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정연석
ㆍ작성일	2023-05-04 22:22

ㆍIP: 121.xxx.91

고교시절 무전여행의 추억

백송 / 정연석

1972년 가을 고등학교 2학년을 보내면서 공부도 잘 안되고 대학진학에 대한 두려움과 회의(懷疑) 등 혼란스런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춘택, 규한 두 친구와 함께 하굣길에 교복을 입은 채 양평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저녁 8시경 양평읍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여인숙에서 잠을 자고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주머니에 돈이 조금밖에 없었다. 책가방을 뒤져 잔돈까지 모두 긁어모으니 빵과 우유를 살 수 있는 돈과 용문사까지 왕복할 교통비와 원주로 돌아갈 돈만 남아있었다.

양평에서 버스를 타고 용문사까지 가는 길은 농촌이었는데 곳곳에 벼들이 익어가면서 노란 카페트를 깔아놓은 듯한 황금들판은 우리들의 빈곤한 주머니 사정에 비하여 너무나 풍성해 보였다. 용문사는 중앙선 용문역에서 동북쪽으로 약 9km 정도 떨어진 용문산 중턱에 있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용문사는 649년(진덕여왕 3)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892년(진성여왕 6) 도선국사가 중창했다고 전해진다. 용문사는 1447년(세종 29) 수양대군의 어머니 소헌왕후 심씨(昭憲王后沈氏)를 위해 보전(寶殿)을 짓고 불상 2구와 보살상 8구를 봉안했으며, 세조와 성종을 비롯해 조선 왕실에서 종종 중창하였다고 전해진다.

1907년 의병의 근거지로 사용되다가 일본군들이 불태우는 비운을 겪고, 취운스님 등이 재건축을 거듭해 내려오다 1950년 한국전쟁 때는 승패의 분수령이 되었던 용문산 전투를 치르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용문사에는 나이는 약 1,100살 정도로 추정되는 높이 42m, 뿌리 부분 둘레 15.2m인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 되어 보호하고 있다. 통일신라 경순왕(재위 927∼935)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전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라서 지금의 은행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은행나무를 자르려고 톱을 대었는데 그 자리에서 피가 났다는 이야기, 정미의병(1907) 항쟁 때 일본군이 용문사에 불을 질렀는데 은행나무만은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으며, 나라에 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소리를 내어 알렸다는 설화도 전해져 온다.

처음 찾은 용문사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로 경내를 걸을 때 왠지 마음이 경건해지는 분위기를 느꼈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 용문사에 머물다가 양평읍으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주머니에 돈은 없고 아침을 빵과 우유로 때웠더니 갑자기 배가 고팠다. 원주까지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데 기차가 몇편 없어서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어려움에 처하면 위기를 탈출하려는 노력을 하게되고 우리는 누가 제안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점심을 민가(民家)에서 얻어 먹기로 했다.

양평읍 허름한 골목길로 들어서서 몇 집의 대문을 두드린 끝에 어느 친절한 집에서 여자주인으로부터 들어오라는 허락을 받았다. 집에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미혼인 듯한 처녀 주인이 반갑게 마중을 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점심을 얻어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여주인은 흔쾌히 점심밥을 지어 주었다. 툇마루에 앉아서 식사를 했는데 안방으로 들어가는 문(門) 위에 있는 사진틀에 눈에 익숙한 교복을 입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자와 교복에 원주고등학교를 상징하는 심볼 마크가 선명했다.

점심을 맛있게 얻어먹고 일어서면서 사진의 주인공에 대하여 물어보았더니 세살 어린 동생인데 원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춘천교대를 나와 강원도 춘천에서 초등학교 선생으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처음 우리를 보는 순간 동생이 졸업한 학교의 후배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집에 들어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집을 나설 때 그 누나는 행색(行色)을 보아하니 돈도 없을 것 같다며 얼마의 돈을 쥐어주면서 조심해서 집에 가라며 친절하게 대문밖까지 나와서 배웅을 하였다.

