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07-19 23:30

ㆍIP: 61.xxx.81

호적이 없는 청년
호적이 없는 청년
김 경 렬

병원 상담실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전에는 원내 입원한 환자들을 라운딩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내방 상담은 주로 오후에 이루워진다. 그날은 회의가 있어서 간호부로 올라가려는데 급히 부르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턱밑에 주먹만한 혹이 달려서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청년이 거동도 불편한 듯 뒤뚱거리며 급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시간을 내달라며 진료를 받고 상담실로 찾아오겠다고 말 한 뒤 진료실을 향해 힘들게 걸어갔다. 회의가 끝나고 돌아와 보니 그 청년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한잔씩 마주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 상담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화상으로 온몸이 일그러져 바늘로 찌르는 통증에 시달리며 밤에는 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날밤을 새운다고 하였다. 이렇게 사느니 죽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마침 새로 오신 상담선생님이 경험 많으신 분이란 소문을 듣고 죽기 전에 상담한번 받고 싶어서 왔다고 하였다.

청년은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고 삶에 대한 자괴감이 매우 심했다. 그의 고통을 알아주며 공감해 주는 지지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였다. 6개월째 고된 치료와 이식 수술로 마음이 피폐해진 것일까? 거칠고 도전적이었다. 눈빛이 분노로 가득하고 부정적인 요소와 파괴적 성향마저 다분해 어떻게 다뤄야 할지 시간이 필요 했다. 궁여지책으로 일차 상담을 종결하기 위해 숙제를 내 주기로 했다. 이렇게 큰 고난을 잘 이겨내고 있음을 치하해주고 죽는 것은 언제나 할 수 있지만 죽기 전에 할 일이 있다고 했더니, 눈을 크게 뜨면서 이 꼴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죽어야할 사람이었다면 그 큰 화재에서 살아날 수 있었겠느냐 ‘세상에 쓰여 질 그릇’ 이기 때문이라 느껴지므로, 이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도록 권유 하였다. 청년은 살아야할 이유가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열심히 고민해서 그 깊은 뜻을 찾아보겠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2주후 청년이 찾아왔다. 오자마자 쇼핑백에서 커다란 커피 한 병을 꺼내더니 올 때마다 타먹을 거라며 사양을 못하게 못을 박았다.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좋은 느낌이다. 표정도 밝고 생기가 돌았다. 청년은 좀 전에 가져온 디 카페인 커피를 한잔씩 타놓더니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늙으신 부모님과 형이 있으며 자신은 밖에서 낳은 아들이라고 하였다. 제주도에서 물어물어 찾아온 생모는 혼인한 아버지에게 부인과 자녀가 있는 것을 알고 두 살짜리 아기를 두고 떠났다고 하였다. 이후 큰어머니 손에 자랐으며 농사철에는 여동생과 함께 외양간기둥에 길게 끈으로 묶여 있었다고 했다. 큰어머니는 들에나가 늦게야 들어오셨고 우리는 송아지 따라서 어미소 젖을 빨아 먹기도 하고 여물통에 콩을 건져 먹으며 송아지와 놀았다.고 하였다. 어느 날 동생이 여물통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는데 큰어머니가 돌아와 땅을 치고 울었다. 그때까지 호적이 없던 청년은 여동생 호적으로 살아가는 운명이 되었다고 하였다. 마침 여동생이 남자이름이어 다행이었지만 성별은 남자가 여자로 살게 되었으니 기막힌 일이 아닌가?

청년은 대학까지 남녀 공학으로 다닐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취직을 포기하고 양식집을 운영했다. 다행이 저축도 꽤 많이 하였다. 전공 쪽으로 사업을구상 하던 중요한 때에, 주방의 가스 폭발로 대형 화재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종업원을 구하려다 옷에 불이 붙는 바람에 얼굴만 멀쩡하고 두 팔과 온 몸이 중화상으로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병원 중환자실도 남녀 구별이 없어서 2개월은 잘 지냈으나 병실배정 때는 여자병동으로 옮겨져서 불편함이 많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손가락을 펴는 수술과 턱밑에 혹을 잘라내어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며 턱 밑에 혹을 애지중지 하였다. 이식을 할 피부를 계속해서 길러내야 한다고 한다. 고생이 말이 아니다. 드라마 같은 청년의 기구한 운명을 들으며 가슴이 저며 왔다. 간호부와 협의하여 입원 때마다 특별히 신경 쓰도록 해결 되었다. 청년은 제집처럼 들락거리며 수많은 사연들을 털어 놓았다. 그때마다 사연에 응대하며 함께 해결점을 토로 하면서, 화가 가득했던 눈빛도 차츰 부드러워지고 정서가 안정되어 갔다. 병원에 오는것이 죽도록 싫었었는데 이제는 기다려진다고 하였다.

