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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김영주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영주
ㆍ작성일 2020-08-31 21:03
ㆍIP: 182.xxx.66
장맛비에 젖는 추억

     장맛비에 젖는 추억

                           김영주


꽃 진자리에 터 잡고 푸르게 살겠노라 잿빛 가지에 녹색 물감 범벅인 몰입에 허연 심줄로 꿰매진 삶 바람에 키워가는 숭고함 거대한 숲을 이루었다. 초복의 햇살 사라질 때 남루했던 솔밭에 새로운 거리의 풍경 자전거 바퀴는 한 인생을 태우고 무한 질주의 본성을 드러낸다. 페달 밟고 있는 누이의 갈망일까 아니면 혼자 속삭였던 사랑의 분출일까 향긋한 소리는 귓불 뒤로 사라지다 과거의 숲으로 숨는다. 언제 꺼내 볼지 모르지만, 앞에 보이는 석양 속으로 깊게 파고드는 둥근 원에 주인은 해맑게 웃으며 붉은 스카프에 녹는다.
어쩌면 단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소녀의 감성에 노을이 탄복했는지 모르지만, 그 짧은 시간은 멈출 수 없는 욕정으로 땅거미를 맞이한다.

어둠에 가린 누이는 먹구름의 산화돼 사라지고 애환에 섧던 시간에 앉아 우렁차게 울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계집아이 쫓다 지친 여름은 허전하게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은 풀잎 되어
하늘이 주는 세례라 여겨 고개 숙인 천연 화처럼 말문 닫고 지난날의 추억 서린 툇마루 건너편 정자 옆에 피워진 쑥불에 몸을 말린다. 이맘때면 자갈밭 고랑마다 찰지게 익는 옥수수수염 엮는 계절의 피아노 반주 찾는 귀뚜라미 합창에 반딧불의 공연으로 여름밤은 드라마를 써 내려가곤 했었지 풍미의 달콤함 한 바구니 쌓아놓고 나누던 담소에 쪼개지는 웃음들로 쫓는 모기떼도 한자리 차지하고 엿듣는 고향이 등짝에 일침 가할 때 찰지게 반죽 된 사랑은 하루를 뉘고 서로의 배 위에 녹슨 인생 걸어온 고깃덩어리 한 짝씩 걸치고 쩝쩝대는 입술로 퉁소 불고 관현악의 절정은 호랑이 울음소리처럼 큰 코골이로 웅장하게 퍼져 귀신도 잠 못 드는 밤 그렇게 가장 편안한 열반에 들어 기와집 수십 채를 보유한 대궐집 주인으로 꿈을 좇던 시절, 이 장맛비에 젖는다.

그 좋았던 인상들 허름해진 지붕 받친 좀먹은 기둥에 치대다 쓰러져 잡초에 짓눌린 채 잃어버린 웃음 찾느라 오랜 세월 뽑히고 뽑히다 그 자리 맴도는 떠나지 못한 소리 여름 장마에 흥건하게 젖어 툇마루에 묻어난 발자취 바라보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들풀은 아직도 정감 있는 향수 잔뜩 품고 수박 뒹구는 거랑 바라보며 참외 같은 달콤한 눈물로 그 땅을 일구고 있었다. 온갖 잡념으로 무성했던 도랑 쓸고 가는 물줄기 그 소리는 늙지도 않고 잔주름도 없이 평온한데 넘치는 빗물은 사랑과 우정 우애와 효가 심어진 아담한 마당 비워내며 뒤도 보지 않고 쏜살같이 살아지고 회상할 수 있는 짧은 배려마저 할퀴고 가지만 일기장에 끼워진 빛바랜 사진 속의 추억은 폭풍에 붙어온 바람난 장맛비 멈추길 기다리며 수족처럼 품어온 추억에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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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 꽃과 나 그리고 하늘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4 장맛비에 젖는 추억 김영주 2020-08-31
3 꽃과 나 그리고 하늘 김영주 2020-07-23
2 빈 의자의 주인은 없더이다 김영주 2020-07-22
1 환영합니다 6 poemmusic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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