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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석희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08-23 13:31
ㆍIP: 124.xxx.224
박새의 순애보
박새의 순애보

강원도 춘천의 어느 식당에 매일 찾아와서 대형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는 한 마리의 암컷 새가 있었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러한 일이 반복되기에 ‘참 이상도 하지. 어찌하여 저토록 거의 같은 시각에 같은 일을 반복할까?
그리고 저 새의 종류는 도대체 무엇이기에 저런 끈기와 정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하고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을 초청하여 문의한 결과 그 새가 ‘박새’라는 사실까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식당 주인의 상상력과 끈기도 박새의 정성과 비슷한 정도가 아닐까 짐작되어 집니다.
그저 새의 일이려니 해도 아무 일이 없으련만 결코 피하여 갈 수 없는 깊은 인연의 고리가 있었는지 궁금증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보니 벌써 한참 전의 예사롭지 않은 일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러니까 한 일 년쯤 전의 일이었습니다.
날씨가 화창한 어느 봄날 한 쌍의 새가 공중을 날다가 투명한 대형 유리창을 향하여 쏜살같이 날아들었습니다. 그 새 부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번갈아 하면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하지만 아차 하는 순간 앞서가던 남편 새는 그 유리창을 창공으로 착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유리창이 너무나 맑고 깨끗하였기에 그랬던 것입니다.
하늘로 착각한 나머지 힘차게 날아간 새는 그 충격으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 후 날이면 날마다 슬픔에 잠긴 암컷 새가 날아와서 머리를 부딪치는 것이었습니다.
머리 부딪치기를 한 번만 하고 마는 게 아니라 수도 없이 반복을 합니다.
마치 독백을 하는 수만큼 부딪치는 것 같습니다.
‘나도 함께 죽고 싶다’
‘나도 죽어서 함께 가고 싶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
'나 혼자서 어찌 살라하고 당신만 그렇게 무정하게 떠난단 말입니까?'
하며 절규하는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부딪치고 쏜살같이 날아가 허공을 한 바퀴 맴돌고 나서 다시 부딪치기를 반복한 다음 사라집니다.
다음날 또 다음날 그리고 또 그 다음날...끝날 것 같지를 않습니다.
이제는 식당 단골 손님은 물론이고 춘천 시내의 화제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애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 옛날 젊었을 적에 유행하였던 가수 남진의 노래 중 한 소절이 떠오릅니다.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 번만 마음 주면 변치 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지...’
참 많이도 불렀었는데...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6-08-26 18:01
회원사진 		이석희 작가님!
설화같은 "박새의 순애보" 감동으로
배람하고 갑니다.
무더운 날씨에 늘 편안 히시기를
기언 드립니다.
   
이름아이콘 이석희
2016-08-26 21:36
회원사진 		정선생님!
오셔서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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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5 그들은 필요 이상은 원치 않았다. 2 이석희 2016-08-26
4 손자 돌보는 일을 놓으며 6 이석희 2016-08-25
3 박새의 순애보 2 이석희 2016-08-23
2 과일들과 나눈 이야기 4 이석희 2016-08-22
1 환영합니다 3 admin 201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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