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계중
ㆍ작성일	2019-01-17 05:25

ㆍIP: 125.xxx.19

새보다 못한 인간..?

귀농하여 다른 농사는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 그것은 내가 시골 출신이라 농사가 얼마나 아무리 기계화되고 농약 비료가 있다 해도 어렵고 힘들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 심고는 돌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무엇이 없는가 찾다가 우연히 산양삼을 알게 되어 교육도 열심히 받고 선배님 등의 농장에도 방문하여 배우고 익혔다.

처음 산에 산양삼을 파종하여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며 엄청 기분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설렘이 남아 있는 듯하다. 산에 농사하기 전에는 등산을 좋아해서 전국에 안 가본 산이 없을 정로 다녔는데 산양 삼 농사 이후에는 등산은 아예 가질 않았다. 다른 산을 갈 것이 아니라 나의 산에 올라가서 일해야 했기 때문이고 더 큰 이유는 하루라도 산을 비운다는 것이 불안했다. 그만큼 산양삼에 많은 애정을 쏟아부었다. 몇 년 동안 많은 인력을 들여서 2만 평의 산에 그의 식재를 하였다. 가을에 시작하여 봄까지 잡목을 제거하고 등고선 방향으로 괭이로 이랑도 만들고 거기에 산양삼을 심었다. 경사가 심한 산이라 농기계는 사용할 수 없고 오로지 인력으로 잡목을 제거하고 괭이로 이랑을 만들어야 했다. 괭이는 30개 정도 닳아서 없어진 것 같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어떤 때는 차라리 밭농사를 지었으면 트랙터나 경운기로 할 것인데 후회도 하였다.

그렇게 어렵게 일구어 놓은 산양삼을 막대한 피해를 주는 복병이 나타난다. 그것인 다름 아닌 꿩이었다. 처음엔 한두 개 정도 먹더니 나중엔 한곳에 날아오면 몇천 평을 한순간에 밑에서부터 위까지 싹쓸이 쪼아먹던지 뿌리는 닭처럼 발로 캐서 먹는다. 그때부터 꿩과 나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세상에 나와 있는 새 퇴치법을 사용 다 해보았다.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시도하였다. 처음엔 라디오를 온 산에 스피커를 설치하여 틀기도 했고 그다음엔 대형 벨, 새그물, 메 소리 나는 장치, 화근 내 나는 약품 등, 시중에 나와 있는 방법은 안 해본 것이 없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만약 산이 아니었다면 새그물을 쳐서 꿩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인데 산속이라 그물 사용도 안 되고 남은 방법은 독극물을 이용해서 잘 먹는 콩에 넣어서 잡는데 2만 평 모두가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곳이라 함부로 농약을 사용했다 가는 유기농 인증이 취소될 수 있어서 맹독의 농약은 사용을 배제하였다. 산속이라 꿩을 차단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고 피해는 매년 커지고 있었다. 꿩을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꿩이 나를 가지고 노는 듯했다. 사람이 가면 이놈들이 없다가 어디서 왔는지 금방 쪼아먹거나 줄기를 잘라 놓고 가고 없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다음으로 선택한 방법이 이놈들 내가 직접 잡아야겠다 싶어 엽총과 사냥개로 주변 산을 다니며 사냥을 시작했다. 꿩이 한 두 마리 날아오는 게 아니라 많게는 20~30마리 날아오기에 사냥개 포인트가 한번 발견하면 5연발 엽총을 연사로 발사하게 된다. 2~3년 계속 사냥을 하니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꿩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난 새는 인간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는 인간보다 훨씬 머리 좋은 동물이었다. 그 이유는 새는 먹지 않으면 죽기에 생존에 문제이다. 그래서 아무리 막아도 막을 수가 없다. 똑똑하지 사람을 새 머리라고 한다. 내가 경험한 꿩은 절대로 머리 나쁘지 않고 사람의 머리 위에 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우수하다는 것은 착각이다. 지구에 주인은 절대 인간일 수 없다는 꿩을 퇴치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전 세계의 여러 공항에 새를 쫓기 위한 여러 방법을 사용하지만 결국 엽총이나 독극물로 차단한다. 만약 당신이 새를 퇴치하는 방법이 있다면, 노벨과학상은 바로 당신이 받을 것이다.

김상화 2019-01-19 11:41	김계중 작가님 반갑습니다. 글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귀농을 하셨군요 무척 힘이 드셨을 텐데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꿩과의 싸움이 참으로 치열했네요 그렇습니다. 사람이 못나면 새만도 못합니다. 좋은 글 잘 배 독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저도 산을 좋아해서 한 달에 4번은 산을 갑니다 그래서 산 기행 수필을 쓰고 있습니다 200대 명산을 대상으로 쓰고 있습니다

김상훈 2019-01-21 02:51	이미지라는 것이 있죠. 새 종류에 따라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꿩을 생각해 보면 아무튼 뭔가 선하고 연약하고 인간에게 별로 해끼칠 생각이 없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하긴, 모든 동물이 오로지 생육의 본능만을 지니고 있으니 농작물이든 자연물이든 구분이 안 될 터이고 김계중 작가님의 밭은 아주 천혜의 식량 밭이겠지요. 당연히 생존에 관한 지능도 제법 발달되 있으리라 봅니다. 그걸 방어하는 인간들 역시 생존의 일환이니 크게 보면 무엇을 탓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일 겁니다만 꿩이 그렇다고 하니까 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김경렬 2019-01-21 03:54	공들여 가꾼 농작물 피해로 많이 속 상하시겠어요 날씨가 추워진다니 감기 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주응규 2019-01-22 16:35	김계중 작가님 좋은 글에 공감하며 머물러 봅니다 독자와 호흡하고 공감하는 좋은 글 쓰십시오.

나는 그녀처럼 살지 못하였다

나의 자전거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