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8-03-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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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의 보물을 간직한 덕유산(德裕山)의 매력(덕유산 제1편)

33개의 보물을 간직한 덕유산(德裕山)의 매력
(기행 수필 덕유산 제1편)

루수/김상화

꿈에 그리던 전북 무주에 있는 덕유산(德裕山)을 가는 날이다. 5시쯤 잠에서 깨어났다. 산행 갈 준비를 해놓고 옷을 입으려니 갈등이 생긴다. 날씨가 매섭게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겨울인지라 제법 추운 듯했기 때문이다. 등산복 속에 T를 입을까? 또는 잠바를 입을까? 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나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패딩 잠바를 속에 입고 가기로 했다. 멋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것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내 몸을 위해 완전 무장을 한 셈이다. 집을 나서니 역시 차가운 날씨에 옅은 구름이 하늘을 가렸다. 그러나 공기만은 봄 내음을 풍기는 듯 상큼하다. 나를 비롯해 덕유산을 가는 모든 회원이 안전하게 다녀오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며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나도 모르게 좋은 기분이 마음으로부터 쏟아진다. 그러면서 김종배 회장과 전윤연 회장 그리고 새로 선출된 정연표 회장과 박치원 작가를 비롯한 회원들의 얼굴이 한분 한분 방글방글 웃는 모습이 머리를 스친다.

덕유산(德裕山)을 향해 차는 달리기 시작한다. 날씨가 추워 창밖을 내다볼 수 없게 김이 서리어 있다. 휴지로 서리어 있는 김을 닦아내고 밖을 내다보니 간혹 군데군데 하얀 눈이 덮여 있다. 그런데도 봄기운이 역력하다. 나무는 물이 올라 파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는 봄부터 가을까지 자기의 성장과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태양을 받아드릴 준비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무들은 잎에서 성장의 동력이 될 엽록소와 자양분을 만들어 내야 한다. 나뭇가지에선 잎을 만들 눈이 젖가슴처럼 돋아나기 시작한다. 자연은 참으로 신비롭다. 신비로운 자연은 우리 인간을 위해 신께서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신께서 주신 자연의 고마움을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간다. 다만 아름답다 덮다 춥다 좋은 계절이 왔다는 것만 말한다.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신께 고마움을 알고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차는 무주 구천동 계곡에 멈췄다. 그때가 10시 30분이다. 이곳이 덕유산 국립공원 구천동 탐방 지원센터다. 그때 하늘은 우리를 환영이라도 해주는 듯 찌푸렸던 구름을 거두어 낸다. 그러곤 아름답게도 코발트 색으로 바뀌어 놓았다. 참 신기하다. 이 역시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큰 선물이 아닌가 싶다. 고운 햇살은 조용히 구천동 계곡에 내려앉고 얼음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새들도 봄소식을 들었는지 아름답게 조잘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자연의 소리로 하모니를 이룬 구천동 계곡은 우리의 발자국 소리와 대화 소리도 함께 어우러 진다. 거기다 웃음소리까지 합세한다. 이렇게 향기롭고도 감미로운 소리로 구천동 계곡을 꽉 메웠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먼저 덕유산의 유래(由來)와 연혁(沿革) 그리고 구천동이란 명칭에 대해 알아보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알림판과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다. 덕유산 국립공원은 주봉(主峰)인 향적봉(香積峰; 1,614m)을 중심으로 표고(標高)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稜線)이 남서(南西)쪽으로 약 30km나 이어져 있다. 행정 구역으로는 전라북도(全羅北道) 무주군(茂朱郡), 장수군(長水郡), 경상남도(慶尙南道) 거창군(居昌郡), 함양군(咸陽郡) 등에 걸쳐 있다. 면적(面積)은 229km*에 달한다. 1962년 1월 21일 관광지(觀光地)로, 1971년 12월 1일 도립공원(道立公園)으로, 1975년 2월 1일 국립공원(國立公園)으로 지정되었다. 라제통문(羅濟通門)으로부터 이곳을 거쳐 백련사(白蓮寺)에 이르기까지 약 20km에 달하는 기암절벽(奇巖絶壁)과 폭포(瀑布) 등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구천동계곡(九千洞溪谷)은 예로부터 선인(先人)들이 이름 붙인 33경(景)으로 덕유산의 아름다움을 대표하고 있다.

