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9-03-13 11:36

ㆍIP: 175.xxx.194

눈물,

눈물,

나이가 들면 감정이 메말라 희로애락에 대한 반응이 느리거나 없어진다고 한다.
어쩌다 노인들을 위로하는 공연을 보더라도 출연자는 웃기려 애를 쓰지만 어르신들은 그저
덤덤한 표정이라 공연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민망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반대로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서는 별로 웃기지 않는 작은 동작에도 깔깔거리며 반응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각기관의 노화로 인해 반응이 느려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삶의 이치이지만 세상을 살며 볼 것 못 볼 것을 하도 많이 봐 더 반응할 기력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길지 않은 인생사가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골에 삶의 터전을 옮긴 후 책을 읽는 대신 TV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극이나 여행기 등을 주로 보게 되는데 한두 번 보다 보니 재미를 느껴 시간을 기다려 가며 보게 된다.
서두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나이가 들면 감정의 기복이 무뎌져 희로애락에 대한 반응이 느려지는 게
정상이라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별거 아닌 장면을 보고도 눈물이 나올 때가 많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게 되기도 하고 감정이 유치해진 것 같아 민망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눈물이라는 것이 슬픈 일을 볼 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동적인 장면에서 나온다는 점이
예전과 달라진 눈물의 의미이다. 슬픈 일에는 덤덤하다가도 인간애적인 신뢰를 확인하는 장면에서
오히려 눈물이 나오는 까닭은 왜인지 모르겠다.

눈물에 관한 재미있는 학설을 보게 되었다.
감정이 자극받아 인체가 반응하게 되면 교감 신경이 자극되어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런 호르몬은 긴장하거나 위험에 처하거나 했을 때 인체가 보이는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런 자극 물질이 인체에 쌓이는 것을 막으려고 눈물을 흘려 자극 물질을 희석한다는 것이 눈물을
흘리게 되는 까닭이라고 하니, 슬픈 일을 당한 분들이 실컷 울고 나면 가슴이 시원해진다는 말들이
근거가 없는 헛말은 아닌듯하다.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좋았던 일보다는 아팠던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좋았거나 아팠거나 모든 일은 세상을 살며 나 아닌 남과의 관계에서 생긴 일들이다.
혼자만이라면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생길 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아프거나 기뻤던 배경에는 나 아닌
다른 이들이 숱한 인연과 사연이 얽혀 있을 것이고 나로 인해 기뻤던 사람보다는 아팠던 사람이
더 많이 계실 것으로 생각하면, 이분들이 아픔을 새겨두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실컷
우시기라도 해서 독소가 쌓이지 않으셨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다려지거나 바라는 일이 적어진다. 다시 말하면 기뻐할 일들이 적어
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슬픈 일에 덤덤하고 기쁜 일에 눈물이 나오는 현상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눈물을 흘릴 일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니,
나이 든 사람이 눈물을 보이는 것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독소가 쌓이게 둘 수도 없으니 말이다.

눈물,

어느 진갑 잔칫집에서
노인의 눈물을 보았다.

세상과의 첫 만남에서
큰 소리로 울어대는 아기의 울음은
전생의 업(業)을 씻지 못한
윤회(輪廻)의 탄식인가?
소리만의 울음을 哭(곡)이라 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바다에 아니, 가슴에 묻은
부모의 눈물도 보았다
눈물도, 소리도 멈춰버린 정적의 슬픔
정적의 울음을 泣(읍)이라 했다.

노인이,
남 앞에서 泣과 淚를 보이다니
버스 한 대를 채울만한 후손들
푸짐한 뷔페식 상차림
밴드가 흥을 돋우는 잔칫집에서
노인의 눈물을 보았다.

칠십 인생의 悔恨(회한)과
기쁨이 응축되어
몇 방울의 눈물로 말하고 있었다.

