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한영택
ㆍ작성일	2020-03-18 22:31

ㆍIP: 110.xxx.89

페이스메이커 2(전주)

페이스메이커 2(전주)

한영택

사천노을마라톤(18.08.25)에서 성군이 pace-maker에 무척이나 힘든 경기를 치렀기에 이번 전주마라톤에서는 컨디션도 좋고 연습도 충분해 만족할만한 기록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으로 집을 나섰다.

아침 5시 40분 대구에서 출발 88고속도로를 가른다. 출발 시점에 일본을 관통하는 태풍 ‘짜이’의 영향인지 잔뜩 흐린 하늘에 약간의 빗방울이 날렸지만, 점차 구름이 걷히고 마이산휴게소에 들렀을 때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에 기분 좋은 아침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 봉긋하게 쏟은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은 모두의 눈길을 유혹한다.

8시경 전주종합운동장에 도착해서 각자 대회 준비를 열심히 하는데, 이때부터 성군이 요놈은 나만 졸졸 따라다닌다. 운동장에 들어서 잠시 주위를 살피는데, 'what up!' 아니 군산에서(17.04.09) 남원에서(17.11.26) 같이 뛰며 알고 지냈던 미모의 Sweetly, 훤칠한 키 Adam Tomas, 친구인 Jacguse, 부안초등학교 이윤록 교장선생님 외 지인들을 만났다. 반가움에 인사를 건네는데 여기서 성군이가 빠지랴 ‘이리 오세요’ 다함께 차차차 찰칵!

10km 출발까지 성군이에 대한 시선은 집중되고 신호가 떨어지자 이번엔 선두에서 달려 나간다. 1km 지점까지 제법 빠르게 달려가 차도에서 계단을 내려 징검다리를 건너고 전주천 변 인도를 주로로 막 달리기 시작하는데, 아~~~ 이런 곳을 달려가다니? 도심 속 자연 생태 공간 전주천 변 물길 따라 이어지는 성성한 갈대와 억새는 흰 수염을 드러내고 실버들 축 늘어진 수양버들나무 아래 호박넝쿨이 무리지어 누런 알을 낳고 있다. 주로 옆으로 아기자기하게 꽃피운 금계국은 무성한 잡풀을 멀리하고 눈길을 달라고 한다. 관심도 잠시 그냥 빠르게 스쳐 지나갈 뿐이다.

성군이 요놈 자기만의 전략인지 또 속도가 느려진다. ‘가슴이 콕콕 아파요’ ‘뭣이라 전날 또 무리했나?’ ‘아니요’ 아~~~ 참 난감하네, 사천에서 너무나 힘들게 달린 게 떠올라 오늘 또 그러면 정말 안 되는데 하면서 달리는데 3km 지점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느리다. 4km 지점까지 26분 기록이라 이러다간 1시간을 넘겠다. 1km만 더 가면 반환점이라 ‘성군이 1시간 안에 들어가면 호두과자 사 줄게’ 하면서 재촉한다. 남은 거리는 6km라 평균 5분 30초로는 달려가야 하는데, 달고 가던 풍선에 바람이 빠져버려 다시 불어넣으며 반환점을 돌자 ‘이제 몇 분 남았어요?’ ‘음~~~ 27분 남았어,’ 이제부터 1km에 5분 30초씩은 가야 하니까 ‘앞으로 50명은 제치자 알았지,’ ‘호두과자! 호두과자! 좀 더 빠르게 달려! 조금씩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하나, 둘, 열, 스물, 서른 명을 제치고 가는데, 7km 지점에 감독님이 나와 있다. 시간을 보더니 더 빨리 뛰라고 성군이를 강하게 밀어붙인다.

