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08-28 03:33

ㆍIP: 124.xxx.224

우리 며느리에게 보낸 편지

며느리에게 보낸 편지

수옥아!
순희라 부르지 않고 이렇게 너의 법명을 부르려니 마음이 떨리는 듯 하구나.
네가 우리 가족이 되기 전에는 어떻게 불렀는지 기억도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러니까 네가 우리 가족이 된지도 어느 새 11년이 휙 하고 지나가 버렸구나.
내 머리에 저장된 지난날의 사진첩을 들여다보니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 때 묻은 돈지갑처럼 소중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작고하신 너의 어머니 평타원님과 함께 참석하였던 동명훈련원의 정전 마음 공부 훈련과 서성로 교당에서의 훈련, 수성구민 체육관에서의 교구 운동회 때의 응원 모습 그리고 성주 삼동원 봉불식 때 유니폼을 입었던 합창단에서의 예쁜 모습 등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구나. 그러고 보니 나는 그저 무심히 라고 할망정 너의 모습을 열심히 저장하고 있었나 보구나.
우리가 한 때의 어려움을 조상 천도재를 통하여 극복하고, 너의 두 시누이들의 출가에 이어 네 신랑이 그토록 취업이 어려웠지만 대기업에 입사를 하고, 나는 지난날의 생활을 청산하고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너와의 만남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마치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졌으니 행운이 일시에 대박으로 터진 거라고나 해야 할까보다.
사실 너를 만나기 직전에 돌아가신 너의 친정 아버지 까지 꿈에 나타나셔서 너희들의 만남을 주선하셨으니 이 만남이 어찌 우연이라고 말할 수가 있겠느냐. 진리께서 맺어준 인연임에 틀림이 없다고 믿는다.
그 때 나는 기간제 교사로서 밀양으로 출근을 하고 있었고 매주 주말에 집에 오는 상진이를 기다리는 일은 흥분 그 자체였었지. 밀린 이야기를 하는 데 긴 밤이 모자랄 만큼 너무나도 짧은 거야.
그 때 밀양 표충사와 얼음골 여행은 네가 우리의 가족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기로였었지.
만일 네가 나오지 않으면 그 혼사는 물 건너간 것이고 나오면 우리 가정 만세였기 때문이었으니 어찌 마음을 졸이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아! 그런데 그만 우리가 약속한 그 장소에 네가 나타나고 말았어. 그 날의 기억은, 생각하면 할수록 전율이 느껴질 만큼 흥분의 도가니였고 벅찬 감동이었단다.
그 날 너는 우리의 기쁨조가 되었었지.
수옥아!
그 후 2002년 2월 2일 드디어 너희는 백년가약을 맺었고 너희가 여행을 떠나는 모습만 보고 나는 그 날 밤 10일간의 신규 교사 연수차 청주로 갔었지.
나는 그 날 예식을 마치고 식당에서 너의 모친 평타원님께, 안 계신 네 친정 아버지의 몫을 내가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었단다. 물론 그 날의 약속은 그저 빈 약속이 되고 말았다고 생각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두 딸을 예비 교무로 내보내고 허전하던 차에 다시 딸이 하나 더 생겼다는 믿음으로 내 마음은 항상 넉넉하였고 너의 미소는 우리 가정에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으니 너는 우리의 꽃에 다름 아니다. 너는 지금까지도 우리 집의 아름다운 한 떨기 꽃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단다.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는 구미교당에 또 지금의 대구 교당에 전 가족이 함께 법회 보러가는 모습에서 많은 행복을 느꼈었고, 아이들을 정성껏 가르치고 기르는 모습은 우리를 편안하게 하기도 했었지.
특히 살면서 일어나는 어려움들을 일기로 기재하여 나에게 감정을 해달라면서 보내준 이 메일을 받을라치면 나의 가슴도 덩달아 춤 추듯 하는 정말로 큰 감동이었단다.
사랑하는 수옥아!
벌써 작년이구나. 대구에 새로 아파트를 장만하여 이사를 하다니 생각하면 마치 꿈만 같구나.
너의 알뜰한 내조가 없었다면 언감생심 감히 꿈이나 꿀 수 있었겠느냐. 참으로 고맙다.
그리고 어린이 법회가 따로 개설된 대구 교당으로 다니게 되니 마음이 한결 더 놓이고...
누구나 다 하여야 하지만 특히 네가 마음공부를 더 잘하여야 한다. 집안의 어른은 가장이지만 그 가장을 실력 있는 가장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아내인 너이기 때문이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어찌 순탄한 일만 있겠느냐? 걷거나 차로 가다보면 생각지 않은 눈요기 꺼리가 보이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길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
그럴 때마다 이게 바로 인생길이로구나 하면서 마음을 챙기다 보면 어느 새 피로는 화로에 눈 녹듯 할 거라고 믿는다. 역경을 돌려서 만든 순경이라야 건강한 순경이 되는 법이란다.
수옥아!
너의 가족이 이제 다섯 사람이 되었지. 네 신랑 월급을 쪼개어 살기도 힘이 들 텐데 자력 없는 시부모까지 너희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말은 하지 않아도 마음은 항상 돌덩이처럼 무겁구나.
더구나 출가하여 교무가 된 시누이들에게 명절 때마다 꼭 용돈을 챙겨주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눈시울이 뜨거워 진단다. 이렇게 많이 베풀고 살아가니 장차 많은 복을 받으리라 생각한단다. 그리고 더욱 감사한 것은 교무들도 그것으로 다시 너희 가족을 위한 기도를 올려 준다는 말을 들으니 상생의 인연 속에 만난 너희 형제들의 인연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우리 딸 수옥아!
지난 명절에 왔을 때 내가 준 염주알로 유무념 대조는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반드시 문자와 서식에 능치 못한 사람만 하는 태조사가 아니라 대산 종사님께서도 종법사를 물러나시면서야 비로소 자신이 사용하시던 콩주머니를 좌산 종법사님께 물려 주셨단다.
소화 장애로 고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가슴이 미어지곤 한다.
그 염주알을 항상 몸에 지니고 마음 챙겨서 소화 불량도 고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은 것은 너의 자녀들이 목이 마를 때에 물을 떠다 주지 말고 스스로 그 물을 찾아서 마실 수 있도록 가르치기를 바란다.
대각의 달, 은혜의 달 4월이구나. 일상생활에서 우리 교법을 활용하는 참 공부인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그리하여 너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도, 너의 남편에게도 그리고 형제 친척 동네 이웃들에게도 벅찬 감동을 주는 훌륭한 스승으로 진정한 강자가 되어 늘 대종사님과 함께 사는 기쁨 속에 살아가기 바란다.

/대각의 달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수옥이에게 아버지가 보냄

김경렬 2016-08-28 05:11	반갑습니다. 이석희 작가님! 자부를 향한 시아버님의 진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수양 정진하는 며느님 되시리라 믿습니다. 미소가득 머금으며 배독하였습니다. 좋은글 많이 올려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늘 건안 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2016-08-28 13:48	김경렬 작가님! 반갑습니다.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늘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격려의 글 감사합니다.

나와 다른 점을 받아 들여야

그들은 필요 이상은 원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