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9-03-28 17:15

ㆍIP: 175.xxx.194

진눈깨비,

근래 들어 겨울에도 눈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어쩌다 내린 눈도 쌓일 틈도 없이 녹아버리거나 쌓일 만큼의 적설량을 보이지 못하는 탓에
겨울 하면 떠 올리는 하얀 눈이 덮인 산야보다는 잎이 저버린 앙상한 나뭇가지와 황량한 들판의
삭막함이 겨울을 실감하게 할 뿐이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기까지 응달진 곳에 남아 있던 잔설이나
도롯가에 밀쳐놓은 눈은 옛이야기 속의 겨울 풍경으로 기억 속에만 남을지도 모른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도 세월에 바래질 때쯤이면 좋았던 추억으로 슬그머니 자리바꿈을 한다
폭설이라도 내리면 교통이 끊기는 탓에 먼 거리를 걸어야 했고, 통행 금지로 귀가하지 못해 낯선 이들과
여럿이 한방에서 통행 금지가 풀릴 때를 기다리던 고단했던 일들까지 오랜 사진첩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낯설고 촌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입가에 미소가 돌게 하는 게 세월의 망각 아닌가,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부족하고 찌든 가난이 물씬 풍기는 낯섦이 오히려 안온함으로 추억을 반추(反芻)
하게 하다니, 추억 속의 눈은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기승을 부리던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따뜻한 봄볕에 이젠 완연한 봄이구나 할 지음, 눈이 내렸다.
대명콘도 거실 창을 통해서 바라본 눈내리는 풍경은 봄눈이라고 하기에는 자못 기세가 대단했다.
흔히 봄에 내리는 눈을 춘설이 분분(紛紛)하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고, 또는 진눈깨비라고 한다.
하늘에서 분명히 눈이 내리는데, 땅에 쌓이는 눈이 없으니 분분하다는 외에 달리 마땅한 표현이
없겠다. 또,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어도 눈은 간곳이 없고 흘러 내리는 것은 빗물 뿐이다.
그래서, 봄눈은 눈으로서의 존재를 잃은 진눈깨비 일 뿐이다.

앞이 안 보일만큼 기세좋게 내리는 눈을 보며 겨울이 슬며시 물러가기 아쉬우니 한바탕 심술을
부린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언제 눈이 내렸나 싶게 눈은 그쳤고, 땅에는 잔설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약간의 물기가 남아 애써 뿌린 눈의 허망한 허세를 위로 하는 듯 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은 나고(生) 크고(長) 거두고(收) 자고(藏) 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날고 긴다며 기세를 떨치던 분들도 이런 우주의 질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달도 차면 기울고, 산을 올라 정상이 가까워 지면 내리막이 기다린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이런 우주의 질서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이다.
어쩌면 이런 우주의 질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이 땅에 사는것이 복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겨울이고, 언제나 여름인 곳에 사는 사람은 삶의 이치를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항상 봄이고 늘 꽃이 피어있다면, 겨울을 견뎌내고 피우는 꽃의 힘겨운 과정을 모른다면,
꽃은 그냥 꽃일 뿐이고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

봄에 활짝 싹을 틔우고 한여름에 열심히 성장하고 가을에 씨를 맺어 겨울잠에 대비하는
식물의 삶이나, 사람의 인생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세상의 이치는 순환의 순리에서 벗어난
삶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성인이라고 우러르는 석가나 예수님께서도 삶의 순리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셨다.
"내가 왜 죽어야 해?" 훌훌 털고 하늘로 오르셨다면?
계절을 잊고 맹렬히 눈을 퍼부어도 봄볕에 스러지는 진눈깨비,
나는, 네 삶은, 인생길에서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

진눈깨비, 소운/박목철

계절을 잊고
진눈깨비를 뿌렸다
등 떠미는 봄이 야속해
본때를 보이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봄에 웬 눈이래?"
편이 없어 서러웠다
하얀 세계를 기대했는데
스러지다니
未練을 놓지 못한 執着이 아프다.

김경렬

2019-03-28 22:20

지난 겨울은 특히 눈쌓인 길을 잠시 걸어보았을뿐,
날씨 마져 별로 춥지않았던것 같습니다.
얼마전엔 춘설이 휘몰아 치고 우박이 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기상 이변이 아닌가합니다.
진눈개비 잘 배람하였습니다.
봄의 생기 받으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저는 추운것을 싫어해 온난화를 반기긴 했지만 겨울이 없어진듯 해서 아쉽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요즘은 날씨가 정해진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여름이 하도 더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따사한 봄볕에 행복하시고, 창작의 꽃을 피우시기 바랍니다.	4/9 10:37

김상훈

2019-03-30 04:43

제법 오래전 제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구 소련으로 유학가더니
러시아로 바뀐 뒤에도 지금까지 눌러 살고 있고
또 한 명은 발리로 여행을 갔다가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있는데
그들에겐 뚜렷한 공통점이 있더군요.

향수병이 문제가 아니라 젊은 나이임에도
나이 든 사람들처럼 몸 곳곳이 자주 아프다는 겁니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습니다.
동일한 기후에 너무 오랫 동안 노출되 있는 탓이지요.
음양의 이치를 거스른 탓일까요?

저도 종종 느낍니다.
봄 가을이 빠르게 환치기당하긴 해도
사계절이 있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행복한 나라인지를요.

4월의 신부가 바로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박목철	외국에 살고 있는 분들을 보면 물질적 풍요는 누리는듯 해도 행복해 보이지 않더군요, 아무리 좋은 걸 봐도 뭔가 허전하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좁은 땅에서 아귀다툼을 하는 삶이긴 하지만, 이땅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한번도 외국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습니다. 정신을 놓고 있을 겨를도 없이 바뀌는 계절의 자극에 적응한 탓이지요, 이제 무더운 여름이 또 오겠지요, 따뜻한 봄날의 햇살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4/9 10:41

장춘희

2019-04-01 19:54

뚜렷한 사계절이 우리나라의 자랑이었는데
이제는 사라질까 두렵습니다.
우주의 질서가 과학으로 인해
파괴되는 것 같습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예측이 불가한 요즈음 날씨에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박목철	장춘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봄행사에 뵙게 될까 했는데 못 뵈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언제 날잡아서 한번 뵈어야지요,	4/9 10:44

김상화

2019-04-01 23:56

저는 눈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12월만 되었다 하면 언제 눈이 올까?
크리스마스엔 눈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까? 하고 기다려졌습니다. ㅎ
올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눈이 얼마 내리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저는 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산행할 때 많은 눈을 밟으며
몇 번 산행을 재미있게 했다
어릴 적 초가지붕을 하얗게 덮고 장독대를 흰빛으로 덮어놓은 것이
그리도 보기 좋았는데 이젠 그런 장면을 볼 수가 없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소서. 박목철 작가님


박목철	김상화 작가님은 산행을 즐기시니 눈구경은 실컷 하시겠지요,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바뀐다고 하니 눈구경하기도 어렵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때가 오면 옛날을 그리워 하게 될것입니다. 좋은 땅에 태어난 것을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작가님, 늘 평안하시고 행복한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4/9 10:47

立春大吉,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