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권영심
ㆍ작성일	2021-11-29 13:24

ㆍIP: 223.xxx.39

내가 만난 경찰

내가 만난 경찰 1

권영심 ( 2021 , 11 , 29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많은 경찰을
만난 듯 하다.
내가 경찰과 관계된 무언가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러가지 사건들이 경찰에 대해
많은 느낌을 가지게 했다.
가장 최초의 기억은 아버지와 순경들인
데, 그 때 아이들은 순경을 무서워했으 나 나는 아니었다.
아버지는 시장 안에서 가끔 말썽을 일으
켰는데,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거나 아내를 폭행하는 남자들을 뼈가 부러지 도록 흠씬 패주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 마다 아버지는 순경들과 파출소
에 갔는데 ,엄마는 사람들과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대곤 했다.
엄마는 술과 음식을 다라이에 가득 담아
나와 함께 파출소에 갔고 아버지는 순경
들과 한 참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전혀 놀랄 것 없다.
그 시절은 파출소 안에서 근무자들이, 동네 사람들과 술과 음식을 먹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아버지는 다친 사람을 입원시켜 말끔히
낫게 했고 ,한 번 아버지에게 맞은 사람 은 적어도 아버지가 나타나면 폭행과
난동을 멈추었다.
그런 아버지를 엄마와 나는 무척 자랑스
러워 했었다.
순경들은 차를 타고 가다가도 나를 보면
손을 흔들고 웃어주었고 ,그런 경찰들이
나는 참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나는 처녀가 되었고 아들의 아빠와 연애 시절 어느 날 ,그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것도 살인범으로 말이다.
나와 데이트를 하던 그 시간에 그가 살 인을 했다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이동을 할 때 마다 시간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
것이 그를 살렸다.
우리는 11시 25분에 집에 왔는데, 나를
바래다주고 돌아선 그는 잠복하던 경찰
에게 그대로 체포되어 살인자로 추궁받
았고 고문도 받았다.
고문을 받았다고 내가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건강한 젊은이였 던 그가 이틀 후 풀려났을 때 걷지도 못 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불과 이틀만에, 그는 한 달 동안 운신을
못할 정도로 망가졌고 그로 인해 신장의
병을 얻어 나이 40도 못 되어 신장 투석 을 받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는 그 당시 인삼 판매업을 하고 있었 고 영도 일대의 인삼찻집에 물건을 대어
주고 있었다.
그 날 나를 만나기 30분 전 모든 배달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전차 종점 부근의
찻집에 배달을 했다.
나는 그 찻집 부근에 있었고 그가 주인
여자와 외상값으로 실랑이하는 것을
지켜 보았다.
그 여자가 살해당한 것이다.
우리는 7시에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데
이트를 했고 여러 곳에 들렀었다.
다음 날 오후 교회에 다녀오다가 나도
연행되었고 무슨 일인지 나는 꿈에도
몰랐다.
너무나 웃기는 코메디는 여기서 시작되
었고, 지금 생각해도 나는 그 때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들은 내게 수사관임을 밝혔고 나는
세 사람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차에 올랐
는데 그들이 차 안에서 나를 노골적으로
놀렸다.

- 야, 이 아가씨 끝내주네, 우리를 무서워
도 하지 않고 신분증을 모조리 검사하네
진짜 대담한 여자일쎄 -
-살인범의 애인이니 오죽하겠어. 같이
범행했을지도 모르지 -
나는 대번에, 그가 무슨 이유에선지 살인범이 된 것을 알았고 그래서 처음 으로 입을 열었다.
- ㅈㅇㅈ씨가 살인을 했어요?
누굴 죽였는데요? 언제요? -
- 야! 시침떼지마. 이제 자백 안 하면 아 가씨는 물론 부모님도 골로 가는 거야 -
ㅎㅎㅎ, 정말 웃기지만 그런 협박이 가 능하고 용의자라고 생각되면 바로 잡혀 가도 되던 시절이었다.
나는 경찰서에서 내렸고 어느 방으로 갔
는데 자그마치 여섯 명이 나를 둘러싸고
앉았다.
그들의 말은 ㅈㅇㅈ가 살인범이 확실한
데 굳이 나를 끌여들여 이렇게 연행되었
다는 것이다.
어제의 일을 조금의 거짓도 없이 다 자 백하라고 을러대었다.
눈빛이 냉혹한 남자 여섯 명에 둘러 쌓였는데도 조금의 동요가 없는 나에게
그들이 오히려 놀라고 있었다.

- 어제 그랬단 말이죠? 몇 시에요?
우리는 7시에 데이트를 시작했으나 6시 30분에 ,죽었다는 그 여자 찻집에 인삼을 배달한 것을 나는 근처에서 다 보고 있었고 그 여자가 맞다면 그 시간
까지 분명히 살아 있었어요.
외상값 때문에 심하게 다투기는 했으나
ㅇㅈ씨는 내일 이야기하자면서 내게로
왔고 11시 25분에 우리는 집 앞에서
헤어졌어요 .그런데 언제 그가 그 여자 를 죽였다는 거죠?
나와 헤어진 다음에 그가 가서 죽였다면
나는 전혀 본 것이 없으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11시 25분 안에 그 여자가
죽었다면 그 사람 짓이 아니예요 -
내가 얼마나 명료하고 침착하게 말했든
지 그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한 남자가 테이블을
손으로 내려치며 일어나더니 내게 쌍욕
을 했다.
미리 다 짜고 거짓말을 한다면서 사실을
불라고 난리를 쳤다.
그들은 나를 전혀 몰랐는데 ,나는 그런
지경에 울거나 소리치거나 겁에 질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가 억울하게 살인범이 되어 있
는 것을 확신한 나는 겁날 것이 없었다.

기적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