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07-24 17:06

ㆍIP: 168.xxx.229

갖고 싶은 하루, 보내고 싶은 하루

물 길 / 김 종 덕

어제가 있어 오늘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적어도 어제 만큼은 충분히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여 한 잔의 소주로 하루를 마감했다. 다행이도 소주는 신경을 마비시켜 어제 어떤 일이 있었던가를 지워주니 오늘의 일이 어제와 닮아 있다 한들 또 다른 하루를 맞을 수 있어 기분 좋다 할 것이다.

더 다행인 것은 어떤 정신없는 사람이 너는 어제 무엇 무엇을 했는데 또 같은 일을 하나 하고 지적하지 않아 좀 더 숨 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아무렴, 어제와 같은 일이면 어때라고 하겠지만, 심리란 묘한 놈이 되어서 어제와 같다면 지겨움부터 내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서 말이지. 더 짧게 잘라서 보면 어제와 같다는 말을 하기도 어려울 것도 있다. 어제는 헬스클럽에가서 스미스머신으로 운동을 하고, 오늘은 턱걸이부터 시작하니깐 어제와 꼭 같지는 않을 터이다. 하루를 시작하고 잡는 것이 그리 어려울 건 아닌데, 꼭 달라야 한다는 이 심리는 무엇일까 모르겠다.

인간의 속성 중에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자하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것에는 전신이 달라붙지만 시간이 지난 것은 그다지 손에 잡기가 어정쩡하다. 그 봐, 하루라도 못 보면 죽을 것 같이 하루를 보내다가도 결혼하고 나면, 잡아둔 물고기 먹이 안 준다는 말이 나오자 않는가. 하루의 시작은 누구 없이 경쾌하게 시작하여야 한다. 정신 나간 듯 웃어가며,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할 정도로. 모든 것은 상대적으로 작용된다. 공을 튀겨 보면 튀길 때 힘준 것만큼 튀어 오른다. 가만히 굴러가는 공을 보고 너 임마 튀어봐라고 하면 구르든 공이 예 할 것 같애, 미친놈이라고 하지.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으면서도 몸이 말을 안 듣기 때문에 모욕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일 것이다.

하루는 참으로 공손하게 다가온다. 태양이 떠오르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고, 눈앞에 다가온 아침이 욕설을 하면서 눈을 뜨게 하지도 않는다. 단지 자기 기분에 못 맞추어 난리를 떨고 있는 자신을 보곤 할 것이다. 공손하게 다가온다는 것은 당신을 존경한다는 겸양의 표시이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렇게 공손하게 다가옴을 왜 존경스럽게 대하지 못하는 걸까. 아마도 자신을 제어 할 수 있는 기능이 엷어져서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어제 소주한잔으로 기분 좋게 잠이 들었으면 그 기분으로 일어나 공손한 하루를 맞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렇게 씨끌벅적한 하루가 시작되고, 그 다음은 하루를 담아야 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은 컬러풀하게 어제 담은 것 말고 새로운 뻑적지근한 것을 담고 싶어, 무언가를 재미있게 시작해본다.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가 생기 있게 들리고, 윈도우 떠오르는 소리가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기분 좋게 출발한다. 마치 그 소리는 주인님, 오늘은 참 미남이시네요라고 말을 걸어 주는 것 같다. 참 기분 좋은 하루가 내 곁에 있어서 좋다. 참, 그 옆에는 10년 만에 꽃을 올린 벤자민의 미소도 덩달아 웃게 만든다. 저들은 주인이 그렇게도 무뚝뚝하고, 살가운 것이 전혀 없고, 짜증만 내는 못난 주인으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이들은 주인을 닮지 않아 밝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어 고맙다. 주인도 미안함을 느끼기는 하지만 쓸데없는, 필요 없는 자존심으로 다가가 말을 걸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 그래도 한 번씩은 쓰다듬어 주는 것이 그리도 좋았나보다, 그것을 정이라고 생각하며 내 곁에 있는 것 같다.