10m 전방에 무리 지어 달려가는 10명이 있다 ‘성군이 앞서가자’ 달려! 다다다다~~~ 결국 제치고 징검다리를 건너 계단을 오르니, 남은 1km 지점부터 구경나온 사람마다 ‘야! 대단하다’ 그 말소리에 더 힘이 나는 모양이다. 다다다다~~~ 10명을 더 제치고 운동장 입구에서 들어서는데 보는 사람마다 성군이를 보며 환호를 지른다. 운동장 안 트랙을 돌자 대회 측 사회자가 성군이 안내방송을 한다. 시선이 집중되자, 더 힘차게 다다다다~~~ 그런데 그만 150m 지점에서 발에 걸려 넘어졌다 ‘어이쿠’ 재빨리 일으켜 세워주니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났는지? 다다다다~~~ 엄청 빠르게 달려 들어간다. 이에 뒤질세라 다다다다~~~ 기록 10km 56분 26초, 성군이 호두과자 사 줘야겠네. ㅎㅎㅎ

골인 지점을 통과하자 지켜보았던지 경기 전에 같이 찰카닥한 Sweetly, Adam Tomas, Jacguse, 이윤록 부안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외, 지인들 대단하다며 축하의 박수를 치면서 기억에 남을 사진 한 장 더 찍자고 권한다. 이날 대회 측은 경기 운영 미숙으로 코스가 고르지 않아 다들 기록은 떨어졌지만, 최연소 마라토너 성군이와 막판에 정말 잘 뛰었다.

전주마라톤대회 (18.09.30)

이어서 전주 한옥마을 탐방

낮 12시 경기를 마치고 대회 입상자 상금 50% 찬조와 참가자 회비로 시내 노을막거리 식당에서 푸짐하게 점심(1상 @85,000×3)을 먹고, 당초 스케줄 따라 일행 8명은 먼저 한옥마을로 향했다. 전주는 나로서 두 번째 걸음이지만 한옥마을엔 와보지 못했다. 35년 전 지금의 아내와 두 번째 데이트를 한곳이 전주이기에 옛 기억이 떠올라 몇 자 적어 본다. 그땐 자가용도 귀할 때고 교통수단으론 버스뿐이라 대구 북부정류장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진안 마이산(암마이봉 686m)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이갑룡 처사가 쌓았다는 신비의 돌탑 구경과 전주비빔밥을 먹은 것은 기억으로 남았다. 젊은 시절 총각과 처녀가 단둘이 먼 곳으로 여행을 가서 막차를 놓치고 집으로 못 오게 되었다면 다음 순서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에 맡겨 보지만 30분이란 시간 때문에 아깝게도 그땐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다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은 했지만... ㅎㅎㅎ

전주 한옥마을은 예로부터 후백제의 도읍이었고 조선 태조의 본향이기도 하다. 한식과 한복, 한지 등 우리 문화의 참맛이 살아있는 고장으로 풍남동과 교동 일대에 위치하고 2010년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목대에 올라 정경을 보면 실로 장관이다. 전주사고 입구 대나무 숲은 포토존으로 인기가 좋고, 어진박물관에서 보는 경기전의 담장과 전동성당은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오후 1시 30분 호텔르윈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한옥마을로 들어서자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한지길에서 태조로로 가는 동안 전통술 박물관에서 계피 발효주 한 잔을 마시고, 전통의상 무료 체험실에서 도포를 걸치고 일행 수아와 채환이, 은진이를 시종·시녀 삼아 대감 행세 놀이를 즐기면서 잠시 착각에 빠져버렸는데, 사실이야 어떻든, 그때 그 모습을 찍은 사진은 웃음거리로 남을 것이다. 일행 수아와 보경이는 오목대관광안내소 앞 쉼터에서 쉬려고 했다. 상흠이, 채환이, 은진이와 넷이 경기전으로 향했다. 어진박물관 등 구경을 더 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전동성당 앞에서 잠시 머무른 뒤 원래의 장소로 이동 뒤늦게 도착한 감독님 일행과 합류하고는 전주에서의 일정 끝내고 오후 4시경 집으로 향했다. 운전대를 잡고 함양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려니 입안이 출출하다. 경기 중에 성군이에게 한 말도 있고 호두과자 두 봉지 사 들고 성군이 한 봉지, 은진이 한 봉지씩 주었다. 다들 맛있게 냠냠 먹는다. 운동도 신나게, 구경도 신나게, 뭐든 하려면 신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전병일

