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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9-11-17 15:06
ㆍIP: 58.xxx.160
깨우침
깨우침 / 임정수





나는 지금도 공부를 계속 하고있다.
무언가 응어리진 것처럼
꽉 막인 듯 답답함이 엄습해올 때면
마음이 가는 곳으로 기(氣) 운영을 떠나기도 한다.

산세가 아름다운 산 속
세찬 폭포가 웅장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곳에서
잠들어 있는 자아를 일깨우며 한겹 한겹 '나'를 벗겨내었다.

이름모를 새들이 날아와
나를 위해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들의 노랫소리만 있고
폭포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처음엔 폭포 소리에 묻혀
새들의 노래소리가 갈라져서
한 곳으로 모을 수가 없었다.

새들이 노래하면 그 소리가 낙수에 섞였고
더욱 큰소리로 노래하면
폭포 위를 지나는 구름 사이로 숨어버렸다.

문득,
어느 이름모를 명창의 소리 공부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한 곳만 집중해서 파면 어떠한 철옹성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외곬으로 빠지기도 쉽다.
메아리로 되돌아 오지 못하는 허공은
철옹성보다 더 뚫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허공은 소리를 붙잡아 주질 못한다.
여기저기로 소리가 새고 오간데 없이 막막하여
영영 돌아올 수가 없을 것만 같다.

명창은 귀를 멍멍하게 하는 폭포 앞에 서서
그 뚫을 수 없는 소리의 벽과 싸웠고
툭 터진 허공과 싸웠다.

소리와의 싸움은 소리로 이길 수가 있지만
허공과의 싸움은 그렇지가 않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끊임없는 노력과 부단한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목청이 터지는 아픔을 견뎌내며
소리의 끝을 칼끝 같이 날카롭게 갈아야만
폭포의 소리를 뚫을 수 있다.

하지만 허공에다 휘두르는 칼은 괜시리 팔만 아플 뿐이다.

한 지점으로 소리를 모으는 집중력만이
갈라지고 터지기만 하던 소리가
마침내 회오리 바람에도 흔들림없이
쭉쭉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찬 폭포 앞에서 노래부르는
저 새들이 어쩌면 나의 스승이 아닐까.

분명 폭포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을 것만 같은 노래를
자꾸만 들려주는 이유는
'나'를 일깨우기 위함이리라.

지금껏 나의 공부는 어떠했는가?
이것저것 욕심 사납게 벌여놓기만 하고,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그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그것이 나는 늘 부끄럽다.
새들이 지저귀는 노래소리만도 못한 나의 공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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