구천동(九千洞)이란 명칭은 조선(朝鮮) 연산군(燕山君) 때 임갈천(林葛川; 1501~1584)의 덕유산 향적봉기(香積峰記)에 성불공자(成佛功者) 구천인(九千人)이 살았다는 둔지(屯地)로서 구천둔(九千屯)이라 불리웠던 데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으나, 그 후 허미수(許眉叟; 1595~1682)의 덕유산기(德裕山記)인 구천뢰(九千磊) 윤명제(尹明濟; 1629~1724)의 유광로 산행기(流匡盧山行記)에서도 구천동으로 불린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봄에는 철쭉, 여름철에는 계곡과 녹음(綠陰), 가을철에는 단풍(丹楓), 겨울철에는 설경(雪景) 등으로 년중 자연자원(自然資源)이 풍부한 명승지이며 심산유곡(深山幽谷)의 원시적(原始的)인 요람(搖籃)으로 옛 은자(隱者)나 도사(道士)들의 꿈의 고향(故鄕)이었다고 한다. 덕유산 국립공원 내에서는 고려 공민왕(恭愍王) 때 (1374) 축조(築造)된 적상산성(赤裳山城, 사적 146호)과 조선실록(朝鮮實錄)을 봉안(奉安)한 사고지(史庫地), 신라(新羅) 흥덕왕(興德王) 때 창건했다는 백련사를 비롯하여 안국사(安國寺), 호국사(護國寺) 등 많은 역사적 유적과 고찰(古刹)들이 있으며, 덕유산 정상부에는 수령(樹齡) 300~500년생의 주목군락(朱木群落)이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절경과 엄청난 역사를 품고 있는 덕유산(德裕山)을 오늘 왔다는 자체가 큰 행운이다. 그저 머리에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자연과 대화도 하고 눈에 담고 사진에 담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걷다 보니 어사길도 보았고 구천동 수호비(九千洞守護碑)를 세워놓은 것도 보았다. 전윤연 회장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이산의 최고봉인 1,614m나 되는 향적봉(香積峰)을 향해 걷는다. 따사로운 햇살은 우리가 걱정스러웠나 보다. 감기 들지 말라고 어루만지며 감싸준다. 자연의 무한한 보호를 받고 원시림을 감상하며 걷는 것이 왜 이리도 행복하고 즐거울까? 아마도 늘 모성애를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는 전윤연 회장이 옆에서 즐겁게 대화도 해주고 때로는 호호 하하 하며 웃음도 한 보따리 터트리며 걷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조선 시대로 돌아가 어사가 된 양 구천동 어사 길을 걸어간다. 행복이란 자기의 생각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 틀림없다. 어사가 된 필자가 갈지자 걸음으로 어슬렁대며 걸어 본다. 또 어사의 길이라고 아치를 만들어 세워 놓은 곳에서 사진도 찍어본다. 구천동이라는 지명은 조선 시대 [향적봉기(香積峰記)] 라는 기행문에 승려들이 수도하던 곳이라고 기록된 것이라 유래하였다. 구천동 어사길은 백련사까지 5.0km 구간으로 덕유마을이 형성되기 전부터 지역주민이 이용하던 길로 현재에도 과거 집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또한, 조선 시대 유명한 암행어사였던 박문수가 구천동에서 자신의 위세만을 믿고 이웃 주민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자들을 벌하고 사람의 도리를 바로 세웠다고 하여 어사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구천동 수호비(九千洞守護碑)에 대해 알아본다. 국가 보훈처 지정 현충 시설로 6.25 전쟁 당시 아군이 낙동강까지 후퇴하였다가 다시 반격하여 북진하는 과정에서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퇴로가 막혀 후퇴하지 못한 패잔병이 이곳으로 들어와서 그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많은 지역 대원들이 전사하였다. 이들 영혼은 자손이나 가족이 없으며 분묘도 없이 구천에서 떠도는 것을 구천동 수호동지회에서 이곳에 비를 세워 편히 잠들게 하였다.

