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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3-02-06 16:37
ㆍIP: 112.xxx.120
삼재땜
삼재 땜 / 임정수




때아닌 장맛비를 만난 것 마냥 억수같은 비가 술술 뿌리는게 아니라...
아예 양동이로 쏟아붓듯이 퍼붓는 아침이다.

바람도 세차게 불고...비는 비대로 퍼붓고 있어서...
천천히 아침 공양를 하고 엄궁 농산물 시장으로 갔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니면 장보러 갈 시간도 없다는 생각에
비록 비는 내리지만 얼른 장이나 봐와야겠다싶어 서둘러 주차장으로 갔다.

집뒤에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엄궁쪽으로 빠지는 새도로로 접어드는데...
굽어진 길에 갤로퍼 하나가 비상등을 켜놓은체 한쪽 구석에 얌전히 쳐박혀 있는 걸 보았다.

순간적인 직감이랄까...
아무것도 모르고 뒤따라 오는 차들이 바짝 붙어서 오길래
얼른 비상등을 켜면서 천천히 굽어진 길을 도는데...

'엄마야~'
미끄러운 빗길에다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더니 차는 '끼이익~' 소리를 내며 그대로 미끄러진다.

다행히 갤로퍼와는 거의 아슬아슬 할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추어 섰지만,
바싹 붙어서 뒤따라오던 승용차 한대는 그대로 지나가 버리는게 아닌가.

이렇게 미끄러울 리가 없는데 싶어서 바닥을 내려다 보니
무슨 기름인지는 몰라도 기름이 엎질러져 있었다.

'갤로퍼에서 흘러내린 기름일까?
아님, 기름을 운반하는 차량에서 흘러나온 것일까?'

순간적이나마 곰곰히 생각해 보니 결론을 내리긴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뒤에선 계속해서 차량들이 쌩쌩 거리며 지나가고...

더이상 지체하다간 무슨 난리가 날지도 몰라 잠시 뒤따르는 차들이 뜸할 때
얼른 핸들을 돌려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나는 무사히 빠져 나왔지만...
갤로퍼에 사람이라도 타고있었음 정말 큰일 날 것만 같은데...
차를 저렇게 방치해둔채 사람만 피신했을리는 없을테고...

에휴~ 그러고 보니 올해가 바로 나에겐 삼재가 드는 해였네...
다행히 다친 곳도 없고...차도 부딪히질 않았으니 파손되지도 않았고...
이렇게 그럭저럭 삼재 땜을 하며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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