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03-30 23:30

ㆍIP:

I don’t know!
밖에는 봄을 적셔주던 빗소리도 사그러 들고
텅 빈 거리의 가로등 만 봄의 밤을 지키고 서있다.
오늘은 나의 옛날 친구들 이야기나 하나 주섬주섬 꺼내 놓아야겠다.
그때가 81년에서 83년 사이인가 보다.
그 당시 다니던 나의 직장은 모 그룹 소속의 통신건설업 전문 회사로
그래도 그 계통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지금의 첨단 정보 통신의 근간이 되었던 전자 교환기 구축 사업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회사에서 우리 회사와 합자로 국내에서 시스템 생산을 하고
우리는 그 시설을 위하여 파견된 미국 회사의 직원들과 같이
서울의 모 전화국에 파견 근무하며 시설을 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기술을 전수받고 있었다.

미국 직원들 대부분은 우리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몇 안되는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분단국이어서 위험 하기 때문에
얼마간의 위험 수당을 받고 출장을 왔으며
그나마도 한국 근무를 기피하여 지원자나 대부분 직장에서 문제가 있는 직원들 이었으며
각 팀장이나 슈퍼바이져(소장)도 큰 돈이 필요해서,
즉 위험 수당 등이 포함된 많은 급여를 위해 자원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으니,
그 당시 목돈을 필요로 열사의 나라로 떠나는
우리 나라의 중동 근로자들과 같은 것 이었다.

그들은 한국의 출근 길 교통 혼잡이나 미국에서의 생활 방식 때문에
한국의 정시 근무 시간을 피해
아침 일곱 시에 업무를 시작해서 점심 시간도 30분으로 줄이고
8시간 근무를 오후 3시 30분에 종료한 후
자신들의 숙소인 워커힐 호텔로 돌아 가거나 한국 관광을 즐기니
한국 생활을 하는 우리들은 일찍 마친 업무에 할 일이 없어서
술 타령으로 오후 7시까지 소일하다
그때서야 퇴근하는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 일쑤 이었다.

그러니 항상 낯 술은 불가피 하고
다음날 새벽 6시면 출근길에 나서야 하니 피곤하기 이를 때 없었다.
나는 그때 전농동에 위치한 전화국에 한국인 직원 몇 명과 같이
그들과 근무 했는데 그들의(미국인) 가족들은 종종 한국으로 휴가를 와서
남편의 업무가 끝나기를 기다려 관광을 하기도 했으니
자연 나와는 많은 대화를 했는데
짧은 내 영어실력으로도 대화는 그리 어렵지 않아
그들과 한국 전쟁이야기나 이태원, 민속촌, 고궁 가이드 등
자주 대화를 하며 심지어는 어떤 이는 자기 딸의 사진을 주며 사귀어 보라 하여
몇 통의 편지를 주고 받기도 했는데
그녀의 이름은 지금은 스펠링을 모르겠지만 ‘미쉘 스미스’라고 기억이 된다.

그리고,
특히나 친했던 나보다도 작은 미국인 ‘랄프 리처드슨’ 이나 ‘빅 죠’ 도 생각이 나지만
그 중에 제일 기억에 남고 나에게 교훈을 주었던 “John K Wolf(존 K 워프)” 라는
슈퍼바이져가 있었다.
영화 배우 ‘리처드 기어’를 어느 정도 닮은 잘생기고 큰 코와 훤칠한 키의 그는
내 나이 27세 때에 한 삼십 후반쯤 되었었는데 굉장히 노력 파로
한국 온지 반년 만에 한국말을 열심히 배워 그럴듯하게 한국말을 구사하고
읽고 쓸 줄 아는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그래서 업무 후에는 한국 대학생들의 영어 회화 강사로 뛰기도 하였으니
그게 그에게는 아르바이트였던 것이고
아마도 지금의 원어 민 강사였던 것 같다.
그는 특히나 나를 아껴서 나보고 영어 회화를 공부하라 권해서
그 당시 종로에 있는 민병철 생활 영어 학원에 다니게 된 동기가 되었고,
다른 친구들은 그냥 영어로 만 대화를 했으나
그와 대화는 항상 나는 영어 그는 한국어였으므로
각자 배우는 언어의 복습을 겸하곤 하였다.
그는 진짜로 사랑하는 아내와 그 당시 6살 배기 딸을 두고 이혼을 했는데
이유는 돈이 없어서라고 했다.
결국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고 하다 보니 돈이 없어
아내의 삶을 충족해 주지 못하여 이혼 당하게 되었다고 나에게 털어 놓았다.

