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03-06 18:46

ㆍIP: 211.xxx.198

가 족
가 족
김 경 렬

그날은 퇴근길에 마트에 가서 누에 가루를 한 병을 구입 하였다. 집에 도착하여 늘 먹던 방법으로 한 스픈을 우유에 타서 마신 뒤에 저녁 준비를 시작 하였다. 그때 다리가 간질거리며 피부에 붉은 반점이 솟아났다. 처음엔 벌레에게 물린 줄 알고 식초를 찍어 바르고 그냥 일을 계속하였다. 점점 온몸이 근질근질 하더니 여기저기 두드러기처럼 툭툭 불어나기 시작 하였다.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다. 혹시 식 중독이 아닐까? 재빨리 욕실로 달려가서 손가락을 입속에 넣어 방금 전에 먹은 누에 가루를 토해 냈다. 억지로 토해 내려니 힘이 들었지만. 몇 차례 걸쳐 쓸개즙이 나오도록 다 토해 내었다. 서둘러 간단히 저녁 준비를 끝냈다. 다 토해 내었으니 잠시쉬면 진정이 되겠지, 하고 누워 있으려니 이번에는 안구가 뻑뻑 해지면서 욱신거리고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다. 욕실로 가서 시원한 생수로 눈을 세척하고 거울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하도록 소스라치게 놀랐다. 눈동자 색깔이 토끼 눈보다 더 새빨갛게 충혈 되어 있지 않은가? 호흡도 점점 가빠지기 시작했다. 순간, 겁이 덜컥 났다. 병원에 가려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으니 손발에 힘이 빠지고 숨이 차서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택시를 불러서 가까운 한림대병원 응급실로 갔다. 곧바로 입원조치를 하더니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여기저기 연락하며 담당과장을 찾고 있었다. 간호사가 먼저 '산소마스크' 를 씌워주고 링거를 꽂아 주었다. 걸려온 전화를 받던 당직 선생님이 뛰어나가 주사제를 들고 와서, 방금 교수님의 처방이 내렸다면서 해독제를 놓아 주었다. 환자인 나보다. 그들이 더 놀란 얼굴로 민첩하게 대처함으로 그제 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고 더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때 마침 주치 선생님이 오셨다. 환자분은 '누에 알레르기' 라고 하면서 '알레르기' 는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혼자 집에 계셨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했다. 초기 응급조치를 잘했기 때문에 회복이 빠를 것 같다고 칭찬을 하시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순식간에 정신없이 벌어진 일이라 '산소마스크' 를 쓰고 누워 있으면서도 황당하기만 했다. 자칫 잘못 했으면 사경을 헤매고 있을 뻔 했구나, 생각만 해도 앗 찔 했다.

20년 전 당뇨 판정으로 식이요법을 시작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당뇨에 좋다는 정보가 봇물처럼 쏟아져 그중 한두 가지를 선별하여 시도해 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마침 절친한 지인이 당뇨로 10년 전 부터 누에 가루를 복용하고 있는데 좋은 것 같다고 추천을 했다. 그때 어릴 때 구수한 번데기 먹던 추억이 떠올라 친근감이 생겼고 무엇보다 뽕잎만 먹는 무공해 누에를, 냉동하여 가루로 가공한 것이라서 믿음이 생겼다. 그동안 한 병을 다 먹도록 아무 일이 없었는데 뒤늦게 '누에알레르기'가 왠 말인가?

입원한 잠간사이에 아들과 딸 그리고 남편이 놀란 모습으로 헐레벌떡 달려왔다.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고 걱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식구들이 모여서 병상을 지켜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안정이 되었다. 한잠을 자고나니 점차 안구의 통증도 완화되고 눈동자의 색깔도, 맥박도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두 시간여 지나자 산소마스크를 떼어도 호흡에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 의료진은 하룻밤 경과를 보자고 했으나 퇴원수속을 하기로 했다. 당직 선생님이, 이제부터는 누에 가루를 절대 먹지 말라고 당부를 거듭하였다.

병원 밖으로 나왔다. 맑은 공기를 마시니 살 것 같았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날따라 깜깜한 밤바다 는 모래알처럼 많은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 별들은 나에게 '괜찮아' 수고했어, 화이팅!' 우주의 기를 듬뿍 보내주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놀란 가슴을 쓰러 내리며 안도 하는 가족들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멀리서 쏜살같이 달려온 아들이 고맙고, 무엇보다 일을 팽개치고 달려온 일중독 남편은 내게 감동이었다. 퇴근길에 놀라서 아빠와 오빠에게 연락한 귀여운 딸, 모두 소중하고 '소중한' 나의 보배였음을 새삼 깨달았다. 더불어 화합하는 사랑의 힘을 절감하는 하루였다. 평소 바삐 사느라고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가족애, 그 힘의 '위대함' 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단 몇 시간 동안 '누에가루 소동'이 안겨준 소중한 선물! 그것은 항상 든든하고 넉넉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노복선

2015-03-12 11:25

김경렬 시인님께서 작가님을 넘나들며 폭 넓게 활동하심에 축하드립니다
알레르기가 정말 무서운 병이란것도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글을 읽고나니
실감이 나네요
가족의 소중함과 정이 듬뿍담긴 감동어린 글이네요


김경렬	수필 서재가 이리도 외로울줄 정말 몰랐어요. 눈물나게 감사합니다. 노복선 시인님 방문해 힘이 납니다 감사함니다	3/1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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