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잠에서 깨어 아파트창문을 여니 어제내린 비로 천지가 고요하며, 어렴풋이 펼쳐진 파란창공에는 티 하나 없다. 그동안 숨 가피 흐르던 시간이 멈추어진 것 같다. 평소와 다름 없이 습관적으로 냉장고 속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고 난후, 어제 흥분된 마음으로 주섬주섬 챙겨놓은 여행 가방을 다시 챙긴다.

그동안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바람에 구름 가듯이 이곳저곳 홀로 여행하며, 베트남문화를 약간 체험했어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이방인인 나를 선택한 한 가족과 함께 1박2일의 행복한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 가정은 이곳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 자가용도 있으며 꾀 부유한 가정이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그런 가정과의 두터운 교분을 쌓은 것은, 같은 동내 살면서 작은 인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낮선 사람과의 만남, 그것은 서로가 주고받는 아주 작은 예의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문화의 차이와는 별개인 것 같으며, 세상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낮선 땅에서 작은 인사로부터 인연을 맺은 우리들은 약속된 시간에 만나 반가운 인사 "신 짜오"를 나누며, 우리가 살고 있는 붕따우에서 장장 4시간을 달려 목적지인 판티에시티 해변에 위치한 "호아마이"란 아름다운 리조트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그곳엔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황금빛모래사장, 동화책 속 그림 같이 아름다운 방갈로 사이로 남국의 정취인 야자나무와 파란잔디위에 이름몰러는 수만은 꽃들의 향연, 이것이 진정  꿈꾸는 파라다이스다.

파라다이스! 잠시 멈추어진 시공 속에서 우리들은 야자나무 잎 사이사이로 반짝이는 남국의 태양과 함께 오랜만에 즐기는 레크레이션과 해수욕의 즐거움은 여지없는 동화속의 주인공이었다. 저녁 무렵 붉게 물이든 황혼의 낙조 끝자락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어촌식당에서 고기와 해산물을 겸한 소박한 베트남 요리의 향과 맛이 이어주는 사랑의 전율은 문화와 언어는 달라도 서로의 눈빛과 행동으로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몸 안에 흐르는 사랑이 인간들의 관계를 끌어 서로 연결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사랑이 메마르면 몸도 마음도 메말라 버릴 것이며, 우리들의 삶도 허물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현실의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면서 서로사랑하며, 이따금 하는 여행 그 자체도 “삶”에 좋은 선물이 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함께 동행 하는 좋은 사람들을 덤으로 선물로 얻게 된다는 진실을 배웠다. 어둠 깔린 외로운 해변에서 별빛에 빛나 아롱거리는 저 먼 수평선위에 이곳“하이”가족의 특별한 배려의 고마움을 그린다. 아! 십자성 빛나는 이 밤, 불어오는 바람처럼 스쳐지나가는 세월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차곡차곡 쌓아 내 가슴에 간직한다.
다음날 돌아오는 길, 자동차 열쇠를 나에게 건네주면서 사랑으로 인사한다....“신 짜오” ^^*
운전을 부탁해 거절도 없이 선뜻 받은 자동차 열쇠는 이 여행의 또 다른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