피부이식 수술로 집에서 정양 중이라 한참을 볼 수 없었던 청년이 검은 양복 차림으로 찾아왔다. 그동안 집안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한다. 나이40 이 가깝도록 부친을 향한 원망과 미움으로 삐딱선을 타는 사고 뭉치였다. 부친의 용서도 받아드리지 않고 심지어 상속도 거부하여 부친에게 한 맺힌 상처를 안겨드린 아들 이었다. 부친이 입원을 한지 한 달이 되도록 문병조차 가지 않았다.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부친은 주치의한테 부탁을 하였다. 생존해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한번만 다녀가라는 주치의 전화를 받고서 비로소 찾아 갔다. 평생 강직하던 아버지 모습은 간곳없고, 찾아온 아들에게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는 나약한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펑펑 울고 있었다고 하였다. 뼈가 앙상한 부친의 손을 잡고서 그간의 불효를 용서해 달라는 아들에게 부친도 용서를 청하는 화해의 순간이었다. 온가족의 눈물바다 속에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시며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 장례를 치루고 삼오제를 끝낸후 상복을 입은체 곧바로 찾아온 것이다. 생전 처음 자식 노릇을 한것 같다면서 잘보내 드렸다는 마음에 칭찬을 들으려고 달려 왔다는 것이다. 농담 을 할수있는 그의 열린 마음이 고마웠다. 선생님께서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 은혜는 결코 잊지 않고 살겠다고 정중히 인사도 했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꿈을 위한 계획을 설계하겠노라고 굳은 의지를 보여 주었다. 그는 오늘도 훌륭한 사회사업가로 거듭나기 위하여 동분서주 하고 있다.

백낙은 2015-07-20 15:16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오늘도 삼복 더위에 오이냉국같은 이야기를 풀어 내 놓으셨네요. 정말 멋지십니다. 천하보다 더 귀한 한 젊은이를 파멸에서 건저내 새 삶을 살도록 만드신 훌륭한 멘토가 되셨군요. 저도 목회를 하면서도 언젠가는 상담학을 더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루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경찰서 열개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신 겁니다. 그 청년도 훌륭한 사회사업가가 되리라 믿고 작가님도 더 좋은 멘토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감명깊게 배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박목철 2015-07-20 19:38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사람들 중에는 참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있나봅니다. 다행히 김경렬 작가님의 따뜻한 조언에 세상에 대한 증오심이 많이 희석된듯 하여 다행입니다. 남의 아픔을 내것으로 하여 삮이지 않으면, 진정어린 상담이 어렵겠지요, 좋은 일 하십니다. 글도 잘 읽었습니다. 더운 날씨,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김경렬

2015-07-20 22:28

위원장님! 더위에 안녕 하신지요
이글은 20년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후 불량소년을 양자로 삼아 그아이를
모범생으로 키우며 유학을 준비시킨다고 하였지요.
어느날은 꽃바구니가 배달되어 잘못 왔다고 돌려 보냈더니
직접 들고 나타나서 꽃 바구니 한번도 받아보지 않은 티를 낸다며
꽃속에서 카드를 꺼내 주며 촌스럽다고 놀려서 챙피스럽기도 했답니다.
신랑한테도 못받아본 꽃 바구니의 추억을 안겨준 셈입니다.
병원을 떠나면서 소식이 끊어 졌지요.
졸작을 배람 하시고 분에 넘치는 덕담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보답코져 열심히 퍼 올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위에 강령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작가님. 저도 목회를 할 때는 어려웠지만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몇몇 분들이 어렵게 찾아와 점심 사주고 봉투 주고 가곤 한답니다. 그 보람으로 인생을 사는거지요. 작가님도 이 땅에 사시는 동안 많은 보람됨의 보상이 주어지리라 확신합니다. 작가님이 받지 못한 보상은 하늘에서도 준비 되어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7/21 09:14

김경렬 2015-07-20 22:35	박목철 작가님! 부지런 하십니다. 일본을 옆집 마실가듯 하십니다. 덕분에 앉아서 호강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 하시고 자주 방문을 열어 주시기 바랍니다. 찾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찬열

2015-07-24 16:53

김경렬 작가님 내려주신 글향에서
청년은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고 삶에 대한 자괴감이 매우 심했다.
그의 고통을 알아주며 공감해 주는 지지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였다.
6개월째 고된 치료와 이식 수술로 마음이 피폐해진 화자의 내용이
남의일 같지가 않아 가슴에담아 배독했습니다.

저역시도 2만2천 9백볼트의 감전 사고로 너무많은 이식 부위
때문에 대중목욕탕을 못갑니다.그러면서도 통증에 시달릴때는
살아있는 자괴감에몸부림칠때가 수시로 받곤 합니다.
"저는 호적이 없어요" 를 탐독하며 내일만 같아 가슴 저밈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안 하세요


김경렬	그런 엄청난 일을 당하셨군요 얼마나 고통 스러우십니까? 백 낙은 작가님이 늘 정작가님 몸 걱정을 하셔서 의아 했는데 그러셨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시고 애쓰시는 마음에 찬사를 보냅니다. 작가님! 늘 건강 하시고 승필 하시기 바랍니다.	7/24 20:45

장선희 2015-07-27 21:38	김경렬 작가님 고통이 있는자에게 희망의 메시지 한마디가 인생을 좌우하기도 하지요. 저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사랑이 넘치는 이 방이 따뜻합니다. 건필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김경렬 2015-07-27 23:57	어이쿠! 장선희 시인님! 어서 오세요 이동네는 한적하고 조용해서 새손님이 오시면 버선발로 반깁니다. 좋은마음으로 귀한말씀 감사합니다. 건강 하시고 자주 놀러와 주시면 서재가 빛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10 부 )

싸리나무 회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