눈이 길 위에 깔려 아이젠도 하고 겨울 산행의 완전 무장을 한 상태로 올라간다. 옆에 있는 개울에선 구천동 골짜기에서 얼음 밑으로 내려오는 물소리가 새색시가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같이 들린다고나 할까? 다정한 연인이 누가 들을까 봐 이불 속에 얼굴을 묻고 나지막한 소리로 속삭이는 정겨운 소리라 할까? 소리만 들어도 피로가 풀리는 듯 자연이 주는 향기로운 소리다. 다만 아쉽게도 얼음이 덮여 맑은 물을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듣고 즐기며 걷다 보니 덕유산의 33개의 자연 보물이 있다는 것을 알림판을 보고 알았다. 자연이 좋아 감상하느라 미처 보지 못하고 무심코 올라갈 뻔했다. 천만다행으로 하늘이 도우셨나 보다.

무주구천동은 라제통문을 지나 36㎞에 걸친 덕유산 향적봉까지 기암괴석과 희귀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태고의 원시림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이, 소(沼)나 담(潭)과 폭포가 되어 우리나라 경승지 중 가장 아름다운 구천동 33경(景)을 이루었다. 33경(景)을 하나하나 나열해 보자

*제1경 라제통문(羅濟通門)
통일문으로도 불리는 라제통문은 무주군 설천면에서 무풍면으로 가는 도중 설천면 두길리 신두[新斗]마을과 소천리 이남[伊南]마을 사이를 가로질러 암벽을 뚫은 통문을 말하는데 무주읍에서 동쪽 19km의 설천은 옛날 신라와 백제의 경계에 위치하여 두 나라가 국경 병참 기지로 삼아 한반도 남부의 동서문화가 교류되던 관문이었다. 이렇듯 삼국시대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풍속과 문물이 판이한 지역이었던 만큼 지금도 언어와 풍습 등 특색을 간직하고 있어 설천 장날에 가보면 사투리만으로 무주와 무풍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제2경 은구암(隱龜岩)
라제통문에서 2.9km 거리에 있으며, 구산마을의 남쪽 계곡 운장대(雲壯臺) 앞에 마치 거북이 형상의 바위가 숨어 있는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였다. 옛날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즐기던 곳이라 하여 강선대(降仙臺)라고도 한다.
*제3경 청금대(聽琴台)
은구암 남쪽 0.5km 지점에 있다. 흐르는 개울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마치 탄금(彈琴)소리와 같이 신비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제4경 와룡담(臥龍潭)
청금대에서 1.9km 정도 물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일사대를 휘어 감고 흐르는 물이 마치 누워있는 용같이 생긴 바위 주변을 맴돌며 담을 이룬다.
*제5경 학소대(鶴巢台)
와룡담에서 0.6km 지점, 서벽정 동쪽계곡에 학이 둥지를 틀고 살던 노송이 있던 명소다.
*제6경 일사대(一士台)
구천동에서도 3대 경승지의 하나로 손꼽히고 수성대 [水城臺]라고도 하는데 라제통문에서 6.1km 지점, 서벽정 서쪽에 우뚝 솟은 기암이 배의 돛대 모양을 한 절경으로 구한말의 학자 연제 송병선이 이곳에 은거하여 서벽정을 지어 호를 동방일사[東方一士]라 하고 푸른 바위의 깨끗하며 의젓함을 들어 일사대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제7경 함벽소(涵碧沼)
일사대에서 0.4km 지점의 개울가에 있으며, 구천계곡을 누비고 흐르다가 잠시 멈춘 맑은 물에 자락을 드리운 암벽이 거울 같은 옥수를 굽어본다
*제8경 가의암(可意岩)
함벽 소에서 0.3km 지점에 있으며, 마치 다듬어 놓은 듯한 반반한 반석이 층층을 이루고 그 위를 흐르는 맑은 물은 비단 폭을 이룬다.
*제9경 추월담(秋月潭)
가의암에서 2km 지점에 위치한 추월담은 깊고 푸른 물 가운데 우뚝한 기암이 오묘하고 가을밤 월색이 소에 담기면 주변을 온통 선경으로 만든다

