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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복희
ㆍ작성일	2020-12-26 07:43

ㆍIP: 125.xxx.48

삶의 무게

산다는 것이 이다지도 고달픈 줄 미처 깨닫지 못하고 70 평생을 살았나 보다. 많은 사람이 60살은 되어야 산다는 의미를 제대로 느낀다는데 70이 된 나는 아직도 산다는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60살이 되면 아이들도 다 독립해 나가고 재산도 먹을 만큼 벌어 놨으니 그리 나부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란다. 그래서 ‘인간은 60부터’라는 데 그 말도 모든 사람에게 다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팔자가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어려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꼴머슴에 나무꾼 생활을 하면서 발버둥 치며 산 것 같다. 그리고 가난 속의 학창 시절은 제대로 공부 한 번 못해보고 부모님이나 친척들로부터 눈칫밥을 먹으며 책과 씨름하며 살았다. 직장도 없이 결혼한 신혼생활은 신혼의 맛보다 일자리 구하는 것이 급했으니 달콤한 신혼생활이 있을 리 없고 사랑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

어렵게 들어 온 직장에서 아무런 배경이 없는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몸뚱이 하나로 때워야 하니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게 열심히 노력하면서 성실하게 살 수밖에 더 있겠는가?

다행인 것은 나에게는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재산으로 촌놈이라는 근성이 있었나 보다. 촌놈의 근성은 끈질긴 인내와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우직함 과 정직은 물론 성실한 것이 아니겠는가?

남보다 일찍 출근하고 남보다 늦게까지 근무하며 내가 맞은 일에 충실했으니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아 승진도 하고 나름대로 자부심도 가지며 살았는데 그렇게 살기까지는 내 몸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분명히 하나인데 직장에서 남보다 근면 성실하게 살면 그만큼 가정에 대해서는 부실했다는 뜻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니 높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사회적 지위도 얻었고, 가정에서는 열심히 살아준 집사람 덕에 굶주리고 살지 않을 만큼 재산도 모았는데 아직도 생활을 고통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이 또한 팔자인 모양이다. 젊어서 착하고 곱던 집사람이 어느 날부터는 상사 중의 상사가 되어 버렸다.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 스스로 나 자신을 버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도 한다고 하는 데 내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 쉽게 지난 젊은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거 슬은 모양이니 그저 입을 닫고 벙어리 행세나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내 팔자인 모양이다. 무심코 한마디 던진 말이 모두 다 그에게는 상처가 된다는데 무슨 말을 하랴. 그저 입 다물고 혼자 산책이나 하며 내 몸이나 돌보면서 살아야지!

새끼들도 아비 편은 없고 모두 제 어미 편이니, 남자의 서글픔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몸은 고달팠어도 어린 시절 나무꾼 시절이나 하루에 6~7시간 수업을 하면서 보냈던 직장 생활할 때가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던 모양이다.

아마 나의 고된 삶은 나 스스로 만드는 듯하니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눈을 감아야 할 모양이다. 눈을 감을 때까지 얼마나 더 무거운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는지 한 번 버틸 데까지 버텨 봐야지. 어서 점심이나 해 먹고 새로운 힘을 비축하기 위하여 헬스장으로 뛰어가 구슬땀을 빼 봐야지.

늙은이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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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20	병문안을 다녀와서		김복희	2020-12-26

19	배려		김복희	2020-12-25

18	무관심		김복희	2020-12-25

17	몽당 빗자루		김복희	2020-12-25

16	딸아이		김복희	2020-12-25

15	담배 연기		김복희	2020-12-25

14	늙은이의 염려		김복희	2020-12-25

13	내눈에 비친 한국 정치사(1970~80)		김복희	2020-12-25

12	내눈에 비친 한국 정치사(1950~60대)		김복희	2020-12-25

11	눈 위의 그림자		김복희	2020-12-23

10	나이		김복희	2020-12-23

9	나만 간직한 행복		김복희	2020-12-23

8	꼴머슴의 애환		김복희	2020-12-23

7	고난과 근심		김복희	2020-12-23

6	꽃길		김복희	2020-09-19

5	좌우명		김복희	2020-09-19

4	두대바리와 멍청이 부부	3	김복희	2020-09-14

3	빈말	2	김복희	2020-09-08

2	뒤태	2	김복희	2020-09-07

1	환영합니다	2	poemmusic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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