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6-10-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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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야기
지난 여름 수재가 났던
강원도의 속초, 양양, 평창에
다시 또 장대 비가 온다는군요.

직원들을 아침에 진부로 출발시켜 놓고
오후에 그곳으로 가려 하니
비가 너무 와서 철수 한다는군요.

가던 길을 돌려서 다시 사무실로 들어 왔습니다.

오늘은 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의 이름 짓는 룰,
즉 성명학의 한가지를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종종 어른들이 이야기 하는 오행이란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화(火)성, 수(水)성, 목(木)성, 금(金)성, 토(土)성인데
월력에 나오는 요일의 월(月)과 일(日)을 제외한것이죠.

성경에서는 옛날엔
이 일곱을 사용하는 칠진법을 썼었죠.
그러나 지금은 십진법과
컴퓨터가 우리곁에 온 후로는 2진법을 많이 사용하고있죠.

그중 우리의 조상들은
오행을 사용한 5진법을 성명에 적용했답니다.

우리 나라는
특히나 오행설을 중시 하는 민족중에 하나입니다.
전국의 가문에서는 약 80프로 이상이
이 오행에 맞춰서 이름을 짓는답니다.

즉
수(水)는 목(木)을 낳고, 목(木)은 화(火)를 낳고,
화(火)는 토(土)를 낳고, 토(土)는 금(金)을 낳습니다.

이건 물이 있어야 나무가 자라고,
나무가 있어야 불이 살아나고,
불타고 나면 흙만 남고,
흙은 광물을 품고 있슴이니
오행은 우주의 기본 이치이고
순리인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은
족보에 들어 가는 이름 학렬로
이것을 사용해서 작명을 하였답니다.

순서는
"水 -> 木 -> 火 -> 土 -> 金" 순으로 사용 하는데

예를 들면
** (김 水 ㅇ)-> (김 ㅇ 木 )-> (김 火 ㅇ)-> (김 ㅇ 土 )-> (김 金 ㅇ )->
(김 ㅇ 水 )-> (김 木 ㅇ)-> (김 ㅇ 火 )-> (김 土 ㅇ )-> (김 ㅇ 金 )**
식으로 앞 뒤로 번갈아 오행의 한문이 들어가는 이름을 사용하여
10대 까지는 같은 성이 겹치는걸 막았답니다.

그 외의 가문에서는
"一,二,三,四" 나 "東,西,南,北"
또는 "甲,乙,丙,丁" 등을 이용해
학렬상의 이름을 지었다 합니다.

우리 가문의 족보에 들어 가는 제 이름도
물 수(水)변이 들어 가는 "洛" 이란 한문이
뒤에 붙으니 저는 성명학으로
수(水)성인 셈입니다.(우리 애들은 가운데 柱 자를 씁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수영을 잘 못해도
물이 좋아서 어릴때 부터 낚싯대를 들고
호수와 강으로 달려가곤 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물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아직 물의 마음을 읽을 줄은 모르지만
물을 보면 다시 한번 뒤 돌아 보게 됩니다.

덕분에 아내와 아이들은 싫어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낚시를 가고
여름 휴가도 물이 빠지면 안되었지요.
특히 아내는 집에서 쉬기를 더 원했지만
가족이 다 가는길이니 억지로 라도 따라 나서곤 했습니다.

그런 아내는 가운데 토(土)변이 들어가는 이름을 쓰니
토(土)성입니다.

2003년도에는 제가 부산의 송정 해수욕장 옆으로
약4개월 장기 출장을 갔었습니다.
가끔 한가한 시간이면 바닷가를 거닐며 사색에 잠기곤 했는데
그러다 문득 아내가 생각나서
핸드폰을 걸면 수화기 저쪽의 아내는 환희에 들떠서
내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야~호!! 나 지금 **산에 왔다~~"
그러면 나는
"야~호!! 나는 지금 송정 바닷가를 걷고 있다."
합니다.

수성은 물가에 있고 토성은 흙봉우리에 있으니
모두 있어야 할곳에 있는것 같아서 피식 웃곤 했답니다.

아마도 아내는 토(土)성이라서
산이 좋은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요즘은 휴일이면
아내가 먼저 서둘러 나를 산으로 데려 갑니다.
미끼는 산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병과 닭발요리면
저는 두말않고 따라 나서는데
그건
젊은날 싫어도 낚시터를 따라 다녀준 아내에 대한 보상인데,
그렇게 이유를 말하면 아내가 미안해 할까봐
그저 막걸리 핑계를 대고 따라 나서곤 한답니다.

또한
토(土)성인 아내와 수(水)성의 제가 성격이 잘 안맞을 줄 아는데,
생각 밖으로 우리는 잘 어울려 다니는 걸 좋아 합니다.
그건 아마도 물인 제가
흙인 아내를 촉촉히 적셔서 옥토를 만들고,
아내 또한 한없이 흐르기만 하는 물인 저를 막아서
안식할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흙(제방)인 까닭은 아닐까 하고 억지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싫어도 물가를 따라 다녀준 아내에게
지금은 제 다리가 성할때 까지는
군말 없이 산행에 동참 해야겠지요.
그때 마다 산에 가는 핑계는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 맛이 너무 좋아서"
라고 계속 거짓말 해야 겠지요.

밖에는 아직도 비가 오락 가락 하는군요.
올해는 가을이 너무 가물어
단풍이 말라 바스러 지고 밭엔 무우 배추도 흉작이라서
농민들이 울상이던데
엊그제는 대관령 너머 속초, 강릉, 동해시에서는
단비가 내려
참 좋겠다고 농부에게 인삿말로 얘길 했더니
늙으신 농부님 왈
"하나가 좋으면 하나는 나쁘다고 밭 작물엔 좋지만
가을 걷이 해서 말리던 벼와 고추는 비가 오면
습기에 떠서 좋지 않아요"
하더군요.
그래서 무엇 하나 마냥 좋은건 아니더라고요.

어쨌건 비 피해가 없고 농사에 이로운 비가 되길 빌어 보며
군소리 없이 나를 믿고 따라 와 준 아내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산행에 동참 하리라 생각해봅니다.

여보~
수(水)성과 토(土)성이 만나서 이십 오년 잘 살아 왔으니
남은 생도 하나님이 허락 하는 날 까지 서로 감싸 주며 잘 살아봅시다.

2006년 10월 23일 비오는 강원도에서...

산자부 기술표준 2006년 11월호 실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