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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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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렬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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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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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6-10-31 0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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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오는 괴물
마주오는 괴물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 내외는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는 행사와 경사가 다달이 이어져 때를 보던 중 갑자기 컴퓨터 자막이 흐려지며 급기야 마주 오는 사람의 눈이 보이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마치 괴물을 보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 급히 안과 전문 병원을 찾아갔다. 십 여 가지 검사를 했다. 젤리 같은 용액을 눈에 넣고 30분을 기다린 후 특수 촬영까지 했다. 눈앞이 뿌예져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서너 차례 증류수로 씻어내고서 겨우 혼자 걸을 수 있었다. 2,3층을 오르락 내리락 여러 검사를 끝내고 주치의를 만났다. 백내장이 심한 왼쪽 눈은 사진에 형체가 없이 하얗게만 보였다. 망막도 손상이 심하다며 오른쪽 안구 망막촬영을 비교해 보여주었다. 우측은 망막둘레가 깨끗한데 비해 좌측 망막은 둘레가 우들 두들 굴곡져 있었다. 손상된 망막을 걷어내는 수술이 급선무라고 했다. 그냥 두고 백내장 수술만하면 볼 수는 있지만 망막이 점점 나빠져서 시력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한 번에 두 가지 수술을 하자고했다.
백내장 수술은 15분이면 끝나는데 망막까지 하게 되면 두 시간이 넘는 수술이라고했다. 일주일 후에 수술 예약을 하고 왔다. 수술하기 전에 큰병원 내과에서 X레이와 심전도, 그리고 몇 가지의 혈액검사 등, 수술적합 검사를 하고 결과를 펙스로 보냈다. 수술 4일 전부터 두 시간마다 안약을 점안 하라고한다. 외출도 할 수 없다. 드디어 수술 날 남편과 병원에 도착 하였다. 남편은 불쌍하다는 눈길로 바라본다. 수술실 대기실에는 환자가 세 명 있었다. 20분이면 한 사람씩 수술환자용 안대를 붙이고 나왔다.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불룩한 안대 한 개 붙이고 나와서 주의 사항을 듣고 약을 받아 나갔다. ‘별일 아니구나’ 안심이 되었다. 마지막 순서는 내 차례였다. 수술실에 들어서자 수술준비 베드만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그곳에 누우라고 했다. 기분이 야릇하다. 담당 의사가 다가 와 친절하게 인사를 한뒤‘마취주사를 놓겠습니다’하더니 좌측 눈에 마취 주사를 두 대나 연속해 꽂았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기분이 아주 나쁜 통증이었다. 왜 두 대를 놓느냐고 물었다. 수술 시간이 길어서 수술도중 마취가 풀리면 환자가 힘들기 때문이란다. 내말은 단번에 끝내지 않고 두 번씩 아프게 하느냐는 훈계였는데 그 의사는 환자를 위해서라며 당연한 듯 대답을 을 했다.
간호사의 주의사항이 시작되었다. '10분후에 수술시작한다. 반듯이 누워서 두 팔을 엉덩이 밑으로 넣고 두 시간을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침을 삼킬 때 미리 말하고 수술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 수술도중에 눈동자를 굴리면 않된다.' 슬그머니 짜증이 났다. 그러나 내색은 할 수 없었다. 다만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한마디 점잖게 했다. 않된다는 부정적 표현 보다는 무엇 때문에 그래야 한다는 협조 요구면 좋겠다고 한마디 했다. 간호사는 재빨리 사과를 하며 그제서 이유를 상세히 알려 주었다. 이유를 듣고서야 마음이 차분해졌다. 수술방으로 들어가 수술대 위에 누웠다. 안면에 수술포를 덮고 수술할 좌측만 열어 놓았다.
마침내 거사가 시작되었다. 수술 라이트가 켜지고 마취된 눈거풀을 기기로 열어놓았다. 빛이 보였다. 청력이 약해져서 작은말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으나 중요한 단어는 귀에 쏙 들어온다. 처음 십 여분은 무엇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한 것 같더니 갑자기 ‘눈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내 눈알을 꺼내놓았단 말인가’ 물어보고 싶지만 말을 하면 시 신경이 움직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었다. 산송장이 따로 없다. 답답하고 불안했다. 환하기만 하던 시야가 조금 보였다. 선생님은 ‘백내장 수술이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망막 수술을 하겠습니다’ 하지 않는가? 지금까지도 무척 지루하고 힘겨웠는데 시간 반을 어떻게 견디나, 걱정이 자심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기계가 들어와 걷어내기 시작을 하는데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아휴, 어느 세월에 지나가나, 조바심이 났다. 간호사는, ‘동자가 움직입니다. 한쪽만 멍하니 보고 계세요. 동자가 움직이면 실명할 수 있습니다.’ 뭐야, 그렇다면 수면 수술을 하지 왜 보이게 하냐 말이다. 동자가 당연히 보이는 물체 따라다니지 어케 죽은 놈처럼 동자를 한군데 밖느냐구, 힘들어 죽을 것만 같다. 그런데 그게 명 처방이었다. 정말 죽은 듯이 동자를 한군데로 밖고 보이던 말던 신경을 껐다. 그러나 보지 않으려 해도 여러 기기가 들락거리고 액체를 분사하고 검은색 물방울이 보이고 난리도 아니다. 동자를 부릅뜨고 죽어라 묵주기도를 했다. 묵주기도 5단을 다 끝낼 때, ‘수고 하셨습니다. 잘 끝났습니다’ 아휴,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
대기실로 부축해주었다. 남편은 안도의 숨을 쉬며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고 좋아했다. 시계를 보니 정말 삼십분 앞당겨 졌다. 예수님이 의사의 손길에 강림하신 것 같다. 그런데 간호사가 수상하다. 다른 사람은 다 바로 나갔는데 베드에 30도로 기대어 누워 있으라고 했다. 마취가 깨면 많이 불편 할 수 있으니 6시까지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 남편이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무슨 이유인지 물었다. 망막수술 환자는 마취가 풀리면 후유증으로 통증이 오고 안압이 오르면 극심한 두통과 구토를 호소한다며. 안정을 취하고 쉬었다 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안과 병원은 응급실 기능도 없고 단과 병원이므로 입원시설은 형식 뿐이었다. 빨리 집으로 가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둘러 나오니, 보호자 대기실에 딸이 아기를 안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고 고마웠다. 남편의 차로 집에 도착했다. 수술한 눈 주위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속으로는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준비해온 약을 먹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침대에 기대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했다. 네 시간마다 세 가지 약을 점안해야한다. 약병에 시간을 기록하며 철저히 지켰다. 간간히 욱신거리다 말다 하였지만 참을 만 했다.
안압을 방지하기위해 일주일간 꾹 참고 앉아서 잠을 잤다. 첫날은 잠을 설쳤으나 곧 익숙해 졌다. 매일 천천히 걸어서 치료를 다녔다. 병원이 가까워서 다행이다. 머리를 감느라 고개를 숙이면 안압이 오른다며 미장원에 가서 뒤로 머리를 감으란다. 세수도 코밑으로만 살짝 닦아 주란다. 목욕탕에는 한 달간 금족령이다. 요즘엔 중환자용 세정제로 수건에 적셔서 세안하고 머리도 그렇게 감는다. 이틀이 멀다하고 다녔던 사우나를 못가니 죽을 맛이다. 양 쪽 눈의 시력이 1.5를 유지하던 그때가 그립다. 평생 안과를 갈일이 없을 것 같았던 그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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