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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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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렬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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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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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6-03-18 1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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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부 )
( 10 부 )
S가 사회에 복귀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한지도 벌써 7년이 되었다. 아들 민식이는 휴학계를 내고 군대에 자원입대를 하였다. 딸 주아도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아들은 사람을 좋아해서 선후배를 달고 다녔으므로 S는 그 치다꺼리도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이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하거나 하숙하는 애들이었기에 해먹이고 재워 주었다. 갈 때는 또 오라는 인사였는데, 이 녀석들은 자기를 좋아해 주는 어머니 뵈러 왔다며 넉살좋게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반대로 딸은 주관이 뚜렷하고 똑 소리가 나서 잔소리할 필요도 없었다.
딸 주아는 고3 담임선생님이, 대학입시 원서를 쓸 때 주관이 뚜렷해서 다른 과를 권하지도 못했다고 하였다. 결국 성적을 낮추어 천안에 있는 S 의대를 갔다. 주말이면 도서관에서 살았고 방학이면 농촌 봉사도 다니면서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그동안 S는 승진을 하여 어깨가 무거운 책임자가 되어있었다. 이제는 지방 단위로 관리를 해야 하므로 각 도시로 출장도 잦았다. 고단하고 피곤해도, 휴일이면 쉬지도 못한다. 주말이면 자녀들 돌보느라, 딸을 보러 천안으로 아들부대가 있는 철원으로 바쁘게 오갔다. 아들에게는 격주로, 내무반이 모두 나눌 수 있는 양의 음식을 차에 싣고 새벽이면 출발을 했다. S가 그렇게 정성을 들이는 건, 아들이 내무반 생활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 하리라 믿었기 때문 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중대장을 만났다. 그 분은 아들 첫 면회 때 우연히 차를 동승하게 되어 알게 된 분이었는데 공교롭게 그곳 중대장으로 승진이 되어 배속 되었다고 하였다. 그날도 중대장을 S의 차로 터미널까지 동승하게 되었다. 중대장은 차에서 민식이 칭찬을 해서 좀 의아 했지만 그날은 감사하다는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민식이는 말년이 가까워 상병을 달고 휴가를 나온다고 편지가 왔다. S는 아들이 휴가 오는 날,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해놓고 몇 시간을 기다렸다. 밤12시가 되어 택시운전사로 부터 택시비 5만원을 가지고 아파트 앞으로 나오라는 전화가 왔다. 부대에서 택시를 이용 한 줄 알았는데, 선임 두 명과 상봉 터미널에 와서 술을 마시고 아들이 부대에서 받은 휴가비도 술값으로 뜯겼다. 상봉동에서 신촌으로 가서 한명 내리고, 신촌에서 개봉동으로 한명 내려주고, 선임들의 따까리로 민식은 꼼짝없이 택시의 볼모가 되어 비로소 과천 집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이튿날 S는 어제 밤 황당한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민식은 좋아하는 선임이라서 그랬다는 말 이외는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군복을 세탁 하려고 벗은 옷을 정리 하려다 런닝셔츠에 붉은 핏물이 묻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S는 민식이 흠칫 놀라는 눈치를 재빨리 알아챘다. 