우리는 그 누나가 구세주보다 고맙고 존경스러웠으며 천사와 같은 마음에 감동을 받았고, 양평역에서 기차를 타고 원주로 돌아왔다. 원주역에 내려서 남은 돈으로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씩 배불리 먹고 헤어졌다.

사전적 의미의 무전여행(無錢旅行)이란 적은 경비로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소액의 돈으로 의미있는 여행을 한다는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양평 용문사 무전여행은 절반은 우리 돈으로 나머지는 그 누나의 스폰을 받아 다녀온 추억속의 무전여행으로 아직도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그 이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처럼 무모한 여행을 한 적이 없으며, 평생 한 번 감행한 위험한 추억의 무전여행으로 기억한다. 요즘은 자식들이 여행을 가서 돈이 떨어졌다고 전화하면 입금도 시켜주고, 신용카드를 쓰면 한 달 후에 정산하는 편리한 경제적인 시스템이 있지만, 그때는 본인이 소지한 현금만이 유일한 자금줄이었다.

이제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이고 100세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인생의 2/3를 살아온 것이니 한편으로는 후회도 있고 아쉬움도 많다. 이제 지나간 시간은 추억으로 간직할뿐 되돌릴 수 없는 영역이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햇볕 따뜻한 봄날 양평 용문사에 가보고 싶다.

황영칠

2023-05-05 14:23

존경하는 정연석 작가님
양평 용문사 무전 여행 하신 등단작을 보고
참으로 잼지있고 진솔하게
수필의 교과서처럼 매끄럽게 잘도 쓰셨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도 등단작을 지난 가을 용문사에 다녀온 글이었으니
작가님과 저는 그만한 인연이 있는가 봅니다.

배가 고프다고 밥 얻어먹으러 개인 집에
문을 두드린 그 용기는 고등학생이
아니면 도저히 상상해 볼 수 없는 용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집이 원주고등학생 출신 집 이라는 데 인연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때 그만한 용기가 있었을까 하고
당시의 세월을 되돌려 생각해 봅니다.

작가님이 이 동네 오시니 참 좋습니다.
비 오는 휴일 조용히 서재에 산책하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좋은 글 배람 하고 갑니다


정연석	존경하는 황영칠 작가님 안녕하세요 어린이날 부터 시작한 3일 연휴가 이제 끝나고 있네요 시골 어머님을 뵈러 3일간 고향 갔다가 이제야 귀경을 하였습니다 작가님의 글에 이제야 답장 글을 올리는 게으름 용서를 빕니다 휴대폰으로도 글을 쓸 수 있지만 불편하여서 지금 글을 드립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용문사에 관련된 글로 작가 등단을 하는 묘한 인연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시, 수필 같은 취향으로 좋은 글 함께 쓰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길 소망합니다 다음주에도 힘차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향필하소서 감사합니다	5/7 20:11

장계숙

2023-05-08 14:14

정연석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멋진 글로 작가님이 되셨으니
여기서도 자주 뵙길 기대합니다.
등단작을 읽는 호사를 누립니다.
용문사에 대한 히스토리도 배우고
그 시절 무전여행의 즐거움도 느껴봅니다.
친구들과 떠나는 무전여행이
남학생들이라 가능하고... 기억에 남을
즐거운 추억 덕분에 재밌는 글을 뵙습니다.
인심 좋은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스함과 인정....
오가는 사람에게 의심스런 눈길은 없었지요.
지금은 사람이 제일 무서운 세상이 되었네요.
시대가 변하여 사방이 반짝거릴지는 몰라도
인심은 싸늘하니 옛정이 없습니다.
시골도 지금은 도시나 다를바 없구요.
좋은 글 감사히 배독하고 추억에 빠졌네요.
즐겁게 다녀갑니다.
활기찬 활동 응원합니다.작가님~


정연석	존경하는 장계숙 시인님 안녕하세요 시인 서재에서 작가 서재까지 큰 강을 건너오셔서 작가 등단을 축하해 주시고 좋은 말씀 남겨주심에 감개무량 합니다 작가 서재에는 소통하는 분이 없어서 무척 외로운데 시인님이 찿아 오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설레입니다 47년전 고2 때 무전여행을 갔던 추억을 정리하여 글을 227400934

정연석	시스템 장애입니다 죄송합니다	5/8 23:44

염경희

2023-05-08 14:36

안녕하세요~~
무전여행 저도 많이 하고 싶었습니다
무작정 떠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고
겁도 많이 났지요
저는 지난 연휴에 처음으로 갈 곳을 정해 놓고
3박4일 밀양투어에 도전했답니다.

