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수소문한 사람

이따금 울려대는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리면 습관처럼 발신자가 누구인지 들여다본다. 너무 많은 스팸 전화번호가 기승을 부리니 함부로 받기가 겁이 나서다. 누구에게나 다 그렇겠지만 조그마한 사업체를 갖고 있다 보니 감히 전화번호를 바꾸지 못한 채 오래도록 사용하고 있는 탓이다. 그나마 수없이 돈을 받고 많은 사람의 정보를 넘기는 현실에서 자칫 잘못하면 사기를 당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함부로 받기를 꺼리는 것은 받으면 광고성 전화 또는 대출을 해주겠다느니 보험가입을 권유하기도 하고 전화기를 구매하라 하기도 하여서다. 그래서 그런 광고성 전화를 다음을 위해 저장을 해두면 또 다른 전화번호를 사용하여 오는 일반 전화는 대부분 서울이나 대구 경기도 지역 번호가 주류를 이룬다. 그다음 받기를 거절해야 하는 전화번호는 인터넷 전화인 070-전화번호다. 다음은 1588, 1577, 1566, 등이다. 다만 내가 사는 지역에서 오는 062는 대체로 사업 관련 전화가 되어 다소는 안심이다. 그리고는 실명 가입 탓일까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는 대체로 안전하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2016년 10월 11일 오전이었다. 010-4577-6***노 걸려온 휴대전화가 있었다. 조금은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수화기로 들려오는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는 혹시 정찬*씨 핸드폰이 맞습니까? 하며 경상도 억양으로 들려오는 전화였다. 네 맞습니다. 제가 정찬*입니다, 라고 하니 상대방은 반가운 음성으로 혹시 저를 기억하실는지 모르겠는데요. 저! 40여 년 전에 봉황 파출소에 근무했던 조갑* 이란 사람입니다. 누구에게나 검찰이나 경찰, 세무서, 등의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앞서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방도 그 의식을 파악했는지 모르겠으나 아니 어떻게 알의 시고 이렇게 오랜만에 전화하셨습니까? “순간 뇌리에는 갖가지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잡념들” 그때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자기 평생 사는 동안 자기한테는 “딱 두 번째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어 꼭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전 한다.” 그때야 다소 안도의 생각으로 정말 오랜만입니다. 하면서 자초지종 안부를 물의니 나의 고향 봉황 지서에 근무할 때가 광주에 5.18이 나던 해가 4년째였는데 5, 18 이후로 광주사태에 충격을 받아 현직을 그만둘까 말까? 몇 차례나 망설이다가 낯 설은 부산으로 전근 지망을 하였다고 한다.

통화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상대방을 생각해 내느라 지난날을 되돌려 생각해본다. 그러니까 내가 1986년 무렵 광주로 이사 오기 전까지 나는 나의 고향에서 1969년도에 고향 땅에 전기가 처음 들어올 무렵부터 전파사를 운용하며 열심히 살아온 젊은 시절이었다. 그 덕분에 젊은 나이에 돈도 많이 벌었고 고향 땅 수많은 분 앞에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열심히 살면서 객지에서 오신 분들 한 테도 깍듯한 친절과 예절을 다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 후 70년 3월부터 1972년 11월까지의 군 생활을 빼고는 줄곧 고향 땅을 지키면서 명절이면 각 마을 노인정을 찾아 위문도 하였다. 또한, 1975년 1월 결혼 후 더욱 사업을 확장하여 관내 농약 상회를 하면서 농촌의 농사 짖는 지도사 역할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그뿐인가? 직접 45여 평 되는 농장을 사들여 손수 우리 고향 황토밭에 잘 자란 수박, 무, 배추 농사 등까지 젊음을 불태운 시절이었다. 82년도 무렵에는 부모님이 사시는 선동 마을 뒷산 500여 평을 목축농원으로 허가를 받아 이탈리아에서 수입해온 젖소를 키우기도 하며 동분서주하는 것도 모자라 1983년도 무렵에는 나주화물 4.5톤과 2.5톤 영업용을 사들여 기사를 채용하여 운수업을 하기도 하였다.

