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수찬
ㆍ작성일	2018-10-19 08:46

ㆍIP: 112.xxx.150

회상 그 씁쓸함

회상 그 씁쓸함

목암 김수찬

''야! 일어들 나라''
''너희는 어째 깨워도 깨워도 못 일어나나
밥 먹고 학교 안 갈 거냐?''

아침부터 짜증이 난 목소리가 더 짜증 나게 한다 .

밥을 해 줄 엄마는 없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 고향 산청에 먼 친척뻘 누나가 시집보내 준다는
조건으로 어려운 시골 보릿고개 피해 삼 형제 밥해주고 살림 살아 주는 그 당시 말로 식모살이 온 먼 친척 누나와 매일 기상전쟁이 따로 없다.
그래도 어려운 한국의 60년대 지금은 상상도 어려운 세계 속에 빈민국으로 배곯던 시절 먹을 것 주전부리 등 걱정이 없는 집에 태어나 꽤 유복한 생활의 복을 입었지만
어머니는 막내를 놓는 날 출산의 과정에서 잘못되어 집 바깥에 막냇동생의 울음소리를 듣는가 하니 산파 할머니가 바쁘게 피를 받아낸다.
순간 어린 나이에도 무언가 잘못되어가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너무 걱정되고 겁이 났다.
그날 이후 우리 엄마는 병원이 안방인 양 늘 병원에서 엄마를 볼 수 있었다.

''학교가자''
대문 밖이 시끌벅적 한 것을 보니친구들이 학교 가자고 부르는 소리다.매일 친구들이 나를 빠뜨리지 않는 것은
녀석들의 등굣길에 간식을 그것도 미제 쿠키를 조금씩 맛보는 기쁨을 위함이다.
종일 간식은 커녕 배고픔으로 늘 허기진 시절에 나의 아버지는 미군 부대 통역장교로 계시니 늘 우리 집에는 미제음식이 가득하여 어려운 시절 배고픔을 모르고 자랐다.

''금순이 누나야!''
''빨리 내 가방 줘, 연필 깎아 놓았나''
''까자(과자; 경상도발음)도 좀도''

그때야 바쁘게 번갯불에 콩 볶아 댄다.챙겨주는 독일계신 외삼촌의 선물 통가죽 가방을 둘러메고 대문을 나서니
아침에 일어나서 씻지도 안 했는지 누런 코가 숨을 쉬는 대로 들랑날랑 코에 달린 놈,입가에 고춧가루 묻은 놈,
책가방은 전부 책을 보자기에 싸서 어깨 둘러 묶여 있고
고무신도 깨끗하게 신은 녀석 하나 없으니
운동화에 목이 긴 하얀 양말 반바지에 교복 상의에 통가죽 가방을 둘러맨 나 자신이 우쭐할 수 밖에 없었다.
쿠키를 가루를 내듯 산산 부스러기로 친구들 조금씩 나눠주니 너무 행복해한다.

''야 인마 말 잘 들어라 알았지 ''
''그래 그래 우리는 친구 맞지?''

서로들 한 조각 받아먹으려 달콤한 쿠키의 유혹에 자신을 스스로 낮춘다.어린것들이 배고픔에 스스로 사는 방법을 터득해나가는 참 아픈 모습이지만
그때는 이유도 모르고 그저 우쭐대고는 했다
일본강점기 때 6,25전시 때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오래된 학교에 도착한다.
''반장''
뒤에서 누군가 부른다.
친구의 목소리가 아닌 담임선생님의 목소리다.
제법 많은 아이가 시끌벅적 등교를 하는데도
선생님은 아랑 곶 않고 나를 부른다.
나는 왜 선생님이 나를 챙기고 이뻐하는지 몰랐다.
한 반에 팔십 명이 넘는 친구들 중에 유달리 잘 챙겨 주시고 반장도 시켜주시고 무엇보다 내가 잘못 한 일이 있어도 한 번도 나무라지 않았던 게 나는 내가 잘난 줄 알았다.어른이 돼서 아버지의 역량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나는 하루에 꼭 노란 미제 연필을 친구들께 주었다.
연필을 얻어가는 친구는 평생 나에게 충성할 듯 나를 따랐다.연필 같은 것은 집에 많이 있어 많이 나눠줘도 되지만 하루에 두 자루씩만 금순이 누나가 줬다.
누나는 가끔 고향을 갈 때 자기 동생을 주려는지
내게 연필 주고 남긴 여분의 연필을 고무줄에 묶어가는 것을 보았지만,풍족해서 그랬는지 당연한 일같이 못 본 척 한 번도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며칠을 짝지 하는 친구가 결석이다.
부모님들의 하루끼니 값을 벌이러 다니느라 무관심 속에 결석은다반사 였지만 이렇게 며칠씩 결석은 없는
야위었지만 착하고 눈이 깊은 친구였다.
아무도 그 친구의 결석에 신경을 쓰는 친구는 없었지만
짝지이다 보니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같이 가보잔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이랑 나를 유혹의 쿠키 때문에 따르는 친구 몇 같이 가기로 했다.

자성대
그곳은 정말 빈민들이 살고 있었다.집이 아니 토굴을 파서 입구를 가마니로 가려놓은 것 그것이 집이었다.
물어물어 친구의 집을 찾아서
기용아. 기용아 ..몇 번을 불 러도 대답이 없다
그런데 가려놓은 가마니 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가까이 가니 역한 냄새가 나서
가마니를 들춰보려는 게 왠지 두려웠지만
선생님께서 살짝 들춰보시고
비명을 지르신다.
어린 생각에도 이상한 예감은 적중했다
기용이 가족 6명이 모두 죽어 있었다.
우리는 무서워서 쳐다만 보고 나왔고 선생님은 파출소에 다녀오신다며 우리보고 집 앞에 있으란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나중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범일동 시장에서 생선 팔고 버려지는 생선내장을 걷어와서 끓여 먹는데,
그 안에 생선 독 있는 내장이 있는지 모르고 끓여 먹다
가족이 몰살을 한 것이다.

숱한 시간이 오십여년이 훌쩍 흘렀다.
식탁에 앉아 있는 손녀의 투정을 들으니 격세지감에 서글픈 미소가 핀다.
환갑 진갑을 다 지내고 어린 자손들의 배고픔 없는 풍족한 세상 이 녀석들이 그때를 어찌 이해할까?

가난한 설움의 추억은 먼 옛날 사람들의 추억일 뿐
이였다.

김상화 2018-10-20 11:00	김수찬 작가님 반갑습니다 일찍 수필 방에 오신 것을 환영도 해드리고 댓글도 남겨드렸어야 했는데 대단히 미안합니다 어릴 적 추억을 참 잘 빚어 내셨습니다 그땐 너 나 할 것 없이 가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미제 쿠키라면 최고의 인기를 독차지 하신 것 같습니다 추억의 글 잘 보고 갑니다 늘 건강 행복 행운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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