장거리 운전이 걱정이었지만
그정도 거리는 하면서 출발했는데
이천서 밀양까지 4시간이 걸려 먼길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지요

좋은 친구와 쉬고 시골집에 반해
어릴적 비오는 마루에 모기장치고 자던 때가
많이 그리웠고, 때마침 내리는 비가
기와장을 두드리며 노래가 정겹기만 했답니다.

다시 또 해보고 싶은 추억을 담았고
돌아오는 길에는 협회에 들러
창작문예대 입학식에 참석하고 돌아왔답니다

돌아오는 길은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낸 자신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억이 담긴 수필 잘 읽었습니다.


정연석	염경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바쁘신데 저의 서재에 들리시어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밀양을 다녀오시고 대전 창작문예대학 입학식에도 다녀오시고 바쁘게 연휴를 보내셨군요 문예대학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좋은 경험과 학식을 익혀서 더욱 좋은 작품 쓰시길 기원드립니다 수필분야 작가 등단작으로 출품한 세편 중 한편인 고2때 무전여행의 추억을 회고해보았습니다 다시 돌아가고싶은 시절이건만 이제는 너무 멀리 온것 같습니다 누구나 추억을 간직하고 살지만 회고해보면 때로는 무모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인님 싱그러운 오월 건강하시고 즐겁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5/9 09:05

정연석

2023-05-09 10:00

존경하는 장계숙 시인님
안녕하세요
바쁘신 일정에 저의 서재를 찾아주시고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 서재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좀 황량한 느낌마져 드네요
그렇지만 시인님의 격려와 성원이 많은 용기를 갖게 합니다
시 몇 편 쓰기도 벅찬데 수필을 쓰겠다고 용기를 내어봅니다만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수필 등단작 중 무전여행에 대한 한편의 수필을 올려보았습니다
많이 어설프고 글의 팩트와 두서가 없습니다
시인님 많은 지도편달 바랍니다
시인님 싱그러운 오월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향필하소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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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에라가 생겨서 다시 올립니다


장계숙	응원합니다.퐛팅!!!!!!	5/9 12:00

신영애

2023-05-09 13:44

존경하는 정연석 작가님.
고교시절의 무전여행의 추억을 읽으면서
저역시 무전여행은 아니지만
작은 비용으로 현지에서 해결하려고 했던
생각이 났습니다.
대학때 친구들과 강촌으로 여행갔다가
돌아오는 열차를 놓쳐서
기찻길을 벗삼아 걷다가 해는 어둑어둑 서산으로
지는데,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던차에
마침 기찻길옆에 무밭에 들어가
무서리를 하던 추억이 납니다.
흙이 잔뜩묻은 무를 어떻게 깍아서 먹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 했다는 추억으로
가끔 얘기를 했지요.

여행중에 별미는 일탈여행이라고 하지요.
무전여행이든 무계획여행이든...
어줍잖게 이나이에도 꿈구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멋진 행보에 응원을 보냅니다.
건필하세요~


정연석	존경하는 신영애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의 서재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나 여행 중에 겪었던 에피소드가 많이 있지요 예전에는 약간의 농작물은 취식해도 별일 없이 넘어갔지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요 고교시절 양평 용문사 무전여행은 임팩트가 강한지 쉽게 잊혀지질 않습니다 저는 횡성이 고향이라 서울서 양평을 거쳐 고향을 갈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그 시절이 떠오르곤 합니다 작가님 싱그러운 오월 즐겁게 보내세요 작가 서재는 오픈한지 얼마 안되었습니다 많은 지도편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5/10 09:13

지리산 천왕봉

아침에 시를 만나는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