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9-02-24 15:40

ㆍIP: 175.xxx.194

물소리, 바람 소리,

동양 철학을 알려 하면 理나 氣에 대한 학설과 마주치게 된다.
理氣一元論이니 理氣二元論이니 하는 학설이 그것이다. 내로라하는 性理學의 대가들은 나름대로
이원론이나 일원론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내 세우고 이를 학문적으로 체계화시켜 자신의 門派를 세우기도 했다.
난해하고 복잡한 이론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기를 쓰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에, 理는 존재하는 것,
氣는 작용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정리하면 문학적 표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웬 무식 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스스로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지 못하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도 많다.
바위가 그렇고 물이 그렇고 나무도 그렇고 풀도 그러하다. 기가 깃들지 않은 것 들은 그렇다 쳐도 살아 있는
생명체인 식물을 보면 주어진 운명(환경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삶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도 된다. 나이가 들면 시골에서 살아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강원도 봉평에 지은 집은
겨울이면 눈도 많이 내리고 바람도 유난히 많이 부는 그런 곳이다. 어쩌다 시골집에서 자는 밤이면 밤새 바람
소리와 나뭇가지가 떨고 있는 아픈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하였다.

裸木

朔風 몰아치는 산야에
나무가 울고 있다
바람 소리라 하지만
울고 있다.

모두가 둥지 찾아
바람 소리 자장가 삼아 깊이 잠든 밤
제자리가 운명인 것을,

-시집, 세월에 실린 나그네 부분 발췌

존재는 하지만 제소리가 없기에 들어낼 자기가 없는 안타까운 존재를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이런 침묵을 깨는 고마운 현상을 문학적 표현으로 氣라 하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강가의 억새가 내는
소리, 따뜻한 봄기운에 녹아 흐르는 냇물의 소리, 가을을 장엄하는 색색의 단풍이 바람에 날려 한 번에
지며 내는 소리는 환상이라 하겠다. 만개한 벚꽃이 바람에 뿌리는 꽃비 내리는 소리를 들어 보셨는가?

시계 째깍거리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고 시계를 곁에 두지 않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자연이 내는 소리는 평온한 느낌을 주어 오히려 깊은 잠을 자게 하는 자장가와 같다.
바다 가까이 있은 잠자리에서 듣는 파도 소리나 밤새 졸졸거리며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그렇다.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좋아했지만, 요즘 집은 빗소리를 듣기도 어렵다. 아침에 창문을 열고
내다 본 후에야 밤에 비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
가 너무 좋아 이담에 집을 지으면 함석지붕으로 해야겠다고 했더니, "너 이담에 커서 시인 되겠다"
그분 말대로 시인은 됐지만, 짓겠다던 함석지붕 집은 짓지 못했다.

양평에 둥지를 튼 후 오가는 길에 강변에 차를 세우는 일이 잦아졌다.
겨울 강가에서 꽁꽁 언 강을 바라보노라면 강변의 억새들이 합창하듯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군무를 하기도 하고, 볼을 에이는 찬 바람은 내가 살아 있다는 존재를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바싹 말라 생을 다한 듯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던 억새들의 아우성과 군무는 부활을 보는 것 같아
경이롭기까지 하다.

양수리 인근 강변은 물안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꿈결같이 보이는 강변 풍경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안개 얘기는 다음에 다루려 한다. 양수리에서 또 하나 유명한 것은 한겨울 얼음이 갈라지며 내는
소리라고 한다. 추위가 심해지면 밤새 얼던 강이 응력을 못 이겨 쩡 하는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고 한다.
언젠가 이 소리를 한번 들어 봐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온난화로 인해 강이 예전 같이 얼지도 않으니 쩡! 하고 갈라질 일이 있기나 할지 모르겠다.

조물주께서는 정말 대단하시다.
理만 존재하는 삭막한 환경뿐이라면 시인의 감성 소재도 바닥날 것 같다.
죽은 억새도 춤추고 노래하게 하고, 나뭇가지도 흔들고, 꽃비도 날리게 하고 물결도 일렁이게 하는,
바람, 기를 불어넣어 존재를 작용케 하는 바람 덕에 이 겨울이 덜 삭막하지 않은가?

* 학문적 이와 기와는 무관한 문학적 표현입니다.