순간 S는 민식의 티셔츠를 훌렁 걷어 올렸다. 아니 이럴 수가! 온몸이 피멍 투 성이었다. S는 아연 실색 말을 잃었다. 풀썩 주저앉는 어미를 부축하려고 벌떡 일어나던 민식은 으악! 소리와 함께 벌러덩 넘어졌다. 이무슨 날벼락인가? S는 아들을 다그쳤다. 실토를 하지 않으면 중대본부장에게 전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민식은 알았다면서 자초지종을 털어 놓았다. 상병을 달던 날 선임들은 축하식 이라면서 몽둥이세례를 했다고 했다. 전부터 조금씩 아팠던 허리가 이번 몽둥이세례로 덧 난 것뿐이라며 걱정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어날 때 마다 신음을 하며 걸을 때는 엉덩이를 빼고 걸었다. 즉시 대학병원으로 데려가 사진을 찍어 보았다. 급성 척추 탈출 증으로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였다. 귀대하면 유격 훈련이 시작 된다고 하였다. 주치 선생님은 지금 상태로 유격 훈련은 위험해서 절대 안 된다고 정색을 하셨다. 진단서와 소견서를 해당 부서에 제출 하면 육군병원으로 이송해 줄 것이니 그곳에서 수술을 받으라고 하였다. 며칠간 집에서 찜질을 하며 응급처치만 하다가 민식은 귀대를 하였다. 이튿날 유격훈련을 떠나는 날이다. S는 마음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S는 출근하자마자 아들 민식의 중대 본부로 전화를 걸었다. 때마침 전에 만났던 중대장이 전화를 받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그분은 명단을 살펴 본 후 10시 출발 조에 민식이 들어 있어 지금 출발 준비 중일 거라며 급히 불러 조치를 취하겠다고 S를 안심시켜 주었다. 수송부는 매일 트럭의 무거운 엔진을 들어내 청소를 하고 다시 안착시키는 훈련을 한다고 들었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두 주가 지나도 병원으로 나온다는 연락이 없다. S는 걱정이 되어 삼 주째 부대로 찾아갔다. 아들이 절뚝거리며 한 팔로 허리를 잡고 휘적휘적 겨우 걸어 나오고 있었다. S는 중대장을 찾아갔다. 그분은 민식을 불러 소상히 살핀 후 의무실에서 잘 보살펴주어 괜찮은 줄 알았다고 S에게 사죄를 했다. 민식은 처음 3일을 의무실에 있다가 복귀하여 매일 트럭 엔진을 들어내는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마다 신병의 도움을 받았지만 척추에 무리가 와서 걸을 수 없도록 악화 되어 있었다.
중대장은 특명으로 의무실에 대기하도록 조처를 취한 뒤, 창동 육군 병원에 병실 이 나는 데로 입원을 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S는 걷지도 못하는 아들을 부대에 남겨두고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운전을 하면서 돌아오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 없었다. S는 운전을 하면서도, 생명을 걸고 난산을 했던 아들, 약을 먹고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려고 허둥지둥하던 때를 떠올리며 가슴을 쳤다. 드디어 민식이 수술이 결정되고 담당 군의관이 부모님 면담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한달음에 달려가 군의관과 면담을 했다. 밖에 데리고 나가 대학병원에서 수술을시키는 부모님도 계시므로 상의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세브란스에서 100여차례 수술 경험이 있으므로 맡겨 주시면 최선을 다 하겠다며 친절하게 명함을 주었다. S는 민식 아버지와 상의해서 가부를 연락드리겠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S는 남편에게 군의관에 대해서 확인을 해 보도록 부탁 하였다. 척추에 권위 있는 유명한 교수님의 수제자라는 사실에, 안도하고 군의관에게 수술 하겠다는 의사결정을 전했다. 군의관은 믿고 맡겨주어 고맙다고 하였다. 며칠후 드디어 수술이 끝나고 민식이 마취 상태인체 병실로 나왔다. 정신을 차리자 S는 새벽같이 끓여서 보온병에 담아온 미음을 한 스픈 씩 떠 넣어 주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민식은 엄마의 정성을 마다하지 않았다. 민식은 엄마의 지극한 사랑을 한술씩 받아먹으며 엄마 몰래 눈시울을 훔치고 있다. 민식은 옆 베드의 수술 환자도 미음을 챙겨주고 있는 엄마가 자랑스럽다. 오후 4시가 되면 일반 보호자는 퇴실을 해야 한다. S는 저녁에 먹을 미음과 갈아온 과일 쥬스를 나눠 먹으라며 민식이 간병하는 신병에게 보관하고 돌아왔다.
