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4-06-21 21:33

ㆍIP: 183.xxx.43

故鄕

                                                                연희동 김숙자

'고향' 이란 단어는 좀 촌스럽고, 예스러우며, 시골이 연상된다.
고향은 언제나 순박한 정이 있고 인심이 후하며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반겨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나는 오래전부터 고향이 그립거나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나의 고향(온양 온천)은 서울에서 두 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기도 하지만,
나는 일찍부터 온양을 떠나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방학 때나 가끔 가곤 하였다.
얼마 후 내가 살던 마을은 고층의 아파트단지로 변해서 어릴 적 살던 우리 집의 위치는 어디쯤이 될지
짐작이 되지 않을 만큼 대도시로 변해버린 것이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친정 부모님이 안 계시기에 고향에 대한 향수가
내 뇌리에서 멀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출가한 여자에게도 고향이 있을까?'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화순군에 있는 도암면 도장리의 고향에 가는 일이다.
자기 고향에 갈 계획이 잡히면 말 수부터 많아지고 부드러워진다.
남편은 평소보다 더 부지런하게 집 안 곳곳을 살피며 며칠 간 비울 집과 화분의 물관리 등, 매우 분주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나도 덩달아 바쁘게 부엌과 냉장고의 정리를 하곤 이 방 저 방을 돌아보며 손볼 것이 있나? 확인한다.
고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고향을 애지중지 여기는 남편이 좀 유별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남편의 뜻을 잘 따른다.
시골집에 가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가끔은 투덜거리다가도 번번이 남편의 일손을 거들며
불평 없이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이다.
'남편의 고향이 나의 고향일까?'

노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고향 집을 자주 찾는다. 소득도 전혀 없고, 빈집 관리에 비용과 노동력이
과하게 들지만, 남편은 힘든 내색 없이 머물고 있는 동안 항우장사처럼 일하는 것이다.
그리곤 나에게 유사시 시골집 관리에 꼭 알아야 한다고 보일러와 전기시설 관리, 상하수도관리,
열쇠 보관함, 창고의 농기구 사용 방법 등을 자세히 가르쳐 준다.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엔 집안의 누구에게, 기술자 누구에게 연락하여 도움을 받으라고
연락처와 메모까지 챙겨놓는다.
난, 남편의 고향을 보존해 줄 자신이 없으니 우리 代에서 정리하자고 걱정스럽게 말한다.
남편은 실속 없는 것에 너무 집착한다. 유년시절의 추억과 생가의 애착 때문에 자기의 고향에 대한
추억을 나에게까지 전달하며 보존해 달라니.......
"당신의 고향은 당신의 代에서만 존재해요."
"그럼, 나 죽으면 여기에 오지도 않겠네?"
"글쎄요........"
'자식들은 자주 와보지도 못하는 아버지의 고향에 얼만큼 애착이 있을까?'

3월 초에도 광주에 사는 사촌 시누 딸을 여우는 행사에 참석하고 시골집에서 이틀을 묵고 왔었다.
이른 봄이라 잘 정리된 텃밭이 깨끗하게 보인다.
고사한 소나무를 살피며 대나무와 나무가지들을 모아 태우는 일을 하고 왔다.

4월 말에는 또 고향 집에 가서 일주일 간 머물며 집 정리와 소나무 소독을 하였다.
깍지벌레가 수십 년을 곱게 키운 소나무 여러 그루를 고사시킨 것이다.
산소의 잔디밭은 잡초들이 잔디를 앞질러 솟아오르고 있다.
산소에 제초제를 뿌리고, 텃밭의 풀을 베고, 난청 지역이라 TV에 위성안테나를 설치하고.......
사방에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텃밭은 온통 풀숲으로 덮였지만 마당 가엔 주인 없이 홀로 만발하게 핀 철쭉꽃, 수국, 작약,
흐드러지게 핀 자주색 목련꽃을 보면서 꽃나무들 주위에 휘감은 풀들을 뜯어내었다.
남편은 예취기로 풀을 베고 나는 풀 베는 기계가 닿지 못하는 바위틈과 나무 밑의 풀을 뽑는다.
이틀간 사람의 손길이 닿으니 시골집은 꽃동산으로 뒤덮인 지상 낙원이 된 것 같다.
아침마다 먹이 찾는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시골집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고향 집에 대한 불만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이다.
'이곳 시골집이 서울서 2~3시간의 거리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편의 고향까지 바꾸려는 오소리 같은 욕심을 생각한다.

