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복희
ㆍ작성일	2020-12-26 08:09

ㆍIP: 125.xxx.48

친구 1. 죽마고우

인연이란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내가 살아오면서 엮였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리가 잘 안 된다. 그래서 주제를 바꾸어 친구라는 개념으로 바꾸어 정리해 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 중에서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죽마고우인 것 같아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죽마고우는 어떤 사람이 있는가 정리해 보았다.

죽마고우란 ‘대나무로 만든 말을 타고 놀던 벗이라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며 자란 친한 벗을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는 설명하고 있다. 나는 소꿉장난하며 놀던 친구들은 기억이 없다. 내가 8살 때 태어난 곳을 떠나 금산이란 곳으로 이사를 와서 살았기 때문에 소꿉장난하며 놀던 친구들은 기억에서 사라진 모양이다. 굳이 찾아보자면 이웃집에 살던 한 살 위인 8촌 형이 상당이 오랫동안 기억에 있었는데 8살 때 헤어진 후 다시 만나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 말에 금산이란 곳으로 이사를 와서 앞집과 뒷집에 같은 나이 또래인 친구가 살았다. 앞집 친구는 나보다 생일이 빠르며 덩치가 컸으며 뒷집 친구는 바싹 마른 체구에 키가 컸으나 생일이 나보다 늦었다.. 이들은 모두 형과 누나들이 몇 사람씩 있는 젖 띠기로 형들이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며 가정환경이 나보다 좋았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 딱지치기를 하려면 나는 종이가 없어 교과서를 찢어 딱지를 접어 딱지치기하다 부모에게 혼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구슬치기도 유리구슬을 구할 수 없어 도대흙으로 만든 구슬로 구슬치기를 하자고 하면 그들이 시켜주지 않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러나 타관에서 이사 온 나는 처음에는 내 주변 아이들에게 지고 살았지만 싸움을 잘했나 한 사람씩 싸워서 이겨 나가 나중에는 대장 노릇을 하며 놀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처럼 친하게 놀던 친구는 나이는 같았으나 둘 다 나보다 한 학년 아래 학년으로 공부를 잘하지 못했나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떨어져 앞집 ‘현철’이는 보결생으로 1학년을 다니다 그마저도 낙제하여 그만두었고 뒷집 ‘종엽’이는 입학시험에 떨어지자 처음부터 중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중학교를 들어가면서 같은 마을이지만 전에 살던 집보다 조금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중학교에 다니던 나는 그들과 전과 같이 어울리는 것이 줄어들었으나 쾌 오랫동안 다정하게 지내던 친구들이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뒷집 ‘종엽’이는 집에서 부모님 일손을 거들어 주다 18살이 되자 일찍 육군 부사관학교에 들어가 월남 전투 초창기에 맹호부대로 참전하여 3년을 복무하고 돌아와 일찍 결혼도 하고 상사까지 진급하여 잘 산다고 들었는데 어느 날 고향에 가 보니 죽었다고 한다. 혹시 월남전에서 고엽제에 중독이 걸려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보지만, 알 수는 없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대학 시절 고향에 갔는데 그가 마침 휴가를 와서 막걸리 몇 잔 마신 기억이 마지막 같았다. 그와의 추억은 고등학교 시절 어느 여름날 저녁에 마을 앞 강변에서 노는데 그는 군대에 갔던 형이 가지고 왔다며 대검을 가지고 나와 놀다 내가 그의 대검으로 허벅지에 상처를 낸 적이 있는데 그 친구 어머니가 우리 집에 와서

“만복이가 우리 ‘종엽’이를 죽이려고 대검으로 찔렀다”고 어머니를 윽박질러 어머니로부터 단단히 혼난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그리고 내가 대학에 다닐 때 하계방학 어느 날 대천 앞바다에서 방첩대로 근무하던 그가 초대해 줘서 내 생전 처음 바다에 떠 있는 배에서 잠을 자고 지역 주민이 잡았다고 바다 범 고기를 가져다줘 먹은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참으로 순순한 친구였는데 인연이 거기까지였나 보다.