김상훈

2019-02-25 03:53

부럽습니다. 봉평에 그런 처소가 있다고 하니......
재작년 시집 출간을 끝내고 아내랑 봉평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강원도 일대를 대충 주유하는 형태였지만

잡다한, 불필요한 말이 필요 없이
자연(계절)은 모든 것을 냄새로 표현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지요.
아마 그것이 氣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침 이번 시 서재에 올린 글도
양평에 들렀다가 그곳 두물머리에서 쓴 글이긴합니다만
거기서도 역시 그 氣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멋진 글 배람하고 갑니다.


박목철	두물머리라는 지명이 너무 멋져 시 한수는 나올 껏 같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얼핏보니 어느시인님께서 멋진 시를 남기셨더군요, 시 서재에 들려 감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평을 오가는 길은 너무 멋진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무심코 오가는 경우가 많지만, 문득 바라보면 탄성이 나오곤 합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3/6 11:37

정찬열

2019-02-25 14:09

항상 존경 하는 소운 작가님 안녕 하세요
언제나 훈훈하고 멋진글 집필하여 띄워주시니
경이롭고 즐겁게 배람합니다.
양평에 아담한 집을 갖고 계신줄로만 알았는데
봉평에 있으시군요.

머지 않아 서울에 사는 제 아들놈이 봉평면 면온리에
조그마한 지분을 갖고 아빠에게 양도를 해야할 일이 생겼
다해서 그런 부동산 관련 일을 볼려면 가야 할줄도 모르겠네요

"물소리, 바람 소리," 자연이 들려주는 쾌감은 무심코
듣지 않은 분들에게는 감탄이 절로나오는 건 틀림 없습니다.
2~3월이 가고오는 한주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고 편안하시길 기원 합니다.


박목철	정찬열 이사님 반갑습니다. 면온리이면 제 집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면온리 1111-9, 10, 이곳이 제 집 주소입니다. 멋진 곳이긴한데 예전에는 눈이 너무 내려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근래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지만, 예전에는 길이 끊길 정도였지요, 행사 때 반가운 모습 뵙겠습니다. 밝으신 기를 받아야지요,	3/6 11:41

김상화

2019-02-26 09:45

존경하는 소운 작가님
자연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향기롭지요
이렇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한 곳에 살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주신 축복입니다
양평과 봉평을 오고가며 자연의 진수를 맛보고 계시는 작가님
많이 부럽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화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감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좋은 것도 살다보면 덤덤해 진답니다. 작가님께서는 산을 즐겨 찾으시니 자연의 혜택은 한 수 위이시지요, 집을 비워둬서 걱정입니다. 옛 분들이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이 망가진다고 하더니 급속도로 집이 헐어가더구요, 미세 먼지로 난리들 입니다. 건강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3/6 11:44

김종덕

2019-02-26 13:40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자연의 섭리를 아주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네요. 이와 기는 우주를 움직이게하는 힌일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서 소리내고 움직이는 것은 삶의 노래이겠지요. 잠시 자연의 움직임을 느껴보면 삶의 길도 보이지 않을까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박목철	김종덕 작가님 찾아주시고 좋은 댓글을 남기시니 감사드립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의 이치에 감탄하곤 한답니다. 하늘이 뿌옇게 보일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건강하시고 행사 때 뵙겠습니다. 김종덕 작가님,	3/6 11:47

김경렬

2019-02-28 11:21

봉평 면온리에 아들 땅이 조금 있어 가끔씩 갔었지요.
금당계곡이 가까워서 공기도 청정하더이다.
양평도 살기좋은 청정 지역이지요.
작가님은 좋은 곳에만 사시니 신선이 부럽잖으십니다.
감사히 배독하면서 늘 건강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박목철	처음에는 저도 금당계곡 쪽에 집을 지을까 했습니다. 휘닉스 파크 쪽이 좋다고 누가 훈수하는 바람에 면온리에 집을 지었는데, 오히려 금당계곡 쪽이 낫지 않았을까 하게 됩니다. 정찬열 이사님도 면온에 땅이 있으시다더니 작가님까지, 지금은 살고 있지 않지만 반갑습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작가님,	3/6 11:51

눈물,

나도(me-t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