순간순간 기억을 더듬으니 알 듯도 하면서 조갑*이라는 순경 생각이 떠오른다. 내 첫 번째 아들이 3살 무렵 무척 예뻐하는 순경이 있었으니 말이다. 조갑* 선생님 그런데 어떻게 내 전화를 알 수 있으셨지요? 옛날 같으면 쉬운 일이지만 요즘 시대는 신상의 비밀 보호 때문에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분은 한사코 나를 찾은 흥분에 들떠 이야기를 계속한다. 인터넷으로 정찬* 이라는 사람을 찾으면 수많은 사람이 나오기는 하는 데 정작 내가 어디에 사는 것을 몰라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생각다 못해 유선 전화로 봉황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내 이름을 대며 그 무렵 지서에서 10여m 지점 네 번째 북쪽 도로변에 살았다며 찾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내가 광주에 사는 것만 알뿐 지금도 사는 양회* 후배가 있다. 그 사람한테 묻고 내 당질 상환이가 살고 있어 그곳을 가르쳐 준 모양이다. 그 당질은 당연히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그럼 조 선생님은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하고 내가 묻자 그때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을 자원하여 처음 발령지가 부산 구포 파출소였다는 것이다. 전라도 사람이 부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지역 편파주의가 심하던 1980년 후반기 때였으니 말이다. 지역을 평정해보겠다고 전라도와 경상도를 잊는 2차선 88고속도로를 1988년 전두환 대통령이 개통식을 했을 때니 말이다. 그곳에 가서 남모르는 설움과 괄시를 받아가며 성심껏 열심히 살아 지금은 경찰을 퇴직 후 부산의 사상구에 아담한 2층 주택에서 1남 1여를 낳아 딸은 혼인을 시키고 이제 아들만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어 머지않아 결혼을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업으로 애들 서예(書藝)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신다. 참! 부지런하신 사모님께도 꼭 안부를 전하라는 것이다. 나는 집으로 들어와 자초지종을 예기하며 살다 보니 세상에서 내가 좋아 수소문 끝에 찾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조갑* 순경 생각이 잘 안 난다며 사진을 좀 보내보라고 한다.

아차! 그 생각을 못 했구나! 나는 예의상 우리 가족 사진과 우리 부부가 찍은 사진을 먼저 휴대전화로 보냈다. 얼마 후 그쪽에서도 그 시절의 부부간 사진과 현재의 본인 사진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세월이 많이 흘러 정 사장님은 많이 변했는데 사모님은 그대로라며 참 너무 반가우니 한번 놀러 와달라고 한다. 지금도 노부모님은 순천에 살고 계신다고 전한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언제 순천까지 오시는 시간 있을 때 이곳 광주까지 전화 사전에 주시고 들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이다. 서로가 얘기하다 보니 나보다는 두 살 아래였다. 낮 설은 타관에서 적응을 위해 현직일 때는 기독교도 다녔단다. 말년 무렵에는 종교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어 불교며 천주교도 열심히 공부해보니 종교는 거의 거기서 거기여서 지금은 조상의 제사도 지내면서 침술이며 약제 공부도 곁들여 소일하고 있다고 전한다.

나 역시 내 이야기를 감출 수가 없어 광주로 이사 후 직업을 전기공사업으로 살아오다 2008년 회갑 일을 일주년 남겨둔 2008년 2월 4일에 전기 감전사고로 사경의 문턱에서 지금도 약을 먹으며 살아오고 있다고 했다. 그 후 팔을 쓸 수가 없는 장애인이 되어 취미 생활로 좋아하던 낚시며 골프도 할 수가 없어 문학에 등단하여 글이나 쓰면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이 허락될 때 꼭 한번 제2의 고향 같은 오래전의 근무지도 볼 겸 찾아오겠다고 했다. 우리는 2~3일이 멀다 하고 안부를 전하며 전화를 한다. 내가 과연 그분한테 기억이 남을 만큼 그런 사람이었는 가를 몇 번이나 생각하면서…!

    2016.10.25. 기(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