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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감문주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감문주
ㆍ작성일 2006-06-02 13:44
ㆍIP:
꼭 필요한 준비 점검

꼭 필요한 준비 점검
감문주/ 글  

우리 집 안에서는 재래식 화장실을 선호하는 까닭이 있다. 여러 세대가 한울타리 안에 살아가는 이유도 있지만, 남자 손님들은 바깥 화장실을 찾는다. 담배도 한 대 피우시고 맘대로 끙끙 거리면서 큰방구와 함께  볼일을 보아도 자유롭다고 했다. 셋방살이하는 댁에서도 손님이 오면 외부 화장실을 선호 한다고 했다. 주인과 방문객 사이가 편안하다고 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아이들이 사용하고 난 노트와 신문지를 작은 사각으로  잘라서 못으로 구멍을 내어 화장실 안쪽 문 옆에 걸어두었다.   볼일 보려 갈 때는 화장지를 두루마리 통째로 가져가서 사용하고 도로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식구들 중에서 막내가 그렇게 했었다. 한번 화장실에 입장한 화장지는 도로 갔다 두고 오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옛날 시골에서는 벼 짚을 한 단 쿵쿵 부드럽게 두들겨 화장실에 거꾸로 세워두고 항문 닦는 것으로 사용하고서는 변기통에 넣었다. 그러면 벼 짚이 분뇨에 함께 삭아서  논밭으로 퍼다 뿌리면 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하나 오염 될 것도 없이 재활용 이였다. 도회지에서는 신문지로 사용하고 봉지에 따로 받아서  미화원이 수거 해 가면 소각장에서 태워 그 재는 국유 묘목 장에 거름으로 사용했다. 그 옛날 50년 전에 이야기지만, 요즘은 시골이나 도회지나 부드럽고 고운 화장지로 사용하고 있다. 폐지 신문을 읍면사무소에  갖다 주면 재생 화장지를 주는데 품질이 영 아니라면서 사용하지 않는다. 시골에서도 화장실용 화장지를  품평 하는 시대라 하겠다.

1999. 12월  별안간 아랫배 통증으로 병원에 갔더니 자궁 근종 이라 하여 절개수술을 하고 회복이 덜된 상태로 퇴원하여 집에 와서  재래식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볼 수가 없어서 별안간 어떻게 착안 한 것이 큰 화분 속에 요강단지를 집어넣고 큰 수건을 화분 둘레에 말아 올려놓고  볼일을 보란다.  그 이의 정성이 고마웠다. 그 다음날 당장 수세식 화장실 공사가 시작되었고, 공사작업 이틀 만에 우리 집 안방 옆 최신식 화장실이 생겼다.  
그 뒤로 신문지를 잘라서 재래식 화장실에 자주 갖다 놓았다. 혹시 지나가는 객들이 별안간 볼일이 생기면 맘대로 사용하라는 뜻과 화장지를 미처 준비 못한 사람을 위하여 비상용으로 준비 했다는 말을 식구들에게 틈틈이 일러주었다.

어느 친목회 날  비상용 화장지를 바깥 화장실에  그렇게 준비해두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들 깔깔 웃으면서 그중에 한 분의 실담을 들을 수가 있었다. 지난여름  길을 가다가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오더니 설사가 내리쏟아지러는데 높은 건물 화장실이라고 찾아 들어서는 곳마다 문이 잠겨있고 다급하기도 하여 눈에 보이는 3층 학원으로 날아가듯 뛰어 올라가서   화장실을 찾아서 볼일을 보았는데 그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없더란다, 가방 안을 아무리 뒤져도 종이  한 장 보이지 않으니 너무나 난처하여 남들이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통을 부러운 듯 바라보니 그 쓰레기통에는 한번 사용했던 화장지가 두껍게 둘둘 접힌 채 버려져 있기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행히 똥이 묻어 있지 않았다. 깨끗하여  자기도 모르게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면서 뉘신지 는 몰라도 버리고 가신 분에게 감사함을 기도드립니다.  눈물이 글썽한  눈을 깜박이며  침착하게 살그머니 주워서 그래도 한 번 더 접어서 뒤를 훔치고 나왔다고  하면서 필히 화장지 준비 점검을 하고 다녀야 한다. 하면서   나 더러 좋은 생각을 미리 하여 지나가는 나그네, 항문 닦는 것 까지 신경 써 주니 고맙다는 말을 흉 인가 ?  칭찬인가 알쏭달쏭하게 하여  여러 사람들이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모두가 한마디씩, 그런 처지를 경험했단다. 재래식 변소도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답니다.
누군가를 위하여 시내도로변에도 공동 화장실 정도는 설치되었으면  좋겠다.  공동화장실  에  화장지 정도는 미리 점검하여 걸어두는 것도 좋으리라. 생활 문화라는 것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고 편리하면서 위생적이어야 만 수준을 말 할 수 있겠다.지극히  개인적인 일에서 얻은 경험으로 주변 환경을 진척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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