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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09-06 12:58
ㆍIP: 175.xxx.88
"석룡산 조무락 골” 물의 소리를 찾아서
"석룡산 조무락 골” 물의 소리를 찾아서

이 도 연

 지리 한 불볕더위로 연일 열대야를 만들어내며 지독히 이기적인 날씨가 장마와 연이어 태풍이 숨 가쁘게 기승을 부리던 날씨가 어느 날 빗줄기 속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마법을 부려 새벽공기는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차는 외곽순환도로 위를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달려 구리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내려선다.

 날씨가 상쾌해진 주말을 시위하듯 차들이 끊이지 않고 밀려든다.
추석 명절을 맞아 조상의 묘소를 벌초하러 가기 위한 갸륵한 후손들의 바쁜 발걸음이 한몫하는 듯하다.
춘천 가도 방향의 자동차 전용 도로는 느림보 발걸음을 걷는 어린 아이가 되었고 이십여 분이 지나고서야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원의 풍요로운 하늘은 이제 전형적인 가을 하늘로 변신을 한다.
파란 햇살 아래 꺽다리 수숫대가 붉은색으로 익어가며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살랑 고개를 흔든다.
부챗살처럼 넓은 이파리를 펼친 토란의 뿌리는 튼실하게 굵어 가는 씨알을 품고 가을을 기다리며 농가의 뒤 켠 처마 밑에 줄줄이 널어놓은 깨 단이 수분을 말려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야위어 가고 참새들은 신이 나서 주변을 맴돌고 있다.

 호평 나들목을 지나 북한강 변의 시원한 물줄기는 이미 깊은 산들의 골짜기에 깃들어 있는 맑은 수액을 모아 힘찬 물줄기를 이루어 흐른다.
가평 시내를 지나 국도를 벗어나 산내들의 좁은 일 차선 도로를 한참을 달려 연인산과 명지산의 협곡을 파고들어 산의 깊은 심장부로 달려간다.
백두대간의 줄기를 따라 화천의 지맥을 타고 늘어선 능선이 경기도 일원을 호령하듯 우뚝 솟은 화학산의 영봉으로 석룡산 자태가 검은 그림자처럼 다가온다.

 산의 심장부에 품은 오지는 천혜의 비경과 그사이를 흐르고 있는 조무락 계곡의 물줄기로 이어지고 물은 고사목의 발치를 지나 바위를 돌아 폭포가 되고 용소가 되어 출렁이며 넘쳐흐른다.
골이 깊고 산수가 빼어나니 새들이 춤을 추며 재잘거리며 노닌다고 하여 조무락이라 하였다나!
폭포와 담과 소가 계곡의 풍부한 수량만큼이나 아름답게 이어지고 계곡의 수정같이 맑은 물길이 흩고 지나간 자리에는 생명이 움트는 소리가 들린다.

 들풀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계곡의 바위틈에 새파랗게 끼어 있는 돌이끼는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채 시간 속에 머물러있다.
심산유곡의 너덜지대와 오솔길 옆으로 계곡은 춤추듯 방향을 바꾸어 가며 물줄기를 불려가고 올망졸망한 폭포와 소를 이루며 흘러간다.

 숲 속의 물줄기는 저마다의 소리로 아우성치며 흐르다 그 소리가 모여 숲 전체가 물소리인지 빗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혼란스럽게 흘러내리며 이내 폭포 속으로 모든 소리가 빨려 들어간다.
이 일대의 최고봉인 화학산에서 발원한 복호동 폭포는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그런지 힘차고 강렬하다.
하늘과 맞닿은 암벽 끝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다 한번을 튕겨내고 양 옆으로 갈라져 칼날 같은 기세로 수면의 용소 위를 요동치며 흐른다.

 폭포 위로 비친 오지 속 비경의 파란 하늘 사이로 비누 거품 같은 구름이 몽글몽글 하늘 가득 만들어 꿈꾸듯 부풀어가고 산맥의 허리에 걸리고 높은 바람에 이리저리 떠다니며 조무락 골의 노을 속으로 저물어 가는 가을 하늘을 희롱한다.
석룡산 조무락 계곡은 경기의 알프스라는 이름 답게 새들의 노랫소리와 물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진다.

물은 천년의 세월을 흐르고
내일도 흐를 것이고
또 흐른다.

구름은 바람을 재촉하며
여름의 폭염을 소멸하고
쪽빛 가을을 생성한다

가을의 또 다른 자아를 찾아
길 위를 걷는 나는
오늘도 길 위에 서 있다.

9월의 조무락 골에서.
이름아이콘 정찬열
2020-09-07 06:59
회원사진 		안녕하세요
이도연 작가님~
그간 별고 없으시고 무탈하셨는지요
계절의 時空을 멋지게 그려올려주신
"석룡산 조무락 골" 심오한 글속의 물줄기의
힘찬 요동을 귀전에 담으며 잠시 쉼하다 갑니다.

10호태풍이 위력을 뽐내며 동해안을 파고드는 월요일 아침
위력이 가장 강력하다고 하니 또 피해가 많을 것이 걱정이 됩니다.
대비에 만전을 다하시고 9월도 알차고 뜻깊은 나날 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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