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영화를 감상하던 날 [글/정 찬 열]

뜨거운 열기가 밀집된 도심의 아스팔트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일요일 날이다. 이렇게 뜨거운 열기에 발악하듯 울려대는 매미 소리는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를 메아리 되어 울려댐일 것이다. 평일이면 그래도 사무실에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시간을 보낸 탓인지 별로 더위를 느끼지 못하고 넘어가는 삼복 더위다. 너무 더운 탓에 산행을 가는 것도 무리다. 그런가 하면 어린애들이 없어 더욱이 바닷가나 물가를 찾아가는 것도 생뚱맞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오랜만에 문학 서재에 댓글을 달고 있는데 아내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다. 너무나 더우니 극장에서 시간 보내기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올봄 막내딸을 결혼시키고 나서 부부만 사는 처음 맞는 여름이다. 그렇다고 부부가 에어컨을 틀어놓고 TV만 보고 있는 것도 지루함이다. 나는 평소에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걸 알기 때문에 아내의 제안도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같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어디로 가서 무슨 영화를 볼까요? 하니 아내는 휴대폰으로 이미 검색을 해놓은 모양이다. 수완지구 롯데 시네마에 “인천 상륙작전” 보러 가겠느냐고 한다. 최근 심심찮게 TV에서 예고하는 광고를 보았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그때 시간이 11시 20분이다.

부랴부랴 준비를 서둘러 11시 30분경에 집을 나선다. 사전에 예약해둔 영화 표가 없으므로 일찍 서둘러 현장에서 표 예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그곳 영화상영관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2~30분 정도 걸린다. 예정대로 11시 55분경에 도착하여 먼저 영화매표소가 있는 4층으로 가라 하고 나는 자동차 주차를 위해 좀 늦게 4층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있었고 매표 열에 합류하여 어렵게 12시 40분 상영하는 표를 구매했다고 한다. 그런데 점심이 참 애매했으나 부부가 간단하게 가까운 곳 백화점 음식점에서 냉면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는 6층 상영관에 숨 가쁘게 도착하니 이제 막 시작 직전이었다. 휴~하는 한숨이 나온다. 인천 상륙 작전하면 대부분 사람이 시커먼 선글라스를 낀 맥아더 장군과 유엔군을 떠올린다. 상영관 앞 포스터 역시 마도로스 담배 파이프를 입에 물고 시커먼 선글라스를 낀 맥아더 역에 ‘리암 니슨’의 영화 포스터가 그렇게 떠올린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사흘 만에 서울을 함락당하고 한 달 만에 낙동강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 지역의 전세를 뒤바꿔 놨다. 영화 속에서 맥아더는 6.25 전쟁 발발 직후 비밀리에 한국을 방문한다. 거기서 혼자 참호를 지키고 있는 소년병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작전 성공의 결의를 다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여러 문헌에 따르면 맥아더는 6.25 전쟁 발발 직후 1950년 6월 29일 한강 전선을 시찰하면서 한국군을 만났다고 전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신동수 씨(6.25 전쟁 당시 일등병)는 ‘왜 후퇴하지 않느냐’고 묻는 맥아더에게 ‘상관의 명령이 없으면 죽어도 후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맥아더는 ‘꼭 지원군을 보내겠다. 고 화답했다. 당시 육군 3사단(백골 부대) 소속으로 서울 영등포 진지를 지키던 그는 총상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영화 속에서 연합군은 태풍 캐지 아(Kezia)를 뚫고 인천으로 향한다. 해상에서 태풍의 세력권에 들어간 연합군 선단은 높은 파도로 어려움을 겪지만, 태풍을 뚫고 인천 앞바다에 무사히 도착하게 된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실제 인천상륙작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제 인(Jane)과 캐지 아(Kezia) 두 개로, 두 태풍의 이름이 모두 영화 속 대사로 등장한다. 인천상륙작전을 연기할 수 없었던 맥아더는 9월 11일, 태풍의 영향권이 가장 약한 방향을 골라 전 함대의 인천 진군을 명령했다. 함대는 거친 항해를 했지만, 예정대로 인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또한, 사전에 계획된 팔미도의 등대를 밝히는 것을 신호로 인천에서 북한군의 병참선을 공격함으로써 북한이 우위에 있던 전쟁을 반전시킨 상륙 작전이다.

이 영화를 실감 나게 연기한 사람은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 진세연, 정준호 등 쟁쟁한 스타들의 연기력이 흥행을 이끌게 한 것 같다. 특히 이범수의 연기력이 뛰어났듯이 어쩌면 이번 ‘인천상륙작전’에서 새삼스레 놀란 이범수의 연기력 역시 당연한 결과일지 눈길을 끈다. 평소에 영화관에 앉으면 중간에 재미가 없어 잠을 자 버린 데. 이날 따라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은 실감 나는 연기력 때문일 것이다. 우리 부부는 좀 더 시간을 영화관에서 보내자는 속셈에서 같은 영화관에 상영하는 또 한 편의 영화를 택했다. 그로부터 1시간 50분 후에 상영하는 액션 영화 맷 데이먼 에 “제이슨 본” 영화였다. 내 평생 하루에 두 편의 영화를 감상한 것은 처음으로 기록된 날이다.

2016년 07월 31일 기(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