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0-02-13 07:37

ㆍIP: 110.xxx.89

첫 하프 도전과 페이스메이커

첫 하프 도전과 페이스메이커

한영택

며칠 전부터 손꼽아온 기다림, 설렘이 살랑살랑 아카시아 향기가 되어 짙게 풍기고 신록이 짙어가는 싱그러운 날, 달리는 기분 또한 푸르다. 출전자 대부분이 회사단체 일반인으로 참가하였기에 정해진 시간의 속도로 달려주기만 하면 지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기에 페이스메이커는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경기장에 들어서 일행과 참가번호표를 받아 출전 준비를 마치니 곧바로 경기 시작을 알린다. 사흘 전에 연습을 좀 무리한 탓에 왼쪽 장딴지에 약간의 근육 결림이 있었지만 별로 개의치 않고 같이 뛰어야 하는 동료와 나란히 경기장을 달려 나간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아직은 제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듯 그냥 휩쓸려간다. 대구스타디움을 출발해 약 2km 지점에 서 갑자기 왼쪽 장딴지 하단부 근육 결림이 심하게 통증으로 아파진다. 예상치 않았던 일이기에 속으로 큰일이라며 고민에 빠졌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이렇게 되면 도저히 더는 못 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같이 뛰는 동료에게 못 뛸 것 같다 하니 조금 천천히 뛰어 보라고 권한다. 페이스메이커로 뛰어야 하기에 더는 말도 못 하겠고 난감한 상황이었다. 페이스만 바라보고 따라오는 사람도 있기에 억지로 아픈 다리를 가볍게 착지하는 데 신경 쓰며 달리기로 했다. 아~~~ 한쪽 다리 근육이 이렇게 고통으로 다가올 줄이야.

몸은 정확하다.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몸의 부조화는 다리가 무겁고, 가슴이 뻐근하고, 옆구리가 결리고, 다리나 종아리에 쥐가 나고, 내 맘도 내 맘이 아닌듯하다 하여 그만 포기할까? 마음도 여러 갈래로 교차한다. 이번 경기를 통해서 다시 나를 보는 순간이다. 경험이 부족하기에 내 몸도 고루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다. 몸이 좋으면 그냥 기분이 좋고 기운이 나는 것인데, 무작정 발을 내디디며 계속해서 뒤따라오는 사람을 봐가며 시간과 속도를 조절해 나가야 하는 이 순간이 어쩌면 나에게 다가온 순간적인 시련인지도 모르겠다.

5km 지점을 30분으로 통과한다. 거의 정확한 페이스다. 이제는 장딴지 근육의 통증도 조금씩 사라지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심장에 무리는 전혀 없지만 단지 다리가 좀 시원찮을 뿐이다. 점점 뛰는데 힘들다는 느낌은 없어진다. 경험자의 말로는 그런 경우가 꽤 있다는 거다. 감각 따로 속도 따로, 어쩌면 몸이 무리한 상태임에도 견뎌내는 힘, 최후의 수단으로 체내진통제가 많이 분비되는 상태인지? 하지만 무리한 기록에 연연한다면 그냥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10km 기록이 46분이라 하프는 1시간 40분으로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2시간 10분으로 맞추어 뛰면 되기에 한층 여유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뛰면서 이야기도 하고, 손짓도 하고, 뒤따라오는 사람과 발도 맞추면서, 즐기면서 달릴 수 있다는 것이 하프의 매력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10km 지점 통과시간이 1시간 1분 양호한 흐름이다. 페이스메이커를 줄기차게 따라오는 한 여성이 옆에 바짝 다가와 뛴다. 잘 뛴다고 말을 건네며 한참을 뛰다 보니 15km 지점을 통과하는데 700m 거리의 오르막이 있다. 힘이 달린 사람에겐 최고의 난코스라 같이 뛰던 여성은 점점 뒤처진다. 힘내라고 손짓을 해 보지만 더는 어려운 듯 반응이 없다. 걸어가는 사람도 보이지만 나는 오르막에 더 잘 뛴다. 20km 지점을 통과하니 2시간 3분이다. 거의 다 왔지만, 전혀 힘들지는 않았다. 마지막 트랙을 돌아 골인 지점에 도착하니 포토존이 연속으로 셔터를 누른다. 완주하기까지 총 2시간 9분 46초 첫 하프 도전 성공에다 이번 대회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잘 수행한 셈이다. 과연 제대로 뛸 수 있을까 염려도 했지만, 생각보다 덜 힘들고 뛰는 시간이 즐거웠기에 뿌듯한 하루가 된 듯하다.

나에게 위로하며 던지는 말, 대견하다. 다리 아픈 건 뒷전으로 가고 이젠 또 다른 욕심이 꿈틀거린다. 언젠가는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풀코스 아직 거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많은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10km 기록을 염두하고 뛰어 본 경험으로 미루어 확실히 연습한 만큼만 뛸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페이스를 잘 지켜야 지치지 않고 무난하게 완주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일이 그럴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제 페이스를 잘 지켜간다면 꼭 성공할 거라고 말이다. 이 또한 삶의 연장선에서 얻은 교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남일보 하프마라톤대회 (15.05.10)

전병일 2020-02-13 09:21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 하프완주 축하드립니다 참으로 대단하심니다 저도 아주 옛날 단축마라톤 5KM를 완주하는데도 힘이 버거워 했던 기억이 새록합니다 풀코스 완주를 기대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시간 되시고 건필하세요