  6월 초엔 휴일이 많다. 남편은 또 고향 집에 갈 계획을 세운다.
남편은 8월 8일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고향에 다녀오자고 재촉한다.
7월 1일엔 미국의 장기 체류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 대사관에 갈 일이 있고, 딸(판사)의 법학연수로
미국에 갈 이사할 짐을 꾸려야 하고, 서울의 집 정리와 우리의 짐도 챙겨야 하고....... 시간이 없다.
서울의 집도 문제이지만, 2년간 빈집으로 둘 고향 집이 무척 마음에 걸릴 것이다.
집이 문제가 아니라 나무들과 잡초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한순간에 큰 산더미 같은 일들이 몰려온다.
"이번엔 당신은 절대로 밭을 매지 말고 쉬면서 내 식사 관리만 해줘."
몸을 아끼지 않고 무리하게 일하는 남편의 일손을 조금 거들면 헛일을 한다고 극구 만류한다.
'4월에 풀을 벤 텃밭은 나무들과 풀숲으로 하늘을 얼마나 가렸을까?.'

6월 5일은 아침부터 바쁘다. 9시 반에 예약된 치과병원에 들려서 치료가 끝나는 대로 남편의 고향엘
갈 계획이다. 시골에서 입을 일복도 챙기고, 밑반찬도 이것저것 챙겨 놓는다.
화장은 자주 못하지만, 기초 화장품 몇 가지를 주섬주섬 챙기고, 커다란 약봉지를 넣으니 가방이
세 개가 된다.
"어이, 이 가방들을 차에다 실을까?"
이른 새벽부터 고향에 갈 준비를 끝낸 남편은 들떠 있는 듯, 기분 좋은 모습으로 나의 짐을 차 트렁크에
차곡차곡 옮긴다.

고속도로는 언제나 달려도 기분 좋다. 평일이라 통행 차들은 제 속력을 다 내며 달린다.
천안에서 논산 부여 방향으로 들어서니 숲 속의 산간 지방을 지나는 느낌이다.
봄은 신록의 싱그러움에 꿈이 꿈틀거리고,
여름은 모내기한 넓은 푸른 들판이 마음을 넓게 만들어 이해심을 키워주고,
가을은 황금벌판을 달리며 여름내 땀 흘린 수고로움을 헤아리고,
겨울은 백설의 요술궁전 같은 동화의 나라로 달려가는 듯,
남편의 고향길은 언제나 달려가도 지난 추억이 사려있고 아름다운 꿈이 있으며 미래가 기다려진다.
그리고 늘 신선하다.
노부부는 이 고향의 길을 한 번도 지루함 없이 수십 번을 달렸다.

대문에 들어서니 마당가의 늦철쭉꽃이 만발하다.
4월의 연분홍 철쭉꽃보다 6월의 진분홍 철쭉꽃이 더 아기자기하다. 키가 작아서인 것 같다.
웃자란 노란 마거릿 꽃은 풀숲 속에서 바위에 기대어 벌, 나비를 부른다.
빨간색 석류꽃 송이는 푸른 잎 사이로 햇볕 쫓으려고 애를 쓴다.
텃밭의 나무들은 하늘을 찌를 듯 푸르름으로 하늘을 가렸다.
한 달 사이로 잡초들이 이렇게 크다니.......