그때도 자기가 돈만 많이 있으면
아내가 다시 자기에게 돌아올 거라고 믿고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리고 좋아하던 술과 담배는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기의 업무와 아르바이트로 차근히 돈을 모았다.
어쩌다 회식 자리가 있어서 다른 직원들은 맥주를 마셔도
그는,
술은 소변으로 ‘머니머니~’ 하며 돈이 새서 흘러가고
담배는 연기로 ‘머니머니~’하며 날라간다며 금주와 금연을 철저히 지켰다.

그리고 식사도 그들의 식 습관에 가장 근접한 중국집의 계란 덮밥,
아마 '오므라이스'라던가?
하던걸 먹는 게 전부였다.
하긴 그 시절에는 양식당이 큰 호텔 외엔 우리나라에서 드물었으니
양식 중에 가장 근접한 오므라이스에 병 콜라 한 병이면 그만 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현장에서의 슈퍼바이져는 절대 권력자라
잘못하면 하루 아침에 본국으로 쫓겨 갔다.
특히나 술을 마시고 근무하다 적발 되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 환갑이 다 된 직원 이라도 무릎을 끓고 그에게 빌었지만
다음날은 가방을 싸서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그 당시 알코올 중독자도 더러 왔었다.)
같이 온 미국인들은 그런 그가 부담스러워 잘 어울리지는 않았으나
나하고는 흉금을 털어 놓는 사이인 Wolf 는 같이 장난도 치고
특히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나의 이름의 영어 스펠링을
고심 끝에 최고 근접한 발음으로 정립 시켜준 친구이다.

우리는 전화국을 옮기면서 한 이 년여를 같이 근무하며
아내와 내가 결혼 할 때 축하 해 주러 온 미국인 하객 친구들 4명중 하나였으며
결혼식 진행 중에 예식 장면을 자기 카메라로 담아서 내게 주었고,
더군다나 금주를 철저히 지키던 그가 내 결혼 피로연에서는 금기를 깨고
‘미스터 최의 결혼 축하를 위해서 한잔 한다’며
맥주를 한잔 들이 켰으니 정말로 우리는 참 친했다.
나는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그들과 같이 정말로 즐겁게 일하며
때론 그들의 초청으로 한복으로 단장한 아내와 같이
워커힐로 그들의 생일 파티에도 초대 되어 가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는 여름날.
Wolf 가 자기들 직원들과 모여 회의를 하더니
한참 일하고 있던 나를 사무실로 불렀다.
그러더니 우리 회사 업무에도 없던 S/W, 즉 시험을 하란다.
그때 까지도 시설에만 전념하며 만족하고 살아가던 나는 더럭 겁이 났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커다란 소리로 강하게 외쳤다.
“I don’t know!”
‘난 그일 몰라! 난 못해!’ 대충 이런 뜻으로 말한 것이다.
내 한마디에 그들은 잠시 저희들끼리 쳐다 보더니
갑자기 깔깔깔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나는 어찌 할 줄 모르고 얼굴이 빨개져 사무실을 나왔다.
생각해 보라.
그 당시에는 우리 나라에 pc도 없던 시절 아무 교육도 준비도 안된 나에게
대 용량 컴퓨터를 테스트 하라니…
더군다나 미국인들 중에도 시설만 하는 직원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을 안 시키고 한국인인 나에게 하라니…
나는 당연히 겁이 났고
무슨 의미로 나에게 그런 어려운 일을 시키려는지 저의를 모르겠다.

