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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김숙자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5-08-16 13:37
ㆍIP: 100.xxx.189
늙은이의 권태기(?)
연희동  김숙자
 
여기 미국 뉴저지에도 더위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석양빛에 달구어진 2층 다락방에 올라오면 온몸을 땀으로 적신다.
맞바람 치는 창문이 아닌 한쪽 창문이기에 더운 열기는 방안을 채우고 있다.
 
 남편은 에어컨을 켜려고 아래층, 위층을 다니며 열린 창문을 꼭꼭 닫고 있다.
아래층 거실은 천장에 매달린 날개 큰 선풍기를 돌리면 더위를 모르겠건만, 
 걸핏하면 에어컨 켜는 남편이 왜 이렇게 속이 없어 보이는지,
 딸네 가족이 없는, 늙은이 둘이서 전기세 축낸다고 잔소리를 퍼붓는다.
 "집안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지, 더워진 뒤 온도를 내리려면 전력이 더 소모되는거야."
 '이 무식한 할망구 같으니라고'
남편은 분명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노부부들은 할멈의 비위를 맞추려고 온갖 일 도우며 氣가 죽어서 할멈 말도 잘 따른다는데
 이 할아비는 氣가 점점 더 세지며 온갖 잘난 체를 다 하고 있다.  
영어를 못한다고 나를 무시하는 듯, 무순 일이든 딸과 의논하는 그 꼬락서니가 더 보기 싫다.
두 늙은이가 24시간 일거일동 같이 해야 하는 미국생활이 싫어지고 점점 짜증이 난다.
'두고 보자'
 
 애틋한 감정도 전혀 없는데
 질투일까?
 권태기인가?
 내가 이 할아비를 꼴 보기 싫어하는 만큼, 할아비도 나를 싫어하겠지?
내 검은 속마음은 숨겨둔 채 할아비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
   왜 이렇게 악덕 할멈이 되어가는 것일까?
 
 이러다가도 할아비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가오면 검은 속마음이 녹아버리는
주책없는 할망구!.
                                                                                                2015년 8월 16일  kimsj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5-08-16 16:08
회원사진 		안녕하세요. 김숙자 작가님.
작가님의 글과 사진을 볼 때마다 부럽기 짝이 없답니다.
그리고 할아비라고 하시며 꼴보기 싫다고 하시지만 그 속에 깊은 애정이 녹아 있어 더욱 정다워 보입니다.
그리고 작가님은 할망구라고 하셨지만 정말 젊으셔서 망구(아흔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여든한 살의 일컬음,望九)라는 호칭을 들으시기는 많이 이른 듯합니다.
화목한 가족 사진 보며 이런 가정 이뤄 가야지 하는 꿈을 꾸어 봅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모쪼록 다른 사람들 샘나도록 행복한 모습 자주자주 보여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름아이콘 김경렬
2015-08-16 21:19
 김숙자 작가님!
잠간 불평 불만이었어도
금새 사르르 녹는 작가님의
마음을 보면서 미소 가득 해 집니다.
저는 남편 따라다니며 불꺼주는게 제 일입니다.
나이 들수록 건망증이 심해지는가 봅니다.
재미있게 배독하였습니다.
건강 하시고 묵향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8-18 16:52
회원사진 		김숙자 작가님 안녕하세요
부럽습니다. 손자손녀를 보고 싶으면
여행도 겸 이국의 선진 미국엘 가시고
첨부된 사진이 행복이 넘침니다.

"늙은이의 권태기" 좋은 글에 더위까지 식혀집니다.
김숙자 작가님 아마도 그곳에 무더위가 잠시
작가님의 머릿속을 흔들어놓은것 같네요

귀국하시는 그날까지 무탈하시고
늘 건안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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