신영애 2020-02-13 16:44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한영택작가님.. 하프마라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마라톤이야말로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누군가 했던말이 생각납니다. 무엇을 하든 끝까지 마무리 짓는게 중요하지만 특히나 마라톤은 더 그러한듯 합니다. 작가님의 풀코스 완주를 기대합니다. 건강하세요~

장선희 2020-02-14 15:37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와아~하프 마라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시네요~부럽습니다 그렇게 건강도 챙기시고 뛰는 순간 스트레스 해소도 될 것 같네요 저도 달리기 도전도 하고 마라톤도 했던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됨이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현실에 감사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김상화 2020-02-15 08:18	먼저 하프마라톤을 무사히 성공함을 축하합니다. 한영택 작가님 좋은 아침입니다. 봄기운이 싹터 오르는가 했는데 주말이 되니 조금 추워지네요 오늘은 지리산 천왕봉을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가 되었습니다 역시 산을 가는 것도 하늘이 도와줘야 하나 봅니다 한영택 작가님 저는 20년 이상 매일 아침 석촌호수 둘레길을 10km씩 뛰었답니다 그렇게 뛰던 것을 약 3년 전부터 멈추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배가 나오기 시작하네요. 지금은 임신 7개월짜리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데 무리가 없으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멈추게 된 동기는 주치의가 산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달리기까지 하면 무릎이 나갈 수 있으니 삼가라는 것입니다 작가님의 조언을 듣고 싶어 몇 자 적었습니다 작가님 코로나도 극성이고 날씨가 추워 진다고 하오니 몸 잘 보살피시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 두 손 모읍니다.

정찬열 2020-02-15 09:40	한영택 작가님~ 우선 축하드립니다. 하프 마라톤을 불편한 통증중 에도 인내로 완주하는 것은 해병대의 강인한정신이 빛을 발한것입니다. 때때로 어렵고 힘든일 봉착해도 강인한 해병대훈련대 정신이 기를 돋아주더이다. "첫 하프 도전과 페이스메이커" 잘 배독했습니다. 기온차가 심하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 끝낮 않은 대에 건강에 유념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한영택 2020-02-16 09:36	《Re》전병일 님 , 작가님도 뛰어보셨군요? 젊을 땐 연습 없이도 짧은 거리는 뛸 수 있겠지만, 최소 5km 이상은 연습이 필요하지요. 마라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지만 한 번씩 대회장에 가면 젊은이들로 넘쳐나지요. 달린다는 것은 젊음 그 자체입니다. 나이를 떠나 그들과 같이 뛸 수 있다는 것이 더 신이 났습니다. 당시 봄에 첫 하프를 뛰었으니 가을엔 꼭 풀코스를 뛰어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코로나19’로 여파에서 벗어나 활기찬 봄날을 기대합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휴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한영택 2020-02-16 09:43	《Re》신영애 님 , ‘시인은 시집을 내야 진정한 시인이다’는 말처럼, 마라토너는 풀코스를 뛰고 나야 마라톤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데, 10km나 하프와 달리 정말 소화하기 힘든 풀코스 그 먼 거리를 장시간 달려갈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훈련을 해야 가능할까? 경험하지 못한 두려움도 있답니다. 30km 넘어가면 체력의 한계점에 도달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여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습니다. 풀코스? 차차 알게 되겠지요. ㅎㅎ 편안한 휴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한영택 2020-02-16 09:49	처음엔 이렇게 힘든 운동을 왜 하나? 하고 말한 적도 있었지요.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오를 때까지 거듭되는 부상으로 애를 먹었지요. 단련이 되고 보니 한 번씩 땀 흘리고 뛰고 나면 어느새 스트레스도 싹~~~ 달아나고 그 개운함에 또 달리게 된답니다. 인내를 필요로 하는 운동이라 연습 삼아 가끔은 뛰어줘야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지요. 각자의 체력과 몸에 맞는 운동으로 건강한 생활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한영택 2020-02-16 09:59	네~ 작가님 그러셨군요. 저도 어쩌다 마라톤 입문 9개월 만에 하프 뛰었습니다. 10km 대회만 몇 번 참가한 경력이 있었는데, 첫 하프를 뛰어보려 연습하다 부상으로 애를 먹은 적 많았습니다. 뛰면 1.5배의 체중이 하체에 더 실리기 때문에 몸에 맞게 단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가며 몸을 만들어가야 하겠지요. 비만 체질도 꾸준히 하다 보면 무릎 근육이 강화되어 어느 순간 가볍게 잘 뛰더군요. 작가님은 나이도 있고 등산만으로도 운동량이 충분하시기에 자제 성 권유인 듯합니다. 잦은 음주습관은 똥배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습니다. 뛰는 것만큼 비만에 효과적인 것은 없지만,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들기에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겸해야 좋을듯합니다. 등산이나 마라톤은 장시간 에너지 소모를 필요로 하는 운동이기에 탄수화물 섭취가 필수지만, 평상시 금주와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시고 늦은 시간 음식물 섭취를 금하시면 운동하는 만큼 배는 들어가겠지요. 양파즙이 내장지방에 효과가 있다는데 유산소 운동은 필수입니다. 짧은 제 소견을 드렸습니다. 건강하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열정적인 모습이 부럽습니다. 건안 건필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한영택 2020-02-16 10:06	《Re》정찬열 님 , 네~ 작가님 무엇이든 경험해 보지 않고는 대처 방법을 몰라 당황해하는 경우가 있지요. 대회 측에서 페이스메이커로 지정해주는 바람에 멋모르고 뛰기로 했었는데,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끌고 가야하는 책임이 있어 억지로 뛰었습니다. 다행히 뛰다보니 통증도 사라지고 정해진 시간에 완주했습니다. 응원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만수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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