그런 나를 잠시 후에 찾은 Wolf 는 웃으며 나를 놀린다.
“I don’t know? 하하하!”
그날은 내가 가는 대로 쫓아 다니며 그들은 나를 놀렸다.
“Mr. Choi! I don't know? 킥킥킥”
커피 잔을 들고 커피를 마시다가도 나를 보면
“Big Choi! I don’t know? 킬킬킬”
(그 당시 최씨 성을 가진 직원이 나 말고 한 명이 더 있어서
그들은 곧잘 나를 큰 최, 즉 Big Choi 라고 불렀다.)
"빅 초이! 빅 초이! 낄낄낄"

그런데 놀리는 것도 한도가 있지 자꾸 짓궂게 따라다니며 놀리니
그러잖아도 창피해 죽겠는데 화가 버럭 났다.
나는 또 다시 놀리는 Wolf 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I am angry!"
" Don't kidding me!”
말 그대로
“나 화났어! 이제 그만 놀려!” 이었다.

그런 나에게 Wolf 는 미소를 담뿍 머금고 자상하게 이야기 했다.
그의 말인즉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못 할 일을 누가 시키겠느냐는 거다.
그들이 나를 판단하기를 조금만 가르쳐 주면 충분히 실력이 되리라 생각이 되어
저희들끼리 회의에서 결정하고 권한 거란다.
그리고 미국 친구들이 전부 당신에게 호감이 있으니
모두들 관심 갖고 가르쳐 줄 테고 모르면 얼마든지 물어 보고 하면 될 텐데
“나는 못한다!” 고 “I don’t know!”를 외치니 얼마나 우습느냐는 것이다.
자기 직원들은 그런 기회가 없어서
오, 육십이 다되어서도 시설공사만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 나이가 되도록 진급도 못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앞으로는
“I don’t know!” 라는 영어는 쓰지 말란다.
세상에 못할 일은 없으며 더군다나 못할 일을 시키는 상사는 없을 거란다.
대신에 “I try!”
혹은 “I do that!” 을 쓰라고 나에게 권했다.
그날 나는 이 코 큰 이방인 친구 앞에서 너무도 초라해 지는 나를 느꼈다.
나에게 기회를 주려고
아니 나에게 저희들 나름대로 인생길의 커다란 선물을 주려는데
나는 듣자 마자 못한다고 소리 쳤으니…
그래도 나를 아끼던 그들 인지라 나에게 그 업무를 맡기며
나의 실력을 향상 시키려 노력했고 나는 한 단계 높은 기술을 습득했으며,
그들도 미국 본토에서 많은 돈을 주고 데려 와야 하는 기술자를
적은 돈으로 대치하여 좋은 평가를 받는 성과를 얻었다.

그 후,
나는 입버릇처럼 후배들이나 우리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다.

‘사람이 못하는 일은 없다.’
‘단지 안 해 봤을 뿐.’
‘모든 일은 컬럼버스 달걀 새우기처럼 안 해봤기 때문에 못할 뿐이다’ 라고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나 군대에서나 직장에서
누가 이 일을 할 것 이냐고 물어 보면 서슴없이 나서라고 이야기 한다.
그건 인간이 못 할 일을 하라고 하는 게 아니며
일단 try(시도) 해 보고 안되면 그때 안되더라고 이야기 하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내 영어에는 “I don’t know” 라는 영어는 사라졌다.

그가 가르쳐 준 또 하나
“I know!” 와
“I see!” 도
가려서 할 영어이다.

상대가 가르쳐 주는데 “I know!’ 는
‘전에부터 알고 있는 일이야 임마!’ 이쯤으로 해석 되고
“I see!” 는
‘아~하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라고 해석이 된단다.

그 후로 2십 여 년이 지나
지금은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 갈 때 같이 가자며
그들이 직접 내 프로필을 작성하며 미국 본토의 회사에 추천하여
취업 시켜 준다고 미국 가서 같이 살자고 부추겼으나
부모님과 상의를 하니
아내나 부모님이나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다니니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텐데
부모를 두고 타국으로 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씀에
‘나는 장남으로서 부모님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사양한다’ 라고 말하고
그들만 미국으로 보냈다.
그 후 몇 번의 편지 후에 각자의 새 삶에 전념 해야만 해서 소식이 끊기게 되었다.