그리고 앞집 ‘현철’이는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다 그만두고 집안일을 도울 때 쾌나 가까이 지내며 가끔 인생을 논하기도 했었는데 그는 고향을 뛰쳐나가 서울 동대문 옆에 있던 전파사를 다녔고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기 위하여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공부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두 사람은 자주 만나 가난한 젊은이들의 서러움을 더러 이야기하곤 했는데 아마 1968년 1월로 기억된다. 내가 대학 원서를 쓰기 위하여 금산을 다녀올 일이 있어 금산을 간다고 하니 부탁을 했다. 올라오는 길에 자기 집에 들여 자기 작은형 외투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는 그의 집에 들러 외투를 가지고 오는데 고등학교 동창생도 같은 부탁을 하여 외투 두 개를 가방에 넣고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밥을 얻어먹고 있던 이모님이 5살 먹은 자기 아들이 할아버지 댁에 있으니 데리고 와 달라는 부탁이 있어 이종사촌 동생을 데리고 대전역 시외버스 정류장에 왔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차표를 끊어 동생을 버스에 태우고 잠깐 화장실에 갔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화장실에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야바위꾼들이 컵 세 개에다 주사위를 감춰 놓고 어느 컵에 들어 있나 맞추면 시계를 준다는 야바위 놀이를 하고 있는데 내가 거기에 말려든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가다 보니 컵 속에다 주사위를 숨기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나는
“이것이요.” 했더니 돈을 걸란다. 3,000원을 걸어서 맞추면 시계를 준단다. 그때 마침 시계가 없을 때라 갑자기 촌놈이 시계 욕심이 생겨 호주머니를 뒤져 보니 1,500원뿐이 없었다. 그래서 돈이 모자란다고 하자 다른 물건을 걸으란다. 나는 시계 욕심에 눈이 멀어 자동차에 있는 친구들 외투 두 벌을 가져다주고 내기를 한 것이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야바위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한 패거리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있었으며 혹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컵 속에 주사위가 들었더라도 주변 사람들만 믿고 그대로 놔두고 자동차에 갔다 왔으니 바보 노릇을 해도 상 바보 노릇을 한 것이다. 그래서 돈 1,500원과 외투 두 개를 순간에 날려 버렸다. 내가 뻥하고 있는 사이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돈을 잃은 나는 서울 갈 차비를 날려 천안까지 구매한 버스표를 되물어 값이 싼 기차를 타고 영등포에 와서 어느 아가씨에게 시내 버스표 한 장을 구걸하여 서대문구에 있는 연희동 이모네 집에 간 적이 있었다.

현철이라는 친구는 고향에서 같이 있을 때 자기 작은형이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자 자기 형이 부대에 들어갈 때 인삼을 사가니까 자기가 자기네 인삼을 캐서 형에게 주고 돈을 받을 테니까 나보고 망을 보라며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인삼밭에 들어가 인삼을 캐다 형에게 준 적이 있었다. 그때 그의 형이 인삼을 어디서 가져왔냐고 따지자 나와 같이 자기네 밭에서 캤다고 일러바쳐 나는 본의 아니게 인삼 도둑이 되어 동내 청년회장에게 주의를 들었었다. 그때 이 친구를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늘 제일 친한 죽마고우 친구로 착각하고 있었다.

사건이 나타난 다음 날 나는 친구에게 미안하다며 대학 시험이 끝나면 외투 건을 해결할 테니 며칠만 참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 시험 보기 이틀 전에 금산에서 나보다 나이가 두 살 아래인 이모가 자기 언니네 집에 와서 나보고 외투를 어떻게 했냐고 따지며 집에서 난리가 낫단다. 어느 친구가 집으로 내가 외투를 잃어버렸으니 돈 15,000원을 당장 부쳐달라고 편지를 했단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내가 잘못해서 그리되었으니 할 말은 없다만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생각할 때는 현철이는 조금도 생각 못 하고 약삭빠른 고등학교 동창생이 한 짓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이유는 한 사람은 가장 믿는 죽마고우니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뒤에 알고 보니 죽마고우라고 믿었던 초등학교뿐이 아니 나온 친구의 짓이었다. 그 사건 뒤 얼마 안 있다가 대전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야바위꾼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나머지 돈 1,500원을 주고 외투 두 개를 찾아다 준 다음 나는 이 친구와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기로 마음속에 다짐했었다.

그러다 3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내가 천안에서 교사 생활을 할 때 어떻게 우리 집 전화번호를 알고 연락을 했는지 전화가 왔다. 우리 집 근방에 새로 개발하는 아파트 현장에서 일하는데 한번 만나자는 것이다. 그가 일하고 있는 아파트 현장은 우리 집에서 불과 50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나는 외투 사건이 너무 마음속 깊이 박혀 그를 만나 주지 않았다. 그때 혈기 왕성한 십 대 후반 나이로 오해를 한 나는 고등학교 동기생을 죽여버리겠다고 독기를 품게 한 사건이 아니었던가? 생각하면 할수록 그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친구도 영영 멀어지게 된 것이다.

굳이 죽마고우를 찾으라면 한사람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은 반에서 다닌 친구다. 그는 나보다 나이는 한 살 위였으나 마음씨가 너무 고아 내 마음에서 영원히 잊지 못하는 친구였다. 그러나 그와의 인연도 중학교를 졸업하고 헤어져야 했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았다. 그리고 돈을 벌겠다며 인삼을 재배한다고 운장산 자락에 있는 명도봉이라고 하는 깊고 깊은 산속인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라고 하는 산속으로 1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들어가 버렸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산골짝에 있는 친구를 한 번 찾아갔으나 그 후로는 만나지 못했다. 소문에 의하면 거기서 인삼 재배로 쾌 많은 돈을 벌었으며 그 후 다시 경상북도 상주로 가서 인삼재배를 한다고 하더니 어느 날인가 소문이 죽었다고 들여왔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는 현재 죽마고우라고 할 수 있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