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정 찬 열]

내가 지난해 10월에 몇 년을 미루어오던 탈장 수술을 했다. 평소에 생활하는 데는 커다란 불편이 없었는데 나이가 먹다 보니 그것도 힘들게 하나보다. 어느 날 두 시간 이상 걷고 서 있는 시간을 갖다 보니 견디기 힘들게 부어오르며 통증이 수반 되는 것이다. 이제 처음인 것이 아니고 가랑이 양쪽을 한 번씩 했는데 또 그것들이 재발한 경우라서 빨리 알 수가 있었다. 탈장이란 남자뿐 아니고 여자들도 발생하지만 대부분 남자에게 더 많이 오는 질환이다. 전문가 의견을 빌리자면 탈장은 창자를 감싸고 있는 횡격막이 터져서 살갗 쪽으로 밀고 나오는 주로 아랫배 쪽에 일어나는 현상이란다. 그중에 횡격막이 터져 밀고 나온 창자가 신체의 고환부위로 흘러넘쳐 고환이 크게 부풀어 오른 증상이 옛날 사람들이 말하는 태산 붕 알(불알의 방언)이 있다. 또 하나는 횡격막이 터지면서 아랫배와 가랑이 앞부분 아랫배 쪽으로 부풀어 오른 것이 있단다. 두 가지다 그 증상이 심하고 오래 두면 창자가 상하여 위험하단다.

저희 아버지께서도 오래전부터 후자로 된 탈장을 알아 오시며 자식한테도 숨기고 살아오시다 83세 때 들에 일을 나가셨다가 그 증상이 너무 심하여 부모님 근처에 사시는 셋째 아들의 차에 실려 광주의 중소 병원에서 수술하는데 무척 힘든 경험을 하셨다. 아버지께서 들에 일하시거나 오래 걸의 시다가 가끔 쭈그리고 한참을 앉아계신 것은 횡격막 안으로 밀어 넣느라 그랬던 것을 내가 직접 경험하고서 알았다. 우리 가족은 5남 2녀의 자녀들이 있었다. 그중에 장형님을 빼고는 네 명의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탈장으로 모두가 수술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아버지 유전자를 많이 닮았는가보다. 탈장 수술을 양쪽도 모자라 제발 하여 이번까지 네 번째 수술했으니 말이다. 물론 재발을 한 것은 예전의 의술 방법은 탈장 부위를 절개하고 늘어난 횡격막을 잘라내고 꿰매고 나서 그대로 살갗을 꿰매는 수술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 후로 나처럼 재발 환자가 늘어나자 지금은 횡격막을 꿰맨 다음 보조 인공 보호막을 붙이고 마무리를 하므로 거의 재발이 일어나지 않는단다. 나는 또 아버지께서 백내장 수술을 받으셨는데 나와 내아래 여동생이 백내장 수술을 하였으니 아버지 인자를 제일 많이 받고 태어났나 보다. 그런데 한 가지 탈장 수술 때문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내가 제일 처음으로 탈장 수술은 시골에 살고 있을 때 광주에 수술을 잘한다는 병원을 수배하여 입원 수술을 받았다. 그때가 그러니까 1979년도 무렵의 첫 번째 수술 이였다. 수술을 끝내고 저녁때 무렵에 부부 동반한 친구들이 병문안을 찾아 왔다. 그때의 병실은 지금처럼 칸막이 병실이 아니었다. 여관방처럼 개별 방을 쓰는 병실이었다. 한참을 이야기하며 놀던 중 평소에도 입담 좋고 웃기는 이야기를 잘하는 철수라는 친구가 배꼽 잡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웃음은 그만 수술 부위를 아무리 누르고 눈물을 흘리며 웃었지만, 생살 찢어지며 아픈 느낌을 받은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수술 후 무통 주사도 변변치 않은 때의 시절이다. 절대 만류해도 함께 있는 모두가 박장대소하니 이야기를 그치지를 않는다. 아픈 것을 참을 수 없어 내가 밖으로 조심스럽게 상처부위를 부여잡고 나갔으니 말이다. 한참 후 아픈 수술자리를 진정시키고 병실로 들어 왔다.

그런데 그 이튿날 소독을 하자며 환부를 보던 의사 선생님이 수술 자욱한 군데가 터졌다는 것이다. 그 일로 다시 꿰매고 하루를 더 늦게 퇴원하든 일이 있었다. 아무튼, 세월이 지나면서 주위를 보면 암 환자들도 그렇고 가족 중의 병력이 후세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걸 의사를 통해 알 수 있으니 우리 모두 부모님의 병력이 있는 곳을 자주 검진하고 사전 진단해야 함을 참작해야 할 것이다. 친구야! 네 탓을 하는 것이 아니다만 이번 재 탈장 수술도 그때 영향인 줄 모르겠다만 그래도 그때를 잊지 못하는 추억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