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길/ 김 종 덕

보스턴은 미국의 동부이면서 메사츠세츠의 북부에 위치해 있는 조용한 도시이다. 하늘에서 본 보스턴은 참으로 수채화와 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호수를 가지고 있고 도시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숲으로 우거져 있었다. 이러한 도시도 있구나 싶었고 여기에서 일 년 동안은 동화 같이 살 수 있을 거라고 반가운 생각을 했다.

미국 생활은 굉장히 돈이 많이 들어 걸 거라는 생각에 집사람은 이민 백 7개에 수송 중에 깨어지지 않을 것들, 숟가락, 젓가락, 프리이팬, 식기, 여름옷, 겨울옷, 아이들 소품 등, 모두 챙겨 갔다. 마치 그것은 이민 가는 형태였고 이웃집 사람들은 영영 안 올 것이냐며 너스레를 뜰 정도였다. 나도 그렇게 까지 챙겨갈 필요가 있을까하고 많은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또한 보스턴 공항에서 짐을 찾을 때에 놀란 것은 짐이 3개나 오지 않은 것이었다. 이유를 알아본 즉, 7개의 이민 백을 모두 뜯어 검사를 했는데 다 검사하지 못하여 검사 마친 것 만 싣고 나머지는 다음 편 비행기로 보내 준다는 것이었다. 도착 첫날부터 참 꼬여 간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마중 나온 교수에게 미안하여 더 이상 투덜거릴 수도 없었다.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라 남의 동네에 가서 헤맨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냥 재미있게 웃고 넘길 수 있어 참 행복하다. 조용한 마을에 집을 얻고 전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였다. 재미있게도 그 발달된 미국에서 2칸 짜리 전차가 출퇴근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물이 된 전차가 도로 위를 일반 자동차와 같이 달리고 있는 것 이었다 이용료도 쌀 뿐 아니라 이런 것이 낭만적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노란색의 오렌지 라인, 녹색의 그린라인, 청색의 블루라인 등으로 보스턴 각각의 미세 구간까지 운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참으로 이 몸은 물가에서 살아라라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어릴 때는 초갓집 주위로 오른쪽, 왼쪽에 각각 2개의 냇가가 흐르더니, 모진 태풍에 내가 모두 터져 모든 것을 다 떠내려 가게 하더니, 고등학교 때는 마산의 합포 바다를 지나치고, 대학 시절은 부산으로, 군대는 남대천을 끼고 지내고, 일본에서는 2번째로 큰 호수인 카스미가우라 옆에서 살고, 이 보스턴은 대서양을 끼고 있는 도시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름다운 물가, 여수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으며, 퇴직 후에는 또, 다른 물가를 찾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보스턴 역시 밖으로는 대서양에 접해있고, 안으로는 찰스 강이 흐르고 있다. 찰스강 주변으로는 보스턴 대학(BU),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하바드(HAVARD) 대학, 터프츠(TUFTS)대학 등의 유명 대학들이 위치하고 있다. 대학인지 공원인지 시가인지 학교인지 구별이 되지 않게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의 대학과는 완전한 다른 모습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하바드 대학은 건물도 꽤 오래되었지만 드넓은 잔디 공원 같이 꾸며져 있고,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는 모습은 진정 대학의 모습이었다.

한 달 쯤 지나자 무엇인가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생활도 안정 되어 가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기도 하였다. 집사람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7개의 이민 가방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에 도움이 되어 참으로 지혜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느꼈고, 남자는 눈 앞의 귀찮은 것만 생각한다는 사실도 국내가 아닌 이렇게 멀리 와서 알게 된 것도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된다.

조금만 나가면 자마이카 폰드라는 큰 호수가 있고 호숫 길은 조깅코스로 만들어져 있어 아침엔 운동하고도 출근할 수 있는, 조깅하면서 모르는 사라들과의 인사도 정겹고, 한바퀴 돌면 4km 여서 땀을 빼기도 좋은 코스였다. 그도 그럴것이 오전 8시면 해가 거의 중천에 떠 있을 정도니깐, 4시 정도면 동이 트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은 잠을 더 잘래야 잘 수 없는 환경이었다. 주변의 공원도 인공적인 공원이 아닌 자연 속을 그대로 길이 나있어 정겨움을 간직한 곳들이 많아 아늑한 생활을 하기엔 좋은 곳이었다.

그보다 아찔한 일은 도착 후 일주일 쯤 되었을 때 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구르고 난리가 났다. 한 밤에 길도 모르는데 무작정 차에다 태우고 병원을 찾았다. 한 참 헤매다가 새벽 한시쯤에 녹색의 병원 표시를 보고 들어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방식대로 급하니까 문을 사람이 나올 때까지 두드렸는데, 알고 보니 정신병원이었다.

사정을 말도 안되는 말로 한 참을 애기했더니 그 때사 의사가 알아들었는지 얼굴이 노래지면서 지도를 가지고 나오더니 이 병원으로 가라, 내가 연락을 취해 놓겠다 해서 참으로 운 좋게 병원에 도착했는데 금방 괜찮아서 집으로 왔다. 조금 후에 또 아프기 시작하여 같은 병원에 입원을 했다. 이틀째 퇴원해도 된다는 연락이 와서 짐을 다 꾸리고 있는데, 갑자기 퇴원 불가하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담당 과장에 항의를 했다. 3차원 X-ray까지 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지금도 아프지 않다라고 했더니, 그 과장이 나보고 택하라고 한다. 당신이 운이 좋으면 수술을 할 것이고, 운이 나쁘면 아이는 장담 못한다라고 했다. 그 이유는 의학이 발달되어 모든 것은 알 수 있고 확인이 되지만, 그것은 기계가 하는 것이고, 나의 판단에는 맹장이 틀림없으니 나의 경험을 믿으면 수술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수술에 들어 갔다. 과장의 말이 맞았다. 3차원의 X-ray가 감지할 수 없는 부분에 염증이 익어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 때나는 생각했다. 아, 내가 이 세상에서 최고로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라고. 그 병원 생활 일주일로 나의 영어는 현지에서 통할 수 있는 영어로 늘어났다.

그래서, 사람을 믿는것도 용기가 있어야 하며, 기다리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나의 생활에 기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