그때 같이 2년여 같이 근무하던 스펠링이 Wolf라서
우리가 늑대라고 놀렸던 워프, 스미스, 죠, 랄프 리처드슨, 렉스등이
오늘 밤에는 생각이 많이 난다.
그러고 보니 나의 곁을 스쳐 간 친구들도 참으로 많은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군대 시절, 미국 친구들, 직장 친구들, 사회 친구들,
이제 새로 사귀는 글 쓰는 친구들…..
그러나 이제 지난 친구들이 몹시도 그리워 짐은
나도 어언 서산에 걸터앉은 해와 같은 나이인 지천명이기 때문인 것 같다.
다시 내게 다가 온 소중한 친구들을
나는 또 아끼며 사랑하고 그들에게 배우며 살아가야겠다.

끝으로 여름 방학이라고 아빠 한 테 놀러 와서
점심으로 사발 라면 반 개씩을 먹던 여섯 살짜리 Wolf의 작고 예쁜 딸과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의 아내와 다시 가정을 이루어
Wolf가 행복하게 잘살고 있기를 기원해 본다.
”보고 싶다 코 크고 맘 좋던 이방인 친구들아!”

2007년 3월 30일 새벽에

박현옥: 사람이 못하는 일은 없다 단지 안해 봤을 뿐이지...안녕하세요 -[04/04-08:10]-

박현옥: ㅎㅎ 글도 다 안썼는데 무엇이 그리 급한지 올라가버리네요 ㅎㅎ저역시 무슨일을 새로 시작하면 겁부터 납니다 근데 울 신랑은 하면 할수 있다는 말을 자주 내게 해주죠 그래서 지금은 겁이 많이 없답니다 내 친구중 한명은 겁나서 결혼도 못하고 외출도 못하고 아무것도 지맘데로 못하는 친구있어 늘 맘이 아프답니다 친구는 오직 나 뿐이고 ..근데 난 맨날 뭐라고 뭐라고 화만 내지요 왜 안하는냐고...못하는게 아니라 겁내고 안하는 친구가 답답해서 많이 뭐라고 한답니다.근데 조금은 생각이 깊어집니다 방법을 연구해봐야 될것 같습니다 친구를 위해서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04/04-08:15]-

김영진: 어느결에 이방인 친구까지 올리시고 참 부지런한 당신을 보노라면 기분이 좋네.
당신의 글을 보고있으면 먼저 편안한 느낌 흥미가 있고 기대감이 느껴온다네.
아름다운 모양새가 갖춰져 있으니 소설을 쓰셔도 흥미 진진한 긴장감이 전율 할 것이네.
어 벌써 자정이 넘어 또 하루의 시작..... 좋은 글속에 푹 빠지고 잠자러 가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04/05-00:35]-

임정수: 무엇이든, 어떠한 일이든 처음부터 지레 겁을 먹고는
나는 못한다, 아직 해본 일이 없으므로 자신이 없다라며 뒤로 뺄려는 것 보다
무엇이든 시켜만 주면 해보겠다, 경력은 없지만 이루어 낼 자신감은 충만하다는 게
제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저의 생활관과 같다고 해야할 정도로
거울을 들고 보는 듯합니다. ㅎㅎㅎㅎㅎㅎ

제가 그렇거든요.
처음부터 이리저리 재어보고 안된다, 힘든다라는 생각보다는
일단 부딪히며 하는데까지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에 가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거나 조언을 구해본답니다.

무엇이든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답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에...
누가 도와주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것또한 오랜 군 생활에서 비롯된 정신력의 한 단계이기도 하지만요.ㅎㅎㅎ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하라>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군 생활을 할 때엔,
'군인 정신은 제정신이 아니며
오로지 제대를 하는 길만이 올바른 군인의 길'이라고 외치던 때가

나의 작은 아들에게

4월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