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평균
ㆍ작성일	2007-01-21 22:31

ㆍIP:

두꺼비 식당
“준용아!”
“빨리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오늘도 아침 7시경 들어선 두꺼비 식당에는
작은 소년 하나가 T.V 턱밑에 앉아
께적 께적 숟가락질 게으르게 하며 졸리운 눈으로
T.V에서 방영되는 만화영화를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식사를 종용하는 말로써 두꺼비 식당의 아침이 시작 됩니다.

“준용이 안녕?”하면
어렵게
“안~~녕 하세요?”답하는 준용이.

이 아이는 이제 중학교 일학년인데
외할아버지, 할머니가 하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학교로 가는 시내버스에 오릅니다.
아침마다 외할머니가 주시는
천 원짜리 한 장을 용돈으로 받아 쥐고서 말입니다.

내가 8월 16일 광복절 뒷날에 땀 흘리고 들어섰던
두꺼비 식당엘 낙엽의 계절을 지나
순백의 겨울에 허연 입김을 앞세워 들어선 오늘 아침입니다.
아마도 어언 4개월이 된듯합니다.

원주의 남쪽에 위치한
원주대학, 한라대학, 연세대 원주캠퍼스가 자리 잡은
흥업면에 가면 훈훈한 사람들이 사는 곳,
두꺼비 식당이 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토지 문학관이 댕그러니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요.

이 두꺼비 식당에는 후덕스러운 주인아주머니가 있는데
그녀를 중심으로 작은 키의 아저씨와
일하는 주방 아줌마, 배달전문 준용이 엄마,
그리고 시집 온 지 몇 달 안 되는 베트남 며느리가 있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장성해서 결혼한 두 딸과
얼마 전에 베트남 처녀를 배필로 맞이한
마흔 살의 아들을 거느리고 아저씨와 재혼 했는데
아저씨는 결혼 전력이 없는
총각으로 너 댓살 연하남입니다.

언젠가 큰아들이 마흔이라고 하시 길래 내가
“아니 뭐 그리 급하다고 치마끈을 빨리 풀렀어요?”
하고 물으니
그저 웃으시며
“글쎄 말 이예요!”
하십니다.
아줌마는 50대 후반의 나이니까 빨리도 자식을 본거죠.

준용이 엄마는 둘째로서 서른여덟인데
결혼해서 준용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신랑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답니다.

그것이 벌써 12년 전 일인데 보상금으로 많은 돈을 받았다는데
착한 준용이 엄마를 무시하고
시댁 형제들이 나눠 써 버리고 모른 척 하니
준용이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신랑만 그녀의 몫으로 남은 거지요.

그녀는 혼자서 살다 살다 힘들어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 했답니다.
“엄마! 나 엄마 식당에서 일하고
준용이 아빠하고 준용이 하고 살면 안돼?”
엄마는 당연히 그리 하라 하고

준용이 엄마는 자신의 승합차를
운전하며 배달도 하고 식당일도 하며
엄마가 주는 월급으로 살아 간답니다.
두꺼비 식당 아주머니가
하루는 나에게 푸념하듯 이런 얘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적십니다.
'준용이 엄마만 보면 너무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고.'
'너무도 불쌍하고 애달프다고.'

언젠가는 나에게
"어디 착한 아저씨 있으면 딸래미 애인으로 소개 시켜 달라"
하시던 아줌마는
오죽 딸이 불쌍했으면 어미 된 입장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요.

자기는 팔자 고친다고 어린 신랑과 사는데
딸은 꼼짝 못하는 신랑과 살고 있으니
어느 부모가 그런 마음이 안되겠습니까?

스스로 앉아 있을 수도 없고
식사도 옆에서 떠먹여 줘야 되는 신랑.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엄마나 오빠의 도움을 받아서 신랑을 목욕시켜준답니다.

그런 생활을 12년을 하고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세월을
그렇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데
그녀의 표정은 밝기만 합니다.
“호호호 제가 그렇게 살아요.”

준용이 아빠 때문에
하루 세끼를 챙겨야 하니
매일 이렇게 바쁘게 산다는 준용이 엄마.
내 삶이 힘들고 고단해도
준용이 엄마의 질기고 끈질긴 질곡 같은 삶에 비교 할 수 있으며
내 아무리 긍정적으로 밝게 산다한들
준용이 엄마에 비교가 될 수 있을 런지요.
그런 딸을 위해서 저녁이면
아저씨 친구들과 아줌마 친구들과 어울려
고스톱도 같이 치며 깔갈 대는 두꺼비식당.
너무 지나치지 않은
이런 화토 놀음이 어찌 나쁘다고만 하겠는지요.
그녀가 웃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인걸...