*제10경 만조탄(晩釣灘)
추월 담에서 0.6km 지점에 있으며, 울창한 수림과 기암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이 개울가 곱게 깔린 자갈밭을 적시면서 여울을 이룬다. 예부터 낚시터로 이름난 만조탄은 석양빛 여울에 낚시를 드리우는 기분이 일품이다. 또한, 옛날 구천동에 구천 승려가 살 때 아침저녁으로 쌀을 씻던 뜨물이 이곳까지 흘러 내렸다 하여 뜸물재라고도 한다.
*제11경 파회(巴洄)
라제통문에서 10.9km 구천동 3대 명소의 하나인데 고요히 잠긴 소에서 급류가 암석에 부딪히는가 하면 다시 소가 되는 이것의 보기 드문 경관은 선경인 양 황홀하기만 하고 길가 큰 바위 위에 노송 한 그루가 서 있어 그 이름이 천년송이요, 바위 이름은 천송암으로 신라 시대의 일지 대사가 소나무 가지를 꽂은 것이 흙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바위에서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제1편은 11경(景)까지 마치고 제2편에서는 12경(景)서부터 깔딱고개를 올라가느라 힘들었던 장면을 샅샅이 빚어내러 갈까 합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2018년 02월 10일

김경렬

2018-03-31 07:24

고생 하셨습니다.
오늘은 무주 구천동의 유래와 덕유산의 공부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김정렬 작가님 이젠 꽃이 활짝 핀 봄이네요 오늘 아침 석촌호수엔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고요.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낳습니다. 지난 행사 때 참석해 뵙고 싶었는데 바쁜 일 때문에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봄 향기와 함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3/31 13:01

백낙은

2018-04-02 09:55

김상화 작가님.
저도 오래 전에 덕유산을 다녀 왔습니다만
이렇게 많은 보물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눈여겨 보지 않아서인가 합니다.
다시 한 번 가면 눈여겨 봐야 겠습니다.
또 제 2편 기다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상화	안녕하세요. 백낙은 위원장님 반갑습니다 어딜 가나 꽃이 만발한 봄입니다 이 아름답고 따사로운 봄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고 싶지 않으세요? 이렇게 늦게 답글을 올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매년 빨리 답글을 드린다고 마음의 약속을 하건만 게을러서 그런가 봅니다 시간이 되시면 덕유산 꼭 다녀오셨으면 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산입니다 위원장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4/13 08:08

정찬열

2018-04-02 21:40

김상화 작가님~~
누가 뭐래도 험난한 산길을 누비는 기행작가로서
무심코 더녀왔던곳인데 매력 덩어리 덕유산의 33개 보물이
있다는데 다시한번 가고픈 생각이 앞을 섭니다.

설령 미처 가보지 않는 다해도 워낙 섬섬옥수로 그려주신
알찬 정보와 비경에 단숨에 읽어내려 갔습니다.
제2편 13경부터를 기다리며 늘 건안 하시길 기원 합니다.
감사 합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열심히 써보려고 노력은 합니다만 아직 글이 매끄럽지를 못합니다. 그러한 글을 작가님께서 칭찬을 해주시나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작가님 덕유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력 덩어리입니다 눈이 덮인 겨울에도 아름다운데 봄 여름 가을에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해 봅니다 시간이 허락하면 가을에 한 번 더 가서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고운 댓글 감사합니다 늘 편안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4/13 08:21

하얀 눈이 덮인 덕유산(德裕山)의 진풍경(덕유산 제2편)

꽃보다 아름다운 대둔산의 절묘한 전경(대둔산 제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