않는답니다.

그래도 잘나가던 군대에서의 현역 시절엔
못마시는 술이지만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소주든 맥주든 박스째 껴안고 마셔야 직성이 풀리곤 했었는데...
한번 술, 담배를 끊으려고 작정을 했더니
그 이후론 술을 쳐다 보기도 싫고
담배는 냄새조차도 맡길 싫어지더군요.

술, 담배를 배울 때 잘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처음에 배울 때에 잘못 배운 것인지
아님, 정신없이 마시다 테이프가 끊겨 인사불성이 되어
큰 실수를 많이도 했었던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한번 끊을려고 작정하니 금새 끊을 수가 있겠더라고요.
-[04/18-21:11]-

임정수: 제가 술, 담배를 한 날, 한 시에 끊었는데요,
끊은 지가 벌써 십오년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술(건강주)을 담그는 것은
저의 취미이기에...
건강주를 많이 담구어서 필요할 때에
적절히 사용하려고 모으는 것이지요.
ㅎㅎㅎㅎㅎ

제겐 못하는 것 없이 골고루 잘 하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제 삶의 목표이기에 만능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기도 한답니다. -[04/18-21:21]-

임정수: 삶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면 살아가는 것 보다는
매사에 최선을 다한 삶,
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을 가꾸며 살아간다는 자세로
자신을 가꾸고 삶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멋지게 살아가면 재미있고 괜찮은 삶이라 생각해봅니다.

별로 실속은 없지만,
언제나 진실되고
열심히 땀흘리며 노력하는 사나이로 살아가려고 하거든요.
ㅎㅎㅎ

늘 고운 말씀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좋은 시간 되세요. *^.^* -[04/18-21:25]-

최 평균: 많은 건강주 중에서 마셔본것도 꽤 되는군요.
일전에 작가님이 주신 더덕주는 몇년 더 익히려
제 집에 고이 모셔 두고 있답니다.
저도 다음달에는 춘천을 가서 오디를 따다가 술을 담궈야 할텐데.......
목련주는 결국 담구지 못하고 시기를 보냈고.
작가님은 술을 안하시면서 술을 귀하게 보관하시니......ㅎㅎㅎ
저도 몸에 열이 많아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지만 그런대로
참고 견딜수 있더군요.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름을 맞이 하시길....... -[04/28-21:55]-

임정수: 더덕주가 남아 있었군요.
ㅎㅎㅎ

가끔은 제가 지금껏 담궈놓은 술을 정리하면서
차근차근 둘러보곤 하는데요,
술을 담그는 재료가 귀하기 때문에
훗날 구경조차도 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단 생각으로
틈틈이 술을 담궈놓으려고 합니다.

요즘 안하시던 일을 하시느라 무척 고생이 많으실텐데
얼른 정착을 해야 작가님을 모시고
담궈놓은 술을 대접해드릴텐데요...
ㅎㅎㅎ -[04/29-13:27]-

티코 아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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