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길 /김 종 덕

우리나라의 전통차의 대부분을 이루는 차나무는 신라 이후부터이며, 차와 관련된 이야기로는 원효대사, 설총, 대렴 등의 이야기가 삼국사기 및 삼국유사 등에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 보아 그 역사는 참 오래 된 것으로 알 수 있다. 그 후 고려 시대에는 팔관회의 국가제의에 사용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궁중의 차례(茶禮)의 제전으로 계속되어 왔고 민간에서도 성행되어 왔으나, 조선 말기에는 차례의식이 쇠퇴되어 가면서 사찰과 민간으로 이어져 오게 되었다. 그리고 다기(茶器)는 당으로부터 수입되다가 강진 등에서부터 자체 생산되기 시작하여, 고려의 독자적인 상감청자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백자가 탄생하게 되어 차와 다기는 불가분의 관계로 발전되어 왔다.

  녹차는 주로 산사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으나 다기와 다구 등도 일반인으로서는 구하기 어려워 서민들에게 까지는 전파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차의 효능을 접해본 사람들에 의하여 정신을 맑게 하는 차의 신비하고, 집중할 수 있어 선비들의 선과 도의 영역에 파고들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차의 색과 향, 맛을 알게 되고 사상과 감정의 폭을 넓히는데 중요한 물품으로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선비들의 만남에도 차가 없으면 유대관계과어 려웠을 것이서, 승려나 학자들 사이에서 그 맥을 이어 왔을 것이다.

녹차의 성행은 四佳 서거정, 梅月堂 김시습, 淸虛 휴정(서산대사) 등의 조선 전기와 후기에 와서는 栗谷 이이, 茶山 정약용, 秋思 김정희, 草衣 장의순 등으로부터 체계화되기 시작한다. 특히 정 다산의 18년간의 유배생활에서 다산초당은 그의 집대성 기간에 목민심서 등을 완성하기도 하였다. 이 유배 생활동안에 스님들과 만남으로 차에 심취하게 되었고, 초의 선사와의 만남으로 차의 부흥기에 도달하게 되고 구중구포의 제다 방법도 맥을 잇게 된다.
특히, 녹차는 예를 바탕으로 선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차를 달이는 방법으로부터 여유와 기다림과 인간미와 더불어 살 수 있는 멋을 배워 왔다. 

요즈음은 정신문화에 비교하여 기계문명이 너무도 빨리 발달하여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기계 쪽으로 편향됨으로 인간미가 많이 사그러져 가고 있다. 기계가 앞서가면 정신도 따라가야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길들여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녹차가 정신문화의 발달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기계문명이 발달한 영국 등에서는 차를 우려내는 시간을 기다릴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구중구포식의 다기에 의한 달이는 문화가 서구에서는 그렇게 달이는데 시간이 필요치 않은 홍차가 많이 발달 해왔다.
여기서 우리의 전통을 바탕으로 마시는 작설차와 홍차는 어떻게 다르며 어떤 효능을 갖는지 좀 언급을 하고 가야겠다. 차는 크게 녹차, 반 발효차, 발효차, 흑차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녹차는 녹차 잎을 곡우로 중심으로 해서 새의 혀처럼 돋아났을 때 채취하여 바로 덖음질을 하여, 즉, 구중구포하여 만드는 차이다. 이 차의 중점은 잎을 채취하여 바로 덖음질을 하는 것인데, 현대의 지식을 조금 갖다 붙이자면, 덖음질을 하는 것은 온도를 200도 이상 올려 저어 가며 볶는 방법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녹차잎 안에 들어있 효소의 활동을 파괴시키는 과정이다. 즉, 차의 잎 안에는 떫은 성분(카테킨, 탄닌)등이 많이 들어있는데, 이 효소가 작용하여 이런 성분을 분해하기 때문에 녹차 고유의 떫고 고유한 맛을 나타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고온에 덖음으로 해서 효소가 파괴되면 녹차 고유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게 되도록 만드는 과정이 된다.

그러면 홍차는 녹차의 잎을 따서 바로 덖음을 하지 않고 서늘한 그늘에 시들도록 방치(위조:萎凋)하게 되는데 이때에는 앞에서 말한 효소가 작용하여 성분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떫은맛이 없어지는데 이를 우리는 발효시킨다는 말로 대신한다. 따라서 녹차 잎 내의 효소를 파괴하지 않고 장시간 걸쳐 방치함으로써 맛을 연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발효차는 말 그대로 덖음질을 하지 않고 차를 만드는 과정이다.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녹차는 마르게 되고 계속 서늘한 곳에 두어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영국의 립톤 차를 대표로 들 수 있다.
반 발효차는 완전히 발효시키지 않고 어느 정도 필요한 시간 만큼 방치(위조萎凋;건조)시켰다가 더 이상 성분이 변하지 않도록 중간쯤에서 덖음질을 하여 살아 있는 효소를 파괴시켜 더 이상의 성분이 변하지 않도록 제조하는 과정이며, 따라서 효소를 중간에 실활 시켰기 때문에 조금은 떫은맛이 나도록 한 것이다. 일본의 우롱차를 예로 들 수 있다. 
다음으로 보이차를 보면, 보이차는 작설차와 만드는 방법은 동일하나, 구중구포 등의 덖음질을 한 후에 일정하게 형태를 만들어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저장하여 오랜 기간 동안 방치하는 것이다. 짧게는 몇 년에서 백년 이상 숙성하는 것이다. 이 때 공기 중의 세균들이 스며들기 시작하여 오랜 기간 동안 발효 시키는 것이다. 헷갈리지 않게 방치와 발효는 어떻게 다른가를 보면 발효는 세균이 참여해서 물질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말하는데, 위의 발효차를 설명하면서 방치한다는 것은 세균의 개입이 없이 그냥 건조시키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엄밀하게 발효차라는 말은 틀린 말임에는 틀림없으나, 사람들이 먼저 발효차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에 발효차로 불리어 지는 것이다.

 흑차란 무엇인가를 보자. 흑차는 보이차를 만드는 것과 같은 과정을 밟는데 보이차는 그냥 공기 좋은 곳에 방치하여 자연에 있는 필요한 세균이 차츰차츰 차에 붙어 오랫동안 발효시키는 것이 비교하여, 흑차는 보이차를 발효시키는데 관여하는 세균들을 인공적으로 배양하여 바로 차 위에 뿌림으로써 발효 기간을 상당히 단축시키는 방법이다. 보이차와 효능도 비슷하고 3년 정도만 발효시키면 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렇게 녹차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가공 방법이 달라져 왔다. 그러나 원래의 녹차로 정신문화의 발달에 기여 해온 것은 단연코 작절차인 녹차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