노부부는 짐을 풀자마자 텃밭을 둘러본다. 무성한 잡초들은 무릎까지 찬다.
호두, 은행, 감나무에는 방울방울 열매가 맺혀있다.
매정하게 전지했던 소나무는 새순으로 덮여서 앙상했던 가지들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생명체들의 모습들을 모두 바꿔 놓았다.

남편은 시간 개념을 잊은 체 물체가 보이지 않고 어둠이 올 때까지 연장 도구를 총동원하여 일하고 있다.
끼니를 거르며 일하는 남편이 안쓰럽다기보다는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몸을 챙기지 않고 저렇게 소득 없는 일에 목숨을 걸다시피 일에 몰두하다니'
"여보세요, 당신 고향 집의 일이 아니고 친정의 나의 일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일을 하겠어요?"
"......."
남편과 40여 년을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남편 고향의 집에서만 본다.

고향에 올 때만 가장 행복하다는 남편,
고향의 집 오는 길 산모퉁이만 들어서도 가슴이 벅찬다는 남편,
고향에 대한 추억은 점점 더 짙어진다니,
나의 고향은 잊은 채 남편의 고향을 찾을 수밖에........
난,
살아있는 동안은 남편의 고향을 지켜줘야만 될 것 같다.

                                                                                                                 2014년 6월 18일 Kimsj

    애물단지 시골집

외손자들!
미국 가기 전 산소에 성묘하러 딸과 외손자들이 시골집에 왔다.

6월 6일 서울에서 외손자들이 왔습니다.
나비, 무당벌레, 실잠자리, 개구리, 등 손자들이 볼거리 즐길 것이 너무 많습니다.

소록도에서

소록도에서 한하운의 詩 보리피리를 읽고 있습니다.

나로도가기 전에 전망대에서

나로도 우주 과학관에서

설연화 2014-06-24 10:28	고향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그 손수가꾸시는 고향집 모습을 보고 싶은데 사진이 보이지 않아요 다음카페쪽에 있는 사진 링크하신 것 같은데 다음이나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에서 가져오신 사진은 링크방지 기능 때문에 타 홈페이지로 가면 보이지 않습니다. 궁금증을 뒤로 합니다. 멋있을 것 같은데...... ㅠㅠ

김숙자 2014-06-25 06:16	《Re》설연화 님 , 고맙습니다. 글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고, 또 컴퓨터 사진 올리는 방법까지를 가르쳐 주시니......, Daum 이나 다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나 사진을 제 서재로 옮겨올 때 제 서재에서는 다 볼수 있어서 완벽한 줄 알았지요. 사진을 한 카페에서 복사하여 다른 카페로 옮겨서 붙여넣기 하여도 보이지 않나요?. 여러 가지로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Kimsj .

설연화 2014-06-26 09:46	다음카페에서 다음카페로 옮기시는 것은 보입니다. 하지만 다음에 있는 카페에서 네이버에 있는 카페로 복사해서 옮기시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건 다음이라는 사이트에 있는 사진이 다른 사이트에 그 주소만 올라가는 경우는 트래픽이라는 것이 적용됩니다. 그 사진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보는 경우에 과부하라고 하지요? 그래서 자신의 사이트 이외에 타 사이트로 옮겨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링크 방지 기능이라고 하는데... 그 사이트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에 과부하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도 할 수 있죠. 가장 좋은 것은 그냥 각 사이트에 바로 올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물론 뭐 홈페이지 주인들은 조금 눈쌀을 찌푸릴수도 있지만요 ^____^ 하드용량이 채워지거든요 집이 수목원 같아요 시간 내서 집 가꾸실만 하겠어요 너무 예뻐보입니다.

주응규 2014-06-27 14:18	곱게 펼치신 작가님의 글밭에 함께 합니다 좋은 글향에 마음 얹어 놓습니다 더위가 서서히 앙탈을 부립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시향 가득 피우십시요

새 며느리를 맞는 시어머니의 마음

늦가을 시골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