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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수찬
ㆍ작성일	2018-09-26 13:45

ㆍIP: 182.xxx.41

어머니의 명절내음

#목암수필

어머니의 명절 내음

목암 김수찬

연휴의 시작인가 도심의 퇴근길이 평시보다 일찍 정체를 이어간다

조금은 지겨운 듯 해서 라디오를 켜니
고향 얘기에 패널들의 들뜬 목소리 참 좋은 명절 연휴의 시작은 어디서든 밝은 소리다

유년 시절 추석이면 늘 병원에 계시던 어머님께서 힘겨운 모습으로 집으로 오셨다 그 힘든 모습으로 꼭 우리 삼 형제의 추석빔을 사 오셔서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들들의 치수가 안 맞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입혀주시고 하였다
어머님 대신 시골에 먼 친척 누이가 집 살림을 하였는데
아픈 어머니는 만족스럽지 않은 마음이지만 나무람이 당신 부재 시에 아들들에게 영향이 갈까 그 누이 옷까지 사서 오셨다

아이고 우리 아들들 많이 컸네
내가 좀 큰 치수로 잘 사 왔지
하마터면 작을 뻔했네
하며 흡족해하는 어머니 모습이 오늘은 더 생각이 난다

빵빵 잠깐 앞차가 출발한 걸 놓쳤더니 더럽게 성질 급한 뒤차에서 클랙슨을 눌러댄다
"어차피 몇 발짝 못가서 또 정차상태인데 사람 놀라게 빵빵거리고 있나"
중얼거리다 꿈같은 옛 생각에 빠져들어 어머님의 생각이니 너무 좋다
어머니는 시장 거리목록을 적어 주니 밥해주는 누이가 명절 음식 장을 몇 번이고 장을 봐온다
금세 집에는 온통 전을 굽고 튀겨내는 기름 냄새가 가득 찬다 지금은 기름진 냄새가 싫은데 그때는 어찌 그리 좋았는지 제사상 음식이라 먼저 손대지 말라는 말씀에도
우리 삼 형제는 들락날락 살짝 집어먹고는 했지만 어머니께서는 극구 말리지는 않으셨다

모처럼 어머니가 웃고 우리도 식모 누나랑 싸우지 않고 깔깔거리며 행복했었다

우리 어머니는 그렇게 명절 앞에 오셨다가
큰아들 생일이 명절 뒤 약 20일 이후라 꼭 그 전날 다시 오셔서 그 당시 사람들의 형편에 아들 생일상 거하게 할 수 없는 힘든 시절이었지만 아버지의 형편이 좋았던 우리 집에 걸맞게 언제나 큰 생일상을 차려 주셨다
그리고 나면 다시 긴 시간이 흘러 설날이 되어야 집에서 어머니를 뵐 수가 있었다

한가의 명절이 오면 오십 년이 다 돼가는 지난 어머님 생각이 밀려오는 어머니 그리움은 어찌 당신의 얼굴은 뚜렷해지지 않고 가슴이 아린 그리움만 커가는지
눈가에 맺혀지는 아린 슬픔으로 어머니 모습이 흐려 보이는지 생각이 깊어지니 또 눈가에 이슬이 젖는다

몇 달 전 작고하신 아버지와의 해후는 어떠셨을까
그리운 지난 시절 생각에 어느새 아파트 주차장에 왔다
도로와는 다르게 아파트 주차장은 썰렁하게 군데군데 비어있다 다들 부모님 뵈러 고향들 갔는가보다
"좋겠다."
살짝 부러움의 혼잣말을 남기고
집으로 들어가려니
아 우리 집에서 어머니 전 굽는 냄새가 가득이다 환자의 몸으로 그러나 아들들이 살짝 튀김 빼먹는 모습을 예쁜 미소로 웃고 계시던 어머님의 전 냄새가 난 다
물론 아내의 전 굽는 냄새이겠지만 그 냄새가 어찌 어머님 전 냄새와 같을까
울컥하는 그리운 설움이 또 쏟아진다

나는 아내에게서 전을 구워 뒤 집는 뒤집게를 받아들고
"여보 오늘은 내가 구울게 "
"어머니 내일 한가위 음식 드시러 오면 이제 어머니 나이보다 훨씬 많은 큰아들 전 맛 좀 보시게"

정 많은 아내도 눈가가 젖고 나의 어깨도 들썩인다
그립다
너무 그리워 가슴이 터질듯한 명절 전날이다

정찬열 2018-09-30 22:07	김수찬 작가님 안녕하세요 명절이면 누구에게나 진한 향수에 아련히 밀려오는 모정에 그리움이 샘솟는다. "어머님의 명절내음" 감미로운 모정이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내일이면 10월의 첫주에 알차고 건강하시길 기원 합니다.

김수찬 2018-10-02 10:03	고맙습니다.. 어릴적 어머님의 모습이 세월이 겹겹이 쌓여가면 갈수록 그리움으로 태산입니다 소소한 가을의 정취에 행복하십시오

목련으로 본다

사람 그 중심에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8	눈 오는 날	2	김수찬	2019-02-01

7	가을단상	3	김수찬	2018-11-13

6	회상 그 씁쓸함	1	김수찬	2018-10-19

5	목련으로 본다	2	김수찬	2018-10-08

4	어머니의 명절내음	2	김수찬	2018-09-26

3	사람 그 중심에	2	김수찬	2018-09-22

2	#목암시 자유인		김수찬	2018-09-21

1	환영합니다	1	admin	20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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