2020-03-19 08:54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페이스메이커 2 (전주) 다녀가셨군요
제가 전주에 살고 있는데 언제 경기를 했는지 무관심속에 다녀가셨군요
그참에 한옥마을도 관람하시고 좋은 추억 만드셨네요

성균이와의 약속 호두과자는 꿀맛이었것네요
아무튼 달릴수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꾸준히 달리시어 기록도 건강도 챙기시길 기원합니다
코로나19 잘극복 하시고 행복한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한영택	전병일 작가님 안녕하세요? 수필 서재에 활동하시는 작가님이 몇 안 되니 찾아뵙기는 편하네요 응원의 댓글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소통할 수 있어 친밀감을 느낍니다 등단 후 작가님을 알게 된 이전에 다녀온 경기라 그럴 수밖에 없지요 마라톤 관련 각종 정보는 ‘마라톤 온라인’으로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답니다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한옥마을에서의 좋은 추억 즐거웠지요 ㅎㅎ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자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즐겁고 행복한 봄날 되십시오.	3/22 08:59

박재도

2020-03-19 18:32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작가님의 서재에서 한참을 쉬어갑니다.
좋은 글에 감사드리며,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한영택	박재도 작가님 오랜만 찾으셨네요 글의 흐름으로 마니아라면 공감이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흥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5번의 페이스메이커, 특별한 체험이라 생각하고 남긴 글입니다 ‘코로나19’로 각종 대회 등 거의 모든 활동이 중단 상태입니다 맘껏 달리고 활동할 수 있는 날 빨리 오기를 희망합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집필하세요 감사합니다.	3/22 09:35

김상화 2020-03-20 22:12	`한영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한영택 작가님 마라톤은 운동 중에서 가장 힘든 종목이라 생각합니다 힘과 용기 그리고 지구력이 있어야 가능한 운동이지요 몇 번을 읽어도 참 대단하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더욱이 전주라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뛰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성균이란 초등학생도 참 대단합니다 우리나라 마라톤 꿈나무로 잘 성장 하길 바랍니다 한영택 작가님 바이러스 코로나 19가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잘 극복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한영택 2020-03-22 09:41	《Re》김상화 님 , 김상화 작가님 감사합니다 주요 명산을 찾으며 나름 목표 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시는 작가님처럼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목표 의식이 있어야 꾸준히 추진해 나갈 수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강한 의지와 체력이 따라야 하겠습니다. 비록 지금은 한 어린 꼬마와 달리기를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훗날의 상황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꿈과 현실이 맞아떨어지면 좋겠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여건이 성숙하면 다음에 하자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하자입니다. 복잡 다양한 세상에서 다음으로 미루는 건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 갈 때는 속절없이 가는 것이 인생이다. 란 말을 생각하게 합니다. 300대 명산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정대수

2020-03-27 12:06

한영택 작가님 안녕하세요.
마라톤이 이어지는군요.
성군 군도 그렇지만 작가님의 체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주는 한옥마을도 좋지요.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힘들게 하는데
관리 잘 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한영택	정대수 작가님 오셨군요 열심히 다닐 땐 매달 한 번씩 대회에 다녔지요 특별한 경우나 성군이 페이스메이커 할 때는 빠짐없이 기록도 해 뒀고요 먼 곳까지 가서 뛰고 관광도 하려면 그만큼 체력이 따라줘야겠습니다 페이스메이커는 상대보다 기량이 더 좋아야 가능하겠지요 경기 후에 전주 한옥마을 탐방 좋았습니다. ㅎㅎ ‘코로나19’ 머지않아 물러가겠지요 무탈하시고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3/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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