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
마음 설렌 사월의 벚꽃도 바람을 타고 군무를 춘지도 벌써 주름진 눈동자의 마음에서 떠나가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을 재촉하는 봄비에 활짝 핀 꽃들과, 신록들은 더 푸르게 자라는 이맘때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돌이켜보면 아득한 길이지만 아직도 가슴 한 켠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한 39년 전 산에 미쳐 다닐 당시 가본 영원히 잊지 못할 지리산 삼신봉이다.

“삼신봉의 주변인들”
삼신봉은 지리산 주능선의 전망대로서 1.284m의 외삼신봉을 대표해 부르며 삼신봉에서 바라본 동북쪽은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이고, 북쪽 정면에 평온하게 누워 있는 듯 펼쳐진 부분이 세석평전이며, 서북쪽으로 능선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 반야봉과 토끼봉 그리고 임걸령이다. 임걸령 밑으로 뻗어 있는 질매제와 피아골 그리고 서북 끝에 위치한 노고단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어서 산악인의 참다운 가치를 가질 뿐만 아니라 악양으로 흘러내린 형제봉 능선과 멀리 남해 바다의 일망무제, 탁 트인 전경을 선사해주며, 특히 인적 드문 비경의 남부능선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동으로는 묵계치를, 서쪽으로 생불재, 남으로는 청학동을, 통팔달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한다.

“대자연의 웅장함에 고개 숙이며”
당시만 해도 교통편이 여간 불편하지 않아 진해에서 버스를 몇 번 갈아타 하동 쌍계사까지 도착하면 하루해가 저물기 시작할 무렵 산행을 시작하여, 불일폭포에서 야영을 했다. 불일폭포는 지리산 10경 중 하나이며, 좌측의 청학봉과 우측의 백학봉 사이의 협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60여 미터에 이르며 주변의 기암괴석이 잘 어우러져 장엄하고 웅장한 분위기의 연출 속에 우리 일행은 하루의 피로를 멀리하고 다음날 아침 험하고 힘든 산행으로 도착한 곳이 삼신봉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되 뇌이며”
정말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정에 도취한 나는 창조주의 위대함으로 빚은 대자연의 무한한 공간 속에서 만약 내가 정말 자유롭고 싶다면, 항상 신으로부터 받은 것은 신에게 돌려보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뿐만 아니라 어떠한 괴로움이나 시련에도 맞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나 자신을 보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힘찬 용기가 솟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빛깔과 향기로 피어올라 주위를 아름답게 꾸미는 한 여인에게 맨 처음 아름다운 사랑을 고백했다. 그때 여인이 지금까지 나의 전신이 되어준 아내이다. 함께 즐겁고 행복하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어려울 땐 꼭 생각이 나며, 지금까지도 나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의 지리산 삼신봉이다.

“맑은 울림의 영원한 수채화 사랑”
지리산 삼신봉은 변하지 않지만 나 자신의 많은 변화 속에 서서히 다가오는 황혼의 노을이 오늘따라 내리는 봄비 속에 계절의 정직함을 생각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녹음이 우거진 싱그러운 계절에 그날 한 폭의 수채화처럼 풍경의 맑은 울림이 당신과 나의 영원한 사랑을 꿈꾸듯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