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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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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김경렬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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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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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5-03-07 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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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바꾼 매미
때를 바꾼 탈바꿈
김 경 렬
찌는 듯한 더위가 연일 계속 되었다. 여름휴가로 우리가족은 영월군 내리계곡으로 캠핑을 갔다. 그동안 수차례 캠핑을 다녀 보았지만 그 중, 마음에 들었기에 작년 여름에 이어 두 번째 찾아온 곳이다. 이곳은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제반 시설이 다른 곳에 비해 잘 갖추어졌으며, 무엇보다 위생 관리가 철저한 부모님 덕분에 시설과 주변이 항상 깨끗하다. 평지에서 십 여분을 오르는 고 지대로 공기도 맑고, 와 보기 전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파리 모기가 없는 정갈한 동네라서 더 좋다.
계곡은 작은 강처럼 넓으며 굴삭기로 큰 바위를 들어내 둑을 쌓아 놓은 것을보면 주인의 세심한 배려를 읽을 수 있다. 어른 허리 깊이의 맑은 물은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서 잠간씩 물놀이를 해야 한다. 상류 바위틈에 어항을 놓고 한바탕 보트 놀이를 하고나면 어항 속에 피라미가 바글거린다. 이 물고기로 튀김을 해주면 아이들이 맛있다고 좋아 한다. 텐트 주변에 아름드리나무가 적당한 숲을 이뤄서 머무는 동안은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 더 기분이 좋은 것은 주인 할머니의 후한 인심이다. 손수 재배하신 청정 고추와 상추 감자 등을 나누어 주시며 잘 놀다가라고 기분을 배가시켜 주신다.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져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게 저녁식사를 할 수가 있었다.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아침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데, 길옆의 고목나무 밑 둥에 무슨 물체가 솜뭉치처럼 매달려 있지 않은가? 자세히 살펴보니 하얀 뭉치가 번데기의 가운데서 밀려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곤충일까? 칠십 평생에 진행되고 있는 곤충 탈바꿈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아이들을 깨워 의자를 내다놓고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면서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하얀 솜털 같은 물체에 미미하게 동그란 눈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 하였다. 조금씩 날개도 모습을 드러내며 펴지는데, 와! 매미다. 완전한 모습의 날개로 펴지기까지 한 시간여, 하얗던 눈동자도 서서히 막이 걷히며 맑아지기 시작하였다. 앞다리를 파르르 뻗으며 안간힘을 쓰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꽁무니가 완전히 이탈을 하는데 두시간이 걸렸다. 그 상태로 마치 마무리 작업을 하듯 허물에 매달려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마도 몸을 말리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기다리자 먈간 다리를 살살 움직이며 껍질을 비켜 미세하게 몸을 옮겨갔다. 다리의 색깔도 엷은 회색으로 변해가면서 힘도 생긴 듯 했다. 그렇게 허물을 우측에 두고 조심조심 아주 느리게 나무기둥을 싸고 옆으로 움직이며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 하였다.
그사이 텐트 촌 아이들이 모여 들었다. 호기심이 많은 녀석은 만져 보고 싶어 손을 얼쩡거렸다. 내가 정색을 하자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며 만져 보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갓 난 아기를 함부로 만지면 될까? 안될까?"
"안돼요!"
"너희들은 착하고 똑똑한 어린이들이구나!"
칭찬을 해주고, 너희들이 이 매미를 만지게 되면, 이 아기 매미는 세균이 옮겨져 병들어 죽게 된다고 주의를 환기시켜 주었다. 내친김에 현장에서 '매미한살이' 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얘들아! 할머니가 곤충 백과사전에서 보았는데, 이 매미는 앞으로 20일 정도 살다가 죽는단다. 그동안 땅속에서 애벌레로, 나무뿌리에 붙어서 뿌리의 즙을 빨아먹으며 5,6 년간 살다가 번데기가 되어서 나무위로 올라온단다. 올라와서 지금처럼 이렇게 허물을 벗고 매미로 탈바꿈을 한단다. 탈바꿈이 끝나고 몸이 마르면, 이 나무 저 나무숲으로 날아다니며 수놈은 매암매암 노래를 한단다. 그것은 암놈을 부르는 소리인데 노래 소리를 들은 암놈이 찾아와 짝 짖기를 하고 나무껍질에 알을 낳고 죽는단다. 그러면 그 알이 다시 애벌레가 되어 나무 밑으로 들어가는 거야, 알았지?"
아이들은 매미가 불쌍하다며 측은한 표정으로 매미를 바라보고 있다. 곤충 박스를 가져와서 잡아넣고 기르겠다고 떼를 쓰던 개구 장이도 슬그머니 채집통을 안고 사라졌다.
어느덧 아기 매미의 몸은 흰색에서 엷은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으며 아이들은 아침밥을 먹으러 각자 자기 텐트로 돌아갔다. 나도 시장 끼를 느껴서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어른 키 높이에 살짝 옮겨 놓고 조반을 먹으러 자리를 비웠다. 급히 한술 뜨고 돌아와 보니 매미 고유의 색인 진회색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동영상 버튼을 누르려는데 꾸륵 소리를 내며 후르륵! 힘차게 날아가 버렸다. 허물을 벗기 시작하여 5시간 만에... 순간 허탈한 기분이었지만 잘 지켜 주었다는 뿌듯함으로 마음은 즐거웠다. 매미는 주로 밤에 허물을 벗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다만 때를 바꾼 이 매미의 탈바꿈 덕분에 귀한 체험을 할 수 있었던 행운의 순간이었다. 이번 캠핑은 관찰을 함께한 손자들은 물론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귀한 추억의 선물이 되었다. 자연의 신비를 체험 하면서 그 오묘한 느낌은 색다른 감동 이였다. 비록 미물이지만, 이 매미는 자신의 위대한 삶을 통해 우리 인간들에게 희생의 정신과, 끈기와 인내심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 같아 새삼 부끄러움을 느끼는 자성의 시간이 되었다. 매미야 정말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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