하루는 날보고 미리 돈을 줄 테니
딸 좀 데리고 노래방엘 가달라는
주인아줌마의 간곡한 요청에
눈웃음 지며 슬그머니
“준용이 엄마! 노래방 갑시다!”
하고 내가 제안하니 금세 얼굴이 밝아지며
“그럼 빨리 신랑 밥 먹이고 와야지!!”
하며 풀 바람처럼 달려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우리는 그저 웃기만 했지요.

그날 저녁 식당 식구들과 모두 같이
노래방엘 몰려갔습니다.
너무도 즐거워하는 그녀를 보며
우리도 마음이 넉넉하여 졌습니다.
신랑 병 수발 때문에 오래도 못 놀고 가야만 되는
그녀를 보내고 자정이 다 되어서
두꺼비식당 부부와 나는 편의점 앞에 앉아서
캔 맥주로 오늘의 여흥을 입가심하며
정말 오늘 참 잘했다고 기분 좋게 담소를 나눴습니다.
커다랗게 웃는 우리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젊은이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준용이 엄마의 유일한 낙은 고스톱과 노래방,
그것들뿐 이랍니다.

요즘 식당에 들여 놓은
연탄난로의 열기처럼 급하지 않고,
느릿하지만 훈훈한 정이 피어오르는 두꺼비식당.

전에는 장사가 잘돼서
딸 월급을 많이 줘도 눈치를 안 봤다는 아줌마는
요즘은 전 만큼 장사가 안돼
아저씨 눈치를 보며 딸에게 돈을 주면서
저이는 가진 돈도 많으면서
‘왜 그렇게 돈을 많이 주냐?’
고 한마디씩 해서 눈치 준다며
내 앞에서 입을 씰룩이는 아줌마는
그래도 입가엔 싫지 않은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아저씨는 근검절약으로 이날 까지 살아 오셨으니
당연히 한마디씩 하시는 거지
그랬다고 화를 내거나 탓을 하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입버릇처럼 튀어 나가는 소리일 뿐이지요.

그리고 손큰 아줌마에겐
알뜰한 아저씨가 천생 연분이 아닌가
생각 되어집니다.

식당일 도와주는 베트남 며느리에게도
아저씨 몰래 돈을 쥐어주며
모았다가 고향에 계시는 친정 부모에게 보내라며
손짓 발짓 하시는 두꺼비식당의
아줌마는 인정이 너무도 많으십니다.

특히나 청국장이 맛있는 이집에 앉아
식사를 시키면 으례히 밥이 한 공기 더 딸려 나오고
반찬들도 듬뿍 듬뿍...
다 못 먹은 게 미안해서 조금씩만 달라면
언제나 두꺼비 식당 아줌마는
후덕한 웃음을 달고 말 하십니다.
“괜찮아요.. 남으면 남기세요. 원래 제가 손이 커서요.”
하시며 맘 좋게 웃으십니다.

주방 아줌마는 나와는 갑장인데
셋째 딸 시집간다하여 아내와 같이 결혼식장에 들려
“좋겠다! 애들 다 키워 출가시켰으니 고생 끝이겠다.”
하고 축하해 줬더니
출가 안한 막내아들 하나가 더 있다는 말에
“무슨 애를 그리 많이 났냐??”
하고 웃으며 하는 내 말에
“많이 나니까 징그럽니? 호호호”
하고 호호할매 처럼 웃더군요.
아줌마를 닮아서인지 모두들 정이 잔뜩 묻어납니다.
그곳에 있으면서 누구하나
화내는 모습을 한번도 못 봤으니 말입니다.

내가 굳이 왜 두꺼비 식당이냐고 물어서
확인을 안 해봐도
즈려 짐작 할 수 있는 두꺼비 식당.

오늘은 토요일 저녁,
창밖엔 오랜만에 함박눈이 ‘사그락 사그락’
여인네 속옷 벋는 소리를 내며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쯤 두꺼비 식당의 작은 창문 너머로
정겨운 웃음소리가 넘쳐흘러
치악 준령을 거뜬히 넘고 있을 겁니다.

하루 빨리
준용이 엄마가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억지로 웃는 웃음이 아니라
준용이와 함께 정말로 행복해서 웃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 하며
아줌마를 비롯해서 두꺼비 식당이 정말로 훈훈하고
오래 오래 행복하기를
내가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원 해 봅니다.

두꺼비식당아~ 다시 찾을 때까지 안녕~~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평균 시인님! *^.^*
휴일은 잘 지내셨는지요?

훈훈한 사랑과 정이 넘치는 두꺼비 식당입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며
즐겨 찾았던 식당처럼 다정다감하게 느껴집니다.

고운 글에 머물다갑니다.

즐겁고 건강한 한주가 되시고
좋은 일들로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 -[01/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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