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04-13 19:02

ㆍIP: 1.xxx.229

단추가 생명이다
단추가 체면이다
김 경 렬

단추는 본래 장식용으로 달았던 것을 터키와 몽골인 들이 옷을 고정시기 위하여 고리에 걸어 사용하면서 십자군 원정대에 의해 서방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에서는 귀족들이 보석을 단추로 사용하면서 평민계층은 법으로 금지하기도 하였다. 르네상스 시대를 기점으로 대중화 되면서 패션에 기여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에서는 개화기 때 서양 양복 조끼에서 유래되어 한복 조끼를 입기 시작하면서 단추를 사용하였다. 한복마고자는 청나라 인들이 입고 다니는 마괘(상의)를 개량하여 저고리위에 입을 수 있도록 만들어 입게 되면서 그때부터 마고자에도 단추를 달아 사용하게 되었다.

이 조끼와 마고자의 단추가 '변질된 상술' 로 불편했던 일화가 떠올랐다. 몇 년 전 아들에 이어 딸을 여의게 되었다. 아들과 달리 여식은 혼인을 앞두고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들 때는 뭉치 돈만 필요했던 것 같았는데, 딸은 소소하게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다. 하나하나 발품을 팔아야 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 되었다. 그날은 한복을 맞추러 가는 날이었다. 결혼 후 삼십 여 년 동안 한복집에 가본 적이 없었다. 이 집은 상류층의 고급스런 한복집으로 분위기도 많이 낯설었다. 서민적인 것에 익숙한 나는 과잉 친절이 낯설고 마음마저 편치 않았다. 넓은 실내는 여섯 개의 부스로 빙 둘러져 분업화 되어있었고 상품은 쇼케이스를 들여다보고 지정해서 꺼내 봐야했다. 모든 것이 정찰 제 라고 했지만 가격은 종이 한 장에 모조리 나열되어 있을 뿐이었다. 견적이 나올 동안 잠간 차를 마시며 고객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처럼 가격을 묻는 사람이 없다. 직원들이 권하는 데로 고개만 끄덕이더니 마지막에 청구서에 계약금을 치루고 나가는 것이었다. 단골이라 그런가? 부자들은 저렇게 하는 건가? 직접 물어보고 만져보고 뒤집어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서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견적서가 나왔다. 꼼꼼히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럴 수가! 이집상품 중에서 중간 레벨로 정하여 계산서를 뽑았는데 예산보다 세 배나 높은 액수가 나온 것이다. 나는 중산층의 수준에서도 고급으로 예산을 세웠는데 말이다. 그것도 웨딩샾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었는데,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신랑 신부와 함께 오겠다는 핑계로 그곳을 빠져 나왔다. 내친김에 강남에 사는 친구를 불러냈다. 이 친구는 집안이 부자면서도 검소하고 건전한 생활을 하는 친구였기에 내가 더 좋아하는 친구였다. 내 얘기를 듣던 친구는 자기도 막내 동생 혼인 때 똑같은 경험을 하였다고 한다. 그 무렵 마침 명장 밑에서 바느질을 하다가 독립한 지인이 있어서 그곳에서 예복을 했는데 바느질이 얌전하고 개업 초기라 비싸지 않았다며 소개를 시켜 주었다.
사실이었다. 고급으로 맞춰도 예산보다도 싸게 잘 해주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러나 신랑의 한복 마고자단추와 조끼단추에서 이견이 생겼다. 한복에는 단추가 생명이라며 처갓집 체면도 이 단추에 있다고 한다. 집안의 인격을 운운하는 '의도성 강매'라는 느낌을 받아 불쾌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단추는 별도로 구매하는 것이라며 현금으로 결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 없이 이익을 취하겠다는 속내가 보여 기분이 더 상했다.

