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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문은자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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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문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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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3-10-22 1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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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산의 가을낙엽
지난 일요일 가까운 친구들과 무학산에 올랐다. 올봄에 무학산을 찾은 이후 두 번째이다. 무학산은 마산의 대표적인 산으로 시내와 가까이 인접해 있는 장점이 있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산이기도 하다. 산을 오르다 보니 마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멀리 진해를 이어주는 마창 대교와 서쪽으로 내가 살고 있는 내서가 장엄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해마다 돌아오는 계절이 가진 신선함은 매번 다르지만 역시 산은 가을이 제 맛이다. 온통 낙엽천국의 공간에서 만나는 낙엽 천지, 낙엽 세상, 낙엽 나라, 낙엽 축제, 온통 낙엽들을 찬미하는 언어들이 생각난다. 더 멋들어진 표현이 없으려나? 누구든지 이곳을 찾으면 이 계절을 잉태한 거룩한 그 님을 갈망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나는 저절로 만들어진 낙엽길이 너무 좋아서 골고루 뿌려진 갈색 빛 오솔길을 이리저리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낙엽 향기는 일부러 맡지 않아도 살짝 스쳐 지난 새벽이슬 비에 묻어서 더 고소한 자연의 체취로 내게 스며들었다. 일부러 사람들이 밟지 않은 낙엽 더미 위를 다람쥐 마냥 신 나게 깡충거렸다. 마치 한겨울 아무도 찾지 않은 눈길을 처음 밟는 사람처럼 작은 밀림을 정복한 낙엽 전사처럼 기뻐서 깡충거렸다. 쌓이고 또 쌓여서 푹신한 매트가 되어 낙엽침대가 된 곳도 있고 갖가지 빛깔과 크고 작은 다양한 낙엽들로 꾸며놓은 낙엽 전시장 마냥 참 그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노랑낙엽, 벌레 먹은 낙엽, 손바닥 같은 낙엽, 길쭉길쭉한 낙엽. 아직 어리고 동그랗게 예뻐서 낙엽이 되기 아까 왔던 낙엽, 얼굴을 가려도 남을 것 같은 커다란 낙엽들. 소개를 제대로 하고 싶지만 이름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예뻤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 나왔던 개구리 왕눈이가 모자처럼 쓰고 다녔던 그 나뭇잎이었을까? 아니 왕눈이의 큰 모자는 초록색이었나 보다. 그래도 그 녀석이 이 가을에 잠시 여행을 다녀간다면 저 큰 낙엽을 배처럼 타고도 다닐 것 같다.
사춘기 학창시절 가장 많이 유행하던 윤동주님의 서시, 그 나뭇잎에는 아직도 그 시가 어울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천진난만했던 사춘기 소녀에겐 그 나뭇잎과 시가 어울렸었지, 하지만 지금은 이 시 앞에 부끄럽다.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릴 만큼 그때의 나를 꼼짝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던 그 순수는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
가을 산이 주는 아름다움은 참으로 신비롭다. 한 뿌리에 여러 형제가 자라나는 큰 나무들도 멋이 있지만 작고 어린나무들이 더 눈에 많이 띄었다. 여리고 작은 가지 나무에 하나 둘 갈색 옷으로 갈아입은 솔잎들이 브이자 모양으로 줄타기를 하며 솔잎으로 가지마다 치장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재미있었다. 이 나무들을 위해서 적당한 만큼의 가을비가 내려 준다면, 그 후 솔잎 가지가지마다 작은 이슬 같은 빗방울들이 총총히 달려 있어 준다면 또한 얼마나 신나서 좋을까!
이 곳 저 곳 가을 산에 도취되다가 보니 한참 귀에 익은 가을 동요가 떠올랐다.
‘ 가을은 가을은 노란색 은행잎을 보세요. 그래 그래 가을은 노란색 아주 예쁜 노란색 ’
노란 물감을 쏟아 부은 듯한 은행나무 때문에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버린 단풍나무도 더 빛났다. 마치 자신들을 위해 이 가을 산이 배경이 된 것처럼 그들은 열렬한 사랑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층층이 색깔마다 염료가 다르게 뿌려진 구름들. 산을 오르며 가을 나무 사이로 살짝 열린 푸른 하늘, 한창 보드랍게 팔을 벌린 억새풀들은 모처럼 산에 오른 땀방울의 작은 피로들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오랜만에 다녀왔던 무학산 가을 나들이는 참 행복했다. 평소에 산을 잘 타지도 못하지만 이 소중한 가을풍경을 담아 올 수가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계절이 끝날 무렵 또 다른 빛깔의 낙엽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새로운 그 날을 준비하며 기꺼이 거름이 되어 줄 그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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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잔
`문은자`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강승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