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나무의 소원(동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언덕 위에 작은 소나무 한그루가 살고 있었어요.
그 언덕 위에는 햇살이 눈부시게 빛을 발하고 있었고 초록 향기의 그늘을 따라서 가끔 찾아오는 참새가 작은 소나무의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작은 소나무는 매일 한 곳에 묵묵히 서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지도 못하는 것이 너무 슬퍼졌습니다. 그때 작은 소나무 곁에서 날아온 참새를 보고 작은 소나무는 말했습니다.
"참새야, 참새야! 나도 너와 같은 날개옷을 입고 저 멀리 날아가고 싶어. 나도 참새 너처럼 날아다닐 수 없을까? 너는 가고 싶은 곳도 갈 수 있고 넓은 세상을 마음껏 볼 수 있잖아? " 그러자 참새는 말했어요.
" 작은 소나무야, 나는 항상 네가 부러운 걸, 너는 나처럼 큰 새들과 무서운 고양이와 큰 뱀들을 피해서 도망 다닐 필요도 없잖아. 나는 계속 날갯짓을 해야 하늘에 날 수 있어서 항상 긴장하며 지내야 한단다. 사방에 모두 적들이 가득한걸, "
참새의 이야기를 들은 작은 소나무는 생각했습니다.
' 참새는 너무 불쌍해, 나는 참새가 되고 싶지 않아….'
그때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작은 소나무의 겨드랑이를 간질였습니다. 작은 소나무는 나뭇가지를 흔들고 웃으며 갑자기 바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바람아 난 네가 너무 부러워, 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멀리 날아가기도 하고 회오리바람도 만들 수 있지? 나도 너처럼 힘센 바람이 될 순 없을까?"
작은 소나무의 얘기를 들은 바람은 진지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작은 소나무야, 꼭 그렇지도 않은걸. 나는 사람들과 아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아무도 나를 친구로 여기지 않는단다,”
그리고 더 슬픈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무더운 날에만 좋아하고 자기들 기분에 따라서 나를 멋대로 판단한단 말이야. 바람을 좀 세계 불어주는 날에는 대문을 꼭꼭 잠가 버리기도 하지. 그래서 나는 일부러 사람들이 깨끗이 빨아서 말려둔 옷을 바닥에 떨어뜨려 버리기도 하지,"
바람은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며 하늘 멀리 검은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어요.
그러자 갑자기 세찬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작은 소나무는 오랜만에 찾아온 소나기가 내려준 빗물을 마시며 소나기처럼 훌륭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와, 소나기아저씨는 정말 멋지세요. 저도 소나기아저씨처럼 우리 친구들에게 마실 물을 실컷 주는 멋진 일을 할 수는 없을까요?"
그러자 소나기가 말했어요.
“ 난 이곳저곳에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의 물을 골고루 나눠주고 싶어. 그런데 저 변덕쟁이 먹구름이 화를 너무 잘 내는 성격이라서 먹구름 때문에 아무 곳에 많은 비를 내리게 할 수밖에 없어. 내 마음대로 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걸,"
그러고는 소나기는 굵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어요.
"꼬맹이 소나무야! 너는 아마도 어른이 되면 멋진 소나무가 될 거야, 앞으로 너를 위해 네가 사는 이곳에 빗물을 넉넉하게 내려 줄 테니 무럭무럭 자라렴, 그럼 나는 바빠서 간다. 이만 안녕,"
소나기는 작은 소나무에 흠뻑 빗물을 적셔주고서 하늘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먹구름을 따라서 떠나가 버렸어요.
그때 저 멀리서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고운 해님이 작은 소나무 위에 살포시 내려와서 앉았어요.
"음, 따뜻한 해님아, 나는 네가 너무 부러워, 너는 정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겠지.
나도 착한 해님처럼 햇살을 나눠주는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어,"
그러자 해님은 호호호 웃으며 말했어요.
"작은 소나무야, 나도 요즘은 내 몸이 마음대로 변해가서 속상하단다. 지구가 쓰레기더미와 환경오염에 휩싸여 가면서 자꾸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걸."
해님은 사람들이 몰래 버린 쓰레기와 오염 폐수 때문에 예전의 해님으로 돌아가기 힘들 거라며 불안한 표정이 되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해님,제가 훌륭한 소나무가 되어서 나쁜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겠어요."
해님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더 많은 햇살을 작은 소나무에 듬뿍 비춰주었어요.
작은 소나무는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무가 된 듯 기뻤어요. 이제 작은 소나무는
다시는 참새와 바람과 소나기와 해님이 부럽지 않게 되었고 앞으로 더 근사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서 나뭇가지를 힘차게 펼쳤어요.
'그래, 앞으로 소중한 이 친구들이 주는 갖가지 양분을 받아서 이 언덕을 지키는 훌륭한 소나무가 되어야지... !'
작은 소나무는 그날 이후 참새가 둥지를 잘 짓도록 넓은 어깨를 빌려주었고 바람과 햇님이 언제나 쉬었다 가도록 즐거운 인사로 맞이해 주었어요. 그리고 변덕쟁이 먹구름과 소나기가 주는 빗물을 마음껏 들이키고 아기 동물들을 위해 시원한 소나무 그늘을 만들어서 쉬어가게 해 주었지요. 그러는 동안 작은 소나무는 무럭무럭 자라나게 되었고 더 이상 작은 소나무가 아니었답니다. 솔방울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고 멋진 가지들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늠름한 소나무로 자라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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