메일이 뜨고, 그 내용에는 단 일초라도 웃음이 나오게 하는 내용은 없다. 우표 없이 도달되는 편지라 무슨 그리 많은 편지가 와 있는지, 나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들을 왜 그렇게 요구하는 지 모르겠다. 바보같이, 너가 능력이 있으니깐 이런 일들이 쏟아지는 것아니야 하고 대어 들겠지만, 난 그저 하루를 잘 넘기기 위하여 프로그램으로 훈련된 산 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왜 알아주지 않는 거지, 이것이 답답함의 출발인데. 난 열심히 일을 해, 단지 머리에 들어 앉아 있는 세포들이 만족하지 못할 뿐 인거지.

모든 생물은 자기만족으로 살아야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비단, 사람만은 자기만족에다 무슨 성취한 기분이 있어야 한다는 야릇한 심리를 가지고 있어, 평생 편안한 하루는 지내지 못할 것이다. 특히, 동물은, 용맹한 사자는 배가 부르면 살아 있는 다른 것을 취하지 않는데, 사람은 꽉 채우고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또 채우기 시작한다. 이것이 스스로는 성취감이 되고 사는 맛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하루를 갖고 싶어도 버리는 하루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서, 넘어가는 해를 보고는 하는 말이 왜 그리 빨리 쉬러 가느냐고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이야기지. 자신이 일을 마칠 때까지는 넘어 가서는 안된다는 논리이지. 얼마나 편안한 논리인가. 자신에만 맞으면 되는 행복, 얼마나 뿌듯하겠어.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꼭 꼬집어 말하기는 싫지만, 내일이 존재한다는 것에 기대고 있어, 그렇게 아쉽게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지만, 누구에게도 내일이 보장되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하루를 결산하는 것이 옳다.

죽은 자가 갈망했던 오늘 이었든지, 오늘의 투자로 내일을 벌 수 있을 것인지, 오늘의 빚으로 떠내려가는 내일에 발을 동동 구를 것인지를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오늘을 갖고 싶은지, 보내고 싶은지를 정리해보고 공손한 내일에 대하여 겸손히 맞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백낙은

2017-07-24 21:54

김종덕 작가님.
하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깨닫게 하는 글이네요.
"죽은 자가 그토록 갈망했던 오늘"이었지만 우리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보내고 있는듯합니다.
"오늘의 투자로 내일을 벌 수 있을 것인지, 오늘의 빚으로 떠내려가는 내일에 발을 동동 구를 것인지를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인간이 100년을 산다고 해도 3만6천일인데 내일 또 날이 오겠지 하고
허송세월하는 일이 없어야 겠네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자세로 성실하게 살아야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안을 기원합니다.


김종덕	백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역사의 기초는 아마도 하루 일 것입니다. 이렇게 쌓여가는 하루에 정성을 쏟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무책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루를 열심히 지내고 살펴보면ㄴ 아, 참 안핸것도 있네하는 생각으로 내일을 다그치게 할 것입니다. 참으로 공손하게 다가오는 하루를 반갑게 맞아 또, 다른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7/28 15:22

이석희

2017-07-28 05:47

김종덕 작가님!
아! 정말 시원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치 물 흐르듯이 흘러갑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사시면 어려운 일이 없을 듯 합니다. 내려놓는다 비운다 하는 말의 간단한 의미는 욕심이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욕심을 물욕으로만 한정 짓습니다. 물욕은 사실 범위가 참 좁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욕심은 그 범위가 한정이 없습니다.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모든 욕심이 다 탐욕이니까요. 아내가 내 맘대로 안 한다부터 시작하여 자녀가 출세를 해야 한다, 내가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명예욕, 내가 베푼 만큼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르기까지 그 끝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어제를 거울 삼고 오늘을 충실하게 그리고 내일은 오지 않은 일이니 미리 걱정하지 말고 살아간다면 참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 일찍 큰 교훈 얻어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참으로 멋지게 하루를 살고 싶은데 방법과 답을 못찾고 있읍니다. 작가님의 말씀대로 확 버리고 살면 좀 편할 것 같기도 합니다만, 또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이 잇으니깐 갑갑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고싶어서 하면서 재미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이젠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7/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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