민식은 매일 엄마가 해오는 음식이 기다려졌다. 무엇보다 수술 동기들과 나누는 음식 이었기에 더 즐거웠다. S는 고단한줄 모르고 새벽마다 음식을 장만하여 아들같은 동료 환자에게도 영양 섭취를 하도록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창고 같은 병실에는 수십 개의 빈 베드 중에 수술 환자 네 명만이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상하게 그 사병들은 부모 형제가 찾아오지 않았다.
수술한지 3일째 되던 날, 민식이가 있던 부대에서 신병이 민식의 책과 옷 보따리 싸들고 왔다. 민식이는, 옷은 맞는데 책은 제 책이 아니라고 하였다. 신병은 못된 선임 세 명이 헌병대에 잡혀 갔다고 했다. 그때 주인에게 돌려주는 물건이 수북 했는데 이 책에 민식이 이름이 적혀 있어서 가져 왔다는 것이다. 처음 수송대에 배치 받았을 때 선임이 자동차 정비에 관한 도서를 주문하라고 했다. 그때가 93년 봄 이었다. S는 민식이가 수송대에 배치되어 정비사 자격증을 따겠다는 편지를 받고, 이십오 만원을 부쳤던 기억이 났다. 책이 부대로 오자 선임이 자기부터 공부해야 한다며 가로챘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복이며 양말까지 신병들의 몫을 못된 선임들이 가로 챘다는 것이다. 휴가 다녀온 신병들 용돈을 빼앗고 반항하면 기합을 주었다, 당한 졸병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떤 사병은 부모가 손을 써서 전출을 시키기도 했었다고 하였다. 결국 터질 것이 터진 모양이다. 심하게 괴롭혔던 선임은 죄질이 나빠서 유치장에 갇히고 두 명은 철책이 있는 비무장지대로 전출이 되었다고 전하고 갔다. 민식은 책만 봐도 화가 치민다고 도서대에 꽂아 놓으라고 했다. 민식이는 수술이 잘되고 예후가 좋았다. 살살 걸을 수 있게 되었을때, 군의관은 의가사 제대를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부대로 가지 않고 바로 전역이 되어 집으로 퇴원하라고 하여 다행 이었다. S는 돌아오는 길에 아들 민식에게 얼마 전에 만났던 소령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술 전에 군의관 면담이 있던 날, 창동 행 열차 옆자리에 한명의 소령이 올라와 앉았다. 그 소령은 S에게 창동 어디까지 가느냐고 친절하게 물었다.S는 아들이 아파서 수술 예정이라 육군 병원에 군의관을 면담하러 간다고 했다. 친절한 소령은 어쩌다가 수술까지 하게 되었냐고 하면서 S를 위로해 주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S는 아들이 입원하기까지 경위를 대충 들려주게 되었다. '소령님 부대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지도해주기 바란다' 는 당부도 했었다. S는, 혹시 장교 모임에서 이 사실이 밝혀진 건 아닌지,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 놓았다. 그 말을 들은 민식은 가능성은 있지만, 아무튼 너무 곪아서 어디서든 터질 문제였다고 S를 안심시켜 주었다. 다행인 것은 병원에 누워 있을 때 감사가 시작 되었는데, 전출 간 병사까지 찾아가 증언을 들었다고 하였다.
“이제 말하지만 총으로 쏴 버리고 싶었어요, 엄마 얼굴이 떠올라 꾹 참았어요!” S는 깜짝 놀랐다.
“안되지, 그럼, 잘 참았어! 참는 자에게 복이 온 단다! 과연 내 아들이구나, 고맙다, 너도 새 인생이 시작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 약자에게는 힘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해라!”
민식은 이런 모습의 엄마가 자랑스럽고 멋지다는 생각을 하면서,
“네 ! 어머니! 그렇게 노력 하겠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하였다.
민식은 차창 밖의 싱그러운 공기를 듬뿍 들여 마시며 지옥 같았던 군대를 벗어났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민식은 갑자기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S도 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집을 향해 달렸다.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 이리~~~
자동차는 어느새 사당동 고개를 넘어 아들이 그리던 집이 있는 과천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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