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수찬
ㆍ작성일	2019-02-01 12:54

ㆍIP: 112.xxx.150

눈 오는 날

#목암수필

눈 오는 날

목암김수찬

갑자기 창밖이 소란스럽다
무슨 일인가
궁금증은 창밖에 뽀얀 솜털 같은 눈으로 가득하였다.
핸드폰에서는
긴급 재난 알림이 울린다
대설주의보란다
''이게 무슨 말이야?''
''울산에서?''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다
울산, 이곳은 눈 구경하기 정말 힘든 곳인데 대설경보라니?
눈을 보는 반가움보다 퇴근길이 걱정이다.
문득 유년 시절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무엇이 그리 좋았을까? 지금처럼 도로는 아스콘이나 시멘트로 정리되지 않은 비포장 신작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갓길 쪽으로 흐르던 하수가 넘쳐서
엉망진창이 되던 시절, 눈이 오면 세상의 색이 변하는 모습에 우리는 그저 즐겁기만 했다.
구정물투성이던 하수구 주변도 눈으로 덮고,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도 하얗게 얼어붙어 차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우리는 그곳에서 발 스케이트를 타곤 했다.
이성이란 감정도 없이 아랫집, 옆집 여자애들과 스케이트를 타다 뒹굴고 엉덩방아를 찧어도 깔깔거리며 시간 가는지 모르고 해가 져도 그 눈밭을 떠나지 못했다. 정신없이 스케이트를 타다 구부러지고 눈싸움도 하고 오늘 다 놀지 못 하면 다시는 눈을 못 볼 것 같았다
어느새 바지도 젖고 윗도리도 젖고 어두워지니 추워진다
어린 동생들은
''형아 이제 집에 가자''
''와? 쪼끔만 더 놀자''
''형아 춥다! 집에 가자''
이제 들어가면 아픈 엄마 대신 집일 해주는 누나가 분명 역정을 낼것이다. 옷은 말리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신작로 주위를 살피니 볏짚이랑 작은 풀 가지들이 있어서
''얘들아! 형이 불피울 테니 우리 옷 좀 말리고 가자''
물론 어린 동생들이야 불장난을 마다 할 리가 없었다
콩서리나 논둑에서 불장난하려 가지고 다니던 성냥이 좀 눅눅해져 몇 개를 실패보다가 불을 겨우 붙였다
후드득 후드득 불은 금방 세차게 타오르는데, 아뿔싸 볏짚은 세차게 불이 붙어 엉덩이를 들이대고 있던 동생들과 친구들의 옷에 불이 붙었다.
그 당시 나일론 섬유는 불에 취약해서 불 붙자마자 옷은 금세 녹아 붙고 급한 김에 동생을 안고 구르니 불이 내 옷까지 붙어 엉망이 돼버렸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상황 어찌할 바를 모르고 동생들은 울고 나는 형이라는 입장에 수습하려는데 어린것이 별생각이 없었다.
집으로 가자니 겨울이라 새로 사준 두툼한 외투를 다 태워버렸으니 혼이 날까 봐 집으로도 못 가고 어두워진 밤에 떨고 있었다
지금 같으면 차라리 매를 맞더라도 집으로 갈 텐데
그때는 그 순간을 피하고 싶은 단순한 생각 뿐이었다
꾀를 내면 하느님 보우하사 길은 있었다
요즘은 볏짚도 기계화되어 하얀 비닐 더미로 만들어 사용하지만 그 시절엔 논밭에 쌓아두고 불쏘시개나 소먹이로 사용하던 볏짚더미 바로 그곳이 다 개구쟁이들의 아지트였다. 볏짚 사이에 파고들어 공간을 만들어 우리만의 놀이터를 만들어 쓰곤 했다
바로 그곳으로 나는 동생들과 찾아 들어갔다
잠깐의 안심은 곧 상황의 변화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을 피울 수 없으니 겉옷들도 다 타버리고 추위가 엄습하니 동생들은 다시 조르기 시작 하는 것이다.
사실 나도 추워서 덜덜 떨고 있었으니 참 어수룩한 짓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늦게 들어오지 않으니 집에 오신 아버지와 밥해주는 누나들이 찾아 나와 우리 이름을 부르고 다니신다
''이야…. 큰일났다 우짜노? ''아버지까지 찾아 나오셨으니 오늘은 엄청 혼날 것 같다
동생들은 나가려 하지만
''쉿''
''지금 나가면 혼난다''
아버지 주무시면 집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아 조금만 더 참기로 했다
하지만 동생들의 울음소리에 우리는 엄한 아버지의 손에 잡혀 집으로 갔다
춥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벌벌 사시나무 떨듯 떨고 집에 가니 아버지는 따뜻한 물 데우라 하시고 우리를 담요로 덮고 구들목에 있으라신다
언제나 혼을 내실까 불안한 생각은 가득인데 잠이 온다
통제하기 힘든 잠이 눈꺼풀을 천근만근 억누른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옷은 갈아 입혀지고 깨끗한 모습이라 의아 했지만
아버지는 ''이놈아 옷을버렸으면 집으로 와야지
그곳에서 자면 얼어 죽는다. 알았나?''
더이상 나무라는 말씀은 없었다 밥해주는 누나 얘기로는
엄마가 아프니 금덩어리 같은 놈들이 눈칫밥먹고 자라게하는것 같아 안스럽다고 나무라지 말라하시며 잠에빠진 아들들을 벗기고 씻겨 재우셨다고 한다
저녁에 퇴근하신 아버지 손에는 두툼한 외투가 들려있었다
오늘 8개월전 작고하신 아버지가 더생각이 난다.
손주들이 너무 좋아 난리지만 할애비된 마음에 감기들까 더 걱정이다.오래만에 보는 눈은 나 어릴적눈 마중이나
반세기가 넘은 지금의 아이들의 눈마중이나 한치 틀린 마중은 없었다.
마냥 동심에 하얀 꿈들이 해맑은 잔치를 하는그곳에
그녀석들은 주인공인것이다.
.''할아버지 장갑이 다젖었어요''
큰손녀의 말에 ''그래그래 새장갑 끼고 또놀거라''
할아버지 처럼 불장난은 하면 안되겠지 염려하며
''너희들 눈장난 모습에 나의 어릴적 모습을 보는것 같구나.''혼잣말을 하며 눈으로 메워진 하늘을 보며 얼굴에 눈을 맞는다

오늘은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리움으로 눈가에 날리던 눈이 눈물방울 지는구나

김상훈 2019-02-05 02:54	소천하신지 얼마 안 되는군요. 울산도 그렇지만 부산도 만만치 않지요. 하긴, 거기나 여기나 도 낀 개 낀이지만 눈구경하기 이토록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후배 한 놈이 눈이나 실컷 보고 살겠다며 언젠가 강원도로 이사갔다가 1년 만에 돌아온 일이 있었지요. 정말 지긋지긋해서 못 살겠다고요. 세상의 이치란 참 묘합니다. 극과 극을 양분해 놓곤 서로 그립게 하니 말입니다. 눈이 그렇고 돌아가신 아버님이 그렇군요. 명절 잘 보내세요.

김경렬 2019-02-05 22:15	눈 쌓인 단상으로 동심의 추억여행을 하셨습니다. 에고! 얼메나 추웠을까요? 미소가득 안겨주셨습니다.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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