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정 찬 열]

평소에 고향향우회에서 가끔 만나는 노장 고문으로 계시는 선배님으로부터 자기 따님의 가야금 독주회 초장 장을 건네받았다. 일정은 2016년 06월 01일 오후 7시 30분 빛 고을 국악 전수관이었다. 평소에도 나를 친아우처럼 대해주시던 고향 선배님이시기에 나로서는 한 번도 참여해보지 않은 낮 설은 가야금 독주회였다. 망설임. 끝에 우선 축하를 위해 삼단 화환을 행사장으로 보냈다. 1남 6녀를 둔 노 선배님의 다섯째 딸이라며 건네준 초청장을 열어보았다. ‘중앙대학교 한국 음악과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 전통 문화예술대학원, 을 졸업하고, “現 국립 국악 관현악단 단원”이며 “(사)한국 가야금 연주가 협회 회원” 국립국악 관현악단 수석 단원으로 되어 있다. 또한, 2007년 “한 스타일 런던 로열 앨버트 홀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8~9회의 주요국 내외 공연 경력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1992년 전주 대 사슴놀이 일반부에 입상하는 수상 경력도 있었다. 고향 선배님의 따님이 이토록 국악계에 훌륭한 재능을 키우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다져온 명성을 고향 광주에서 펼쳐 보고 저 독주회를 가진 것이란다. 나는 서둘러 저녁을 먹고 집사람과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막내딸을 시집보내고 분주한 살림살이 정리 등을 도와주다가 몸이 편치를 못하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서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광주 서구청에서 운영하는 빛고을 국악 전수관을 찾았다. 다소 늦게 당도하니 주차장이 만 차 되어 불가피 도로변에 주차하고 공연장에 들어갔다. 벌써 많은 사람이 관람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 진행하는 독주회는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로 故 성금연(1923~1986) 명인에 의해 완성된 산조란다. 가야금 산조의 대표적인 유파 중에서 가장 화사하고 경쾌하며 보편적으로 연주 되고 있단다. 또한, 섬세하고 화려하며 발랄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면조를 중심으로 짜인 애절한 선율과 경쾌한 경드름 선율은 산조에 감칠맛을 더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150여 석이 갖춰진 지하 공연장은 관람석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래 무대에는 방석을 옆에 두고 장구와 마이크가 준비되었다. 예정된 시간이 다 되어가니 검은 드레스 차림의 미모의 사회자가 오늘 공연을 하는 김미경 연주자의 간략한 양력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목원 대학교 한국 음악과 교수이며 한밭 국악 관현악단 감독 겸 상임 지휘자인 ‘이 태백, 고수를 소개했다. 소개한 본인은 오늘의 주인공과 대학교 동창이며 절친한 친구인 영화배우며 국악인 ‘오정해, 사회자였다.

연황색 한복을 걸치고 머리를 단정하게 올리고 가야금을 들고 들어온 주인공 김미경 연주자였다. 그리고 곧 뒤따라 들어온 고향이 목포인 명성 있는 ‘이태백, 고수가 들어와 두 사람이 청중에게 가벼운 인사에 우레 같은 박수를 시작으로 객석에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장 내에는 가슴을 울리는 오직 열두 줄 가야금 소리와 장구에 맞춰 얼쑤 하는 고수의 메김소리뿐이다. 숨죽일 듯 조용한 가운데 이따금 객석에서도 두서너 사람의 얼~쑤 뒤 메김을 하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온다. 나는 진양조장단, 중모리장단, 중중모리장단, 굿거리장단이 어쩌고 해도 깊이 도는 모른 체 선배님이 권한 객석에서 흥에 빠져 관람할 뿐이다.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계속되는 숨 막히는 공연이 끝나자 일어서는 사람 소리를 지르며 우렁찬 박수가 쏟아진다. 뒤늦게 알고 보니 객석에도 오늘 주인공의 사사이신 지순자 명인을 비롯하여 임 영진 명창 등 몇 분의 선배 단원들이 자리한 모양이다. 나이를 먹은 탓일까? 애향 정신일까? 살다 보니 나에게도 국악을 관람하는 시간도 있다고 하며 장한 딸을 둔 고향 선배님에게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김미경 연주자에게 힘찬 축하에 박수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