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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2-01-11 12:33
ㆍIP: 58.xxx.46
낮거리
낮거리 / 임정수




1층에서 살 때의 일이다.
사업구상을 한답시고 허구헌날 방콕하여 이리뒹굴 저리뒹굴 거리며 시간만 축내고 있었다.

뭐, 전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린 것은 아니고...
년중 계절에 따라, 시기에 따라 하는 일이 달랐기에...
노는 날이 더 많았다는게 탈이라면 탈이었겠지만 말이다..ㅎㅎ

하루는 진짜 할일이 없어 앉았다가 누웠다가...
때가 되면 밥 먹고 속이 꽉 차면 화장실로 뛰어가서 비워내고...

그렇게 시간하고 히히덕거리며 노닥거리고 있는데,
우리 2층에 살던 젊은 신혼부부...

신랑은 택시 운전을 했었다.
생긴 것도 뺀질뺀질 한대다 하는 짓은 영락없는 기생오래비다.

꼴에 의처증은 많아 가지고...
하루종일 집에만 쳐박혀 있는 새댁을 괜히 의심하는 소리가 아래층까지 들려오는게 아닌가.

새댁은 아니라고 믿어 달라며 애원하는데,
그넘은 연신 누구와 했느냐, 몇 번을 했느냐며 다그치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새댁은 누가봐도 한눈에 반할 정도로 젊고 이쁜 편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상조차도 할게 있고 못할게 있는거지...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의심한다는게 기분이 나빴고
아무리 이해를 하려해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올라와서 먼저 하자고 하더나?"
"......."
"니가 먼저 꼬리칬제?"

"흑흑흑..."
결국 새댁은 더이상 참질 못하고 울음보를 터트렸다.

조용한 오후였고 앞, 뒤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라서
왠만한 소리는 허공속에서 퍼지질 않고 다 들렸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참내...살다 살다 별 희안한 경우도 다보겠네...'

그렇다고 뛰어 올라가서 괜한 오해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듣고 있자니 난감하기 그지 없지만 노총각의 호기심이랄지... 한편으론 그다음이 더 궁금했다.

갑자기 우당탕탕 하면서 가구가 넘어지기라도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혹시...새댁에게 손찌검을...??
아님, 무언가로 때리는게 아닐까?

온갖 상상을 해가며 새댁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큰오산이었고 빗나간 착오였다.

왜냐면...
가냘픈 새댁의 울음 소리가 점차 거친 신음소리로 변하더니
삐꺼덕 거리는 침대의 스프링이 춤추는 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타고 천장을 통해 들려왔기 때문이다.

나중에사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신랑이 의처증이 있으면서도 그 의처증으로 색다르게(?)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변태 기질이 다분하다는 것이지...

근데... 하필이면 왜 '나'냐구?
은근히 기분 나빠질려고 하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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