그때는 황금이 지금 보다 저렴한 시기였음에도, 단추로 세공이 되면서 가격이 엄청난 고가로 변하는 것 같았다. 추천하는 단추의 종류도 단순하고 가격이 센 것은 중저가의 한복가격이었다. 이분이 명장 집 출신이라서 그들의 방법을 고스란히 도입하고 있었다. 보통 제품들의 목록은 사돈체면 운운하며 보여주지도 않았다. 순금단추, 칠보 금단추, 칠보 은단추 그중 제일 싼 것은 옥 단추인데 잘 깨져서 못 쓴다고 하였다. 마고자에는 큰 단추 2개 조끼에는 작은 단추 3개가 필요했다. 결정을 보류하고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한복을 싸게 했으니 적당 한 것으로 달아 주라고 하였다. 그러더니, 아낄것을 아껴야지 맨 날 쥐 어짜는 게 상책이냐고 버럭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며칠 동안 이일 저 일로 피곤이 겹쳐 녹초가 된 나는 너무나 억울했다. 하지만 대꾸를 하면 싸움이 될 것 같아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참고 있으려니 속이 뒤집어져서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새 궁리를 하다가 남대문 시장의 단추 가게가 떠올랐다. 옳지, 이거다!

이튿날 일찍 남대문 시장 단추 도매상을 찾아 나섰다. 그곳에는 오밀조밀 하게 생긴 예쁜 단추들이 참 많았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단추 가게를 헤집으며 마고자 단추 파는 집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그 곳엔 정말 다양하고 고급스런 단추가 즐비했다. 한복집의 그 단추들도 거기에 있었다. 단추가게 아저씨말이 한복집에서 이 상품을 가져다가 두 세배를 받는다고 했다. 모르면 당한다며 잘 찾아왔다고 하였다. 정말 삼분의 일 가격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남은 예산으로 사위와 아들, 그리고 남편에게 황금 목걸이를 하나씩 걸어 주었다. 세 남자가 목걸이를 걸고 서로의 거울이 되어 바라보며 즐거워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쌓인 피로가 봄눈처럼 사르르 녹아 내렸다.

김경렬 2015-04-13 19:38	제 수필이 반만 안착을 해서 방문 하신 작가님들께 사과말씀 올립니다. 이사를 하느라고 새 컴퓨터를 설치했더니 가끔 에러가 발생 합니다. 댓글도 날라가서 다시 달곤 합니다. 아량으로 이쁘게 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5-04-13 19:48	김경렬 작가님. 작가님의 열성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냅니다. 열심히 글을 쓰시는 모습 보기가 좋습니다. 작가님의 경험담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고 경험이 자산입니다.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은안하소서.

김경렬 2015-04-14 00:22	백낙은 목사님! 여러면에서 감사 드립니다. 이렇게 다시 찾아주시고 힘을 주시니 더 열심히 쓸것 같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좋으신 말씀 기다리겠습니다.

김선목

2015-04-15 19:29

김경렬 작가님 안녕하세요
단추가 생명이다 라는 작가님의 수필을 보면서
단추의 유래와 중요성 삶의 지혜를 얻으며
잘 감상했습니다
연륜이 묻어나는 글과 작가님 열정에 감복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김경렬	와우! 김시인님 찾아 주셨네요 역시 내눈이 밝고 높지요? 김선목 시인님 단번에 알아 보았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수필방 흔적이 얼마나 귀한지요. 좋은 꿈 꾸시고 건강하소서	4/15 22:27

박정근

2015-04-17 01:15

김경렬 작가님
수필 서재에서 뵙게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좋은글 감사히 배독하고 갑니다
늘 향필하시고
자주 뵈올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경렬	박정근 작가님! 반갑습니다. 수필방 서재에 식구가 늘어 기분 좋습니다 우리 열심히 써 봅시다. 화이팅! 감사합니다.	4/17 03:38

정찬열

2015-04-18 21:53

아직 정해진 사윗감은 없으나
막내딸 혼사에 김경렬 작가님에
좋은 정보를 참고삼아야 겠네요
"단추가 체면이다.
좋은 글 에 한참을 함께 하다 갑니다.
늘 건안하시고 향필 하소서 ^^


김경렬	혼기의 따님이 있으시네요 아들은 집만 해결되면 되는것 같았는데 딸은 신경 쓸것이 참 많았어요. 요즘은 그때보다 많이 편리해진것 같구요. 지금 아이들은 실속있게 모두 해결을 잘하는것 같아요. 졸작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기바랍니다.	4/20 22:32

눈속의 수채화

요술쟁이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