-시집 세월에 실린 나그네에서 부분 발췌

김경렬

2019-03-15 05:27

감성이 그만큼 풍부해 지셨다고 생각합니다.
노로에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단면이기도 하고요.
제2인생을 경치좋고 물맑은 시골정취속에 사시니 부럽습니다.
이제 봄이 만개하는 날들로 가득하겠지요.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며칠 째 날씨가 완연한 봄날입니다. 텃밭에 거름을 뿌리고 파 엎었습니다. 사실 야채를 좋아하지 않아 가꾸는 맛에 기른답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김경렬 작가님 행복한 봄날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3/28 17:21

정찬열

2019-03-15 16:39

존경 하는 소운 작가님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눈물" 단순에 배람했습니다.
어쩌면 나이가 먹는 다는건 진정이 담긴
감성을 먹는다고 해야 할까요
공감에글 감사히 보았습니다.
어언 내일이 봄행사날이군요
뵙고 인ㅁ사를 올릴수 있었으면 바램합니다.
남은 오후도 편안 하세요^*^


박목철	요즘 손주 데리고 노는 재미에 답글도 늦습니다. 녀석이 하도 간절히 놀고 싶어하니 모른척 하기가 어렵습니다. 작가님의 사시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어려운 환경임에도 조금도 그늘이 없으신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작가님의 상상하며 현실에 만족하려 다짐합니다. 활기찬 모습 뵙기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습니다. 행복한 시간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찬열 작가님,	3/28 17:24

류동열

2019-03-17 22:40

작가님, 반갑습니다.
경의로운 글의 맛에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합니다.
어제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제사를 올리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요
순수한 눈물, 기쁨의 눈물 그리고 감사의 눈물 이라고 할까요
20년의 넘은 어머니와의 석별이 갑자기 아려오는지 가족들이 눈치를 챌가봐
제사모시다 말고 화장실에서 크응 작가님 글 속에서의 시원함 그대로..
작가님 편안한 밤 되세요


박목철	저도 나이가 들며 어머니가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더 간절하답니다.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아 하셨을까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좋은 댓글로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행복하시고 좋은 글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류동열 작가님,	3/28 17:28

김상훈

2019-03-18 02:53

가끔 노회하다는 말도 듣곤 합니다.
사실 노회하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것인데
비겁해서가 아니라 생을 좀 알다보니 피하는 것이고
피하다보니 이러저러 눈물도 납니다.
두루두루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행사 때 만나뵈어 무척 감사했습니다. 감사님.


박목철	저도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작가님의 모습에서 노회 한 맛이 나긴합니다. ㅎㅎ 서재에서 읽어 본 글에서도 그렇더군요, 좋은 문우를 만나서 반갑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인연이 쌓이기를 기대합니다. 김상훈 작가님,	3/28 17:31

김상화

2019-03-20 00:24

소운 작가님 반갑습니다.
눈물이란 멋진 글을 올리셨네요
작가님께서는 폭넓게 많이도 아십니다
아마도 많은 책을 읽고 소화하신 듯합니다
올려주신 글 중
자극 물질이 인체에 쌓이는 것을 막으려고 눈물을 흘려
자극 물질을 희석한다는 것이 눈물을 흘리게 되는
까닭이라고 하니, 슬픈 일을 당한 분들이 실컷 울고 나면
가슴이 시원해진다는 말들이 근거가 없는 헛말은 아닌듯하다.
오늘도 작가님 덕분에 또 한 가지 배워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봄 행사에서 혹시 계신가 하고 찾았습니다. 공시인님도 안 보이시고 서운했답니다. 늘 과찬의 댓글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읽었던 책들을 울궈먹다보니 이젠 미천이 다한듯 합니다. 책을 멀리 한지도 꽤 입니다. 언제 공시인님과 최박사와 한번 모입시다. 사람은 자주 봐야 한다지 않습니까? 건강하세요,	3/28 17:34

燒酒 이야기

물소리, 바람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