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김숙자

  이른 아침에 남편과 큰아들 가족 다섯 딸네 가족 셋, 모두 아홉 명이 캐나다 여행을 떠났다.
12인 승 미니버스에 세 개의 큰 가방과 식사 대용의 여러 가지 식품과 음료, 과일, 맥주, 간식 등 
차 트렁크에 하나 가득하다.각 여행지에서 유숙할 호텔은 며칠 전에 예약을 하였고,

나이야 가라에서 2박을 하며 폭포의 진풍경을 보고 자연의 위대함에 도취할 것이다.
다시 캐나다 토론토에서 1박을 하고 천 섬과 퀘백을 관광하고 보스턴으로 내려온단다.
교육의 도시 보스턴에서 1박을 하며 하버드 대학교와 시내를 둘러보고 다음 날 뉴욕으로 올 계획이다.

아들딸은 함께 가자고 조르고 졸랐지만, 이번에는 내 고집대로 하고 싶었다.
이미 네 번이나 다녀왔던 곳, 나이아가라와 캐나다를 또 가기는 아주 싫었다.
여러 번 갔던 곳을 또 가는 것이 싫기도 하였지만,
남편과 자식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갖고 싶었다.

8월 18일 큰아들 가족이 미국에 도착한 이후 열흘 동안,

열 식구의 공동생활 속에서 혼자 조용히 휴식을 취한다거나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가 없었다.

열 식구의 매 끼니와 다섯 손의 시중에 지쳐버렸다.
  남편도 몹시 가기 싫은 이번 여행을 아들딸의 장거리 운전에 도움을 주겠다고 억지로 가는 듯싶다.
 내 나이로서는 지금, 자신을 지탱하기 위한 노동과 약간의 가사 조력의 여유가 전부일 것 같다.
복이 많았다면 시중을 받으며, 조력을 받고 살 나이가 아닐까?.
그런데 열 식구의 매 끼니와 다섯 아이의 돌보기까지.....,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고, 무릎 관절은 접어지지 않는다.
 일 욕심이 많아서 모두 끌어안고 도맡아 하기 때문에 원망은 할 수 없지만,
 누구에게 화가 나는지 모르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저희가 잘나서 부모는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까?
 그러나 언제까지 부모로서의 책임을 지녀야 하며 그들의 뒷바라지 조력이 끝이 날까? 
 몸과 마음이 허약해져서 조금만 서운하게 하여도 마음의 상처가 커지고 서글퍼진다.
언제까지 나를 큰 태산으로 볼 것인가? 남편의 중립적인 태도도 아주 싫다.

두 늙은이가 서로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애닯아 하며 챙겨줄까? 

 캐나다 여행을 동행하지 않기를 천만다행으로 생각하며, 오전 내- 깊은 잠에 빠졌다.
 이렇게 편할 수가--
점심-저녁- 밤- 계속 깊은 잠에 취해서 비몽사몽 하면서 혼미한 상태에서 내 나이를 헤아려 본다.
살 수 있는 기간이 내 열 손까락으로 좁혀 왔다.
  앞으로 10년의 세월은~ , 금방일 것 같다.

정년 퇴임한 지도 벌써 만 7년이 되지 않았던가?

요즈음은 가끔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주변을 어떻게 정리하고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젊었을 때는 얽혀 있는 인연의 고리에 책임이 있기에 죽음에 대해서 두렵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요즈음은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와의 인연의 고리가 한둘, 셋까지 둥지를 틀어 모두 떨어져 나갔고, 

오직 속 빈 강정이 된 내 몸 하나만 남았을 뿐이다.

하나뿐인 몸은 온 부위마다 병이 들었고 안 아픈 곳이 없다.

겉은 멀쩡한 것 같은데 속은 텅 비워서 온몸이 뒷틀리고 허트러졌다.

몸이 아플 때마다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렵거나 거칠 것 없는 나는,언제든 맞이할 준비를 하자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러면서 큰아들이 지어다 준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내 주변의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기분과 죽음에 대한 생각도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고 있기에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미국생활 일 년만에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죽음이 아주 가까이 와 있음을 자각하는 하루의 시간이다.

행복하다
                          
                                                                      2015년 8월 28일  뉴저지에서 Kimsj

               뉴욕 맨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