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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2-02-10 13:31
ㆍIP: 58.xxx.46
이혼녀
이혼녀 / 임정수





그녀는 이혼녀다.
유난히도 유부남을 좋아한 탓에 이혼을 하고 만 것이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꼬박꼬박 퇴근하여
온몸 구석구석 간지러운 곳이 있다면 시원스레 긁어주는
그녀만의 전용(?)이 따로 있음에도 다른 남자를 만나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제눈에 안경이란 말은 이럴때에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겠지만...
아참,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표현이 맞겠구나...ㅎㅎ

언젠가 채팅방의 띠방에서 만난 그녀는 성격도 좋고...
쭉 빠진 미인이어서 사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도 만족할줄 모르는 듯 했다.

어쩌면 그렇게 과한 욕심으로 인해 가정이 깨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나 역시 그녀를 몇 번 만나고 그만 홀딱 반하여
혹시라도 그녀가 이혼하면 지금의 내 마음을 꼭 고백하리라 다짐했었는데...

유별나게도 유부남을 좋아하던 그녀는 결국 이혼하여
그남자가 사는 동네로 방을 얻어 가버렸다.

그남자...
직업은 대리운전기사이며 마누라와는 잠자리가 시원찮은 모양이었다.

뭐, 남의 가정사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 필요가 없어 그 남자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 남자보다도 그를 잊지못해 그동네로 방을 얻어 이사를 가버린 그녀가 더 이해되질 않았다.

아뭏든 그남자도 알고보면 대단한 남자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낮에는 마누라하고 같이 뒹굴고 밤엔 그녀와 둘이서 오붓하게 즐길 수 있으니
역시 정력이 세긴 센 모양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남들은 모르는 다른 뭔가가 있는지도...

그녀가 이삿짐을 정리할 때에 도와달라고 하여 간 적이 있는데,
이삿짐 정리를 다하고 잠시 앉아 쉬면서 그녀에게 진지하게 내마음을 고백하였다.

그런데, 그녀의 반응이 의외였다.
내말은 안중에도 없는 그녀...

그렇다.
이미 마음은 딴 곳에 가있기 때문에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들릴 리가 없었던 것이다.

때맞춰 유부남인 그남자가 늦었다며 들어오니 그녀의 눈빛부터가 달라진다.
역시...

가만히 보니...
친구로써 부담없이 몇 번 만나다 시선이 오가고...
그렇게 배를 맞추다보니 그만 정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단순히 바람이 났다거나, 그동안 바라던 이상형인 남자...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고 아끼며 사랑해줄줄 아는 남자를 만나서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저 유부남이란 단어에 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겉모양은 그렇게 안생겼는데...
내가 좋아할땐 전혀 몰랐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그다지 미인은 아니다.

확실히 콩깍지가 씌면 안된다니까...

그녀를 만난지도 벌써 8년 쯤 되는 것 같다.
그날 그일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니까...

이젠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금도 궁금하지 않다.

내가 좋아서 정을 줄땐 남달라도,
한번 내게서 멀어진 사람은 두 번 다시는 생각질 않기 때문에 티끌만한 미련도 아깝다.

다만, 내가 살아온 추억을 돌이켜보니
내주위에도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가는 이혼녀가 있다는 걸 떠올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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