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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감문주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감문주
ㆍ작성일 2006-06-01 15:47
ㆍIP:
잡초 꽃
잡초 꽃
감문주/ 글

봄이면 들이나 산에 흔히 피고 지는 들꽃이라는 잡초로서, 강물과 바다 물이 만나는 지역 하류 바닷물을 가두어 소금을 만드는 염전 근처에 살았다. 소금물 찌들은
개골창 언덕 베기에는 갈대들이 창 칼 빼어든 옛 장수들처럼 금방이라도 적진을 향해 돌진할 기세로 용맹스럽게 자랐다. 사계절 모진 바닷바람을 잘 견디기 위하여 그 나름대로 준비 태세를 갖추었나 보다.

잡초라는
잔디 풀 종류들도 특이하게 잎이 거칠고 털이 부숭부숭 어부들 종아리를 꼭 빼어 닮았다.
재첩조개와 방게를 잡으러 나왔던소년 소녀들이 강 언덕 베기에 퍼질러 앉았거나, 비스듬히 엎드려 살이 통통 오른 잔디 꽃 봉우리를 뽑아먹었다. 달콤하면서 부드럽고 입안에서 맴도는 쫄깃쫄깃한 육질의 감촉! 아이들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고요한 한나절 아이들의 가슴속에는 어떤 생각과 꿈을 꾸고 있었는지 간혹 한숨을 몰아쉬는 단발머리들, 까까머리 소년이 자기마음에 드는 소녀에게 삐삐를 (잔디 꽃 봉우리)한주먹 슬그머니 쥐여 주었다. “싫타 니나 묵어라”  “지랄하지 말고 받아 묵구라” 에롱에롱 누구는 에롱 ...좋다고
생 지랄이 하네

소금밭 위로 외나무 굴렁쇠를 타고 굴러가는 염전아비의 밀짚모자가 멋지다.
“소금은 우째 맨드라 지노? ”
“이 문디야. 짠물이 마르면 소금이 된다 카드라.”
“아이다 카이,” “그라몬 믄데?”
“바다 물을 햇볕에 오~래 말리다가 쪼라지면 가마솥에 끓여 달군다 카드라.”
“무슨 솥이 그래 크노? 내사 알다가도 모른데이.”
“니 가 모르면 강 건너 가보래이.”
“내가 와 가보노?”
“모르끼니 그렇제."
“ 갈 필요 없다이, 저어기 연기가 풍풍 안 나나?”
“ 아!!! 연기 난다. 저기 바닷물 삶는 기가?”
“그래, 이담에 소금 누룽지 얻어 묵으로 가자 ” “우리 인자 풀 알캥이 삐삐, 고만 빼 묵고 게 잡고 재첩이 잡자.”

四계절 속으로 누렁 코 흘린 소년이 제일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학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비포장 길에서 트럭이 지나가면서 튕긴 돌조각에 머리를 맞아 뇌진탕으로 사망했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듯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아이 자신들은 느끼고 있는지 모르는지, 들판에 돋아나는 잡초 들꽃처럼 표정이 없다.

곱디고운 명주실 풀려 나가듯이 슬슬  몇 차례 계절이 가고오고 잡초들은 저마다 색다른 꽃을 피우고 씨앗을 생산하며, 그 자리 그곳에 뿌리를 깊숙이 뻗어가며 오래오래 살아간다. 까치머리, 단발머리들은 교복을 입는 중학생이 되어 강둑에 배를 깔고 삐삐를 뽑아먹던 시절은 옛 추억으로 멀리 실타래 풀려나가듯이 달아났다.

지지리 못난아부지 옴마 생활고는 주렁주렁 흥부네 초가지붕 박처럼 둥실 덩실 집집마다 일곱 아홉 남매들이 매달려 나날이 벅차게 빨아먹어 바닥이 흔히 들어나 보였다.중학교도 못가는 아이들은 길고긴 하루를 쇠심줄처럼 질기게 보낸다고 했다. 남의집살이 갔던 탱자가 자기 할머니 무덤 앞에서 벼락쥐약을 마시고 엄청난 고통에 못 이겨 무덤 근처 잔디를 후벼 파고 쥐여 뜯으며 울부짖다  끝내 숨을 거두었다는 소문이다.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벌어 모은 그 아픈 식모 월급을 고향집으로 보냈는데 아버지가 노름판에 갖다버렸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 꽃다운 열여섯은 피를 토하고 말았다.


갈대꽃들은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풍부한 감정으로 슬픈 이야기를 듣고 부르르 온몸에 치를 떨어가며 흐느꼈다. 만선의 고깃배가 돌아오면 날개를 천둥 오리처럼 퍼덕거리며 기뻐한다. 물오르는 사춘기시절 아이들은 모두 갈대꽃 을 닮아간다. 키 낮은 잡초 꽃 이 아니라, 지하 터널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밝은 꿈을 꾸는 키 큰 갈대가 되여 저 멀리 넓은 바다를 동경했다.

우울한 그들은소설책으로 고통을 다스렸다. 읍내로 통학하는 친구들이 부지런히 빌리다 주고 빌리다 받는 면화 책 그리고 순정소설을 여럿이 밤새도록 읽었다. 매일 지루한 통학 열차 안에서 지지배배 이야기 꺼리를 작만 하는 부리노란 딱 다구리 새처럼, 스물 아래 순정은 꽃고무신 떠내려가듯 둥둥 아주멀리 떠내려갔다.

꽃 팬티 에 그려진 채송화보다 훨씬 어여쁜 내 얼굴에 주름살이 밀려오는 어느 날 초대장이 날아들었다.60년대 삼류 만화책에도 안 나올 촌스러운 이름, 옥돌이의 명령이다.

옥돌이 돌잔치다! 문 디 가서나, 머서 마  들아 다 모이 거라.”

어디론가 끝없이 풀려 나가버린 실 꾸러미를 아름아름 사려 되감으며 자꾸만 뒤돌아 보인다. 그 어느 타향 땅에 홀씨로 내려 앉아 억센잡초처럼 질긴 뿌리로 뻗어가면서 살고 있는가. 건강하고 억센 모양들의 웃음소리, 안개꽃 망울처럼 몽실몽실한 그들의 가슴 노래가 바람결을 타고 풍금 소리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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