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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8-11-25 13:21
ㆍIP: 175.xxx.194
소운 放談(첫눈과 송년회)



첫눈,
이사를 한다고 며칠을 법석 떨었다.
손톱 밑에 까맣게 때가 끼고 제대로 씻지 못해 찌든 심신을 사우나에서 지우고 간만에 편하게 숙면을 했다.
문학 어울림, 출판 기념회 참석을 위해 일찍 기상해 커틴을 젖히니 창밖에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대게 첫눈이 그렇듯 눈이 쌓이기나 할까 싶게 바람에 흩날리는 그런 눈이 아니라 한겨울에 내리는 폭설에
버금가게 기세 좋게 내리는 눈은 이미 대지를 하얗게 덮고 있었다.
차위에 쌓인 눈을 빗자루로 쓸어내리며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았다. 날씨가 그리 차지는 않은 탓인지
머리에 내린 눈은 물이 되어 이마를 타고 내렸다. 비가 내려도 뭔가 어색할 계절이지만 폭설도 아직은 ?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들으니 서울에 내린 첫눈으로는 적설량이 기록이라고 했다)

하얗게 눈이 쌓인 좁은 도로를 내려오다 제설 작업 중인 군인들과 마주쳤다.
앳된 군인들이 눈을 치우다 말고 길 양옆으로 갈라서며 "안녕하십니까 ?" 큰소리로 인사들을 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한 소운은 제설 작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에 창문을 내리고
"수고들 하십니다" 큰소리로 답례를 했다. 전방에서는 눈이 내리면 영외에서 출근하는 간부들이 오기 전에
도로의 눈을 치워야 했다. 눈을 치우고 돌아보면 다시 하얗게 쌓인 눈이 참으로 원망스러웠던 기억에
눈을 치우는 군인이 애틋했지만, 지금은 제설 작업이 잘못됐다고 불호령을 내리는 그런 세상이 아니니까
하는 자위로 새벽부터 눈을 치우는 병사들에 대한 짠한 마음을 애써 지우려 했다.

오빈역 교각 밑, 눈을 피하는 자리에 차를 세우고 오빈역에서 전철을 타기로 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배낭을 멘 등산 차림의 승객들이 꽤 여럿 있었다. 이렇게 눈이 오는데 산행을?
오래전에 회사 동료들과 눈 쌓인 오대산 등반길에서 길을 잃어 고생하던 생각이 떠올랐지만,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지도도 인공위성으로 잘 안내하니 그럴 염려는 없을 듯싶디.
하지만 첫눈이 내리면 뭔가 좋은 일이라도 생긴듯한 행복한 생각보다는 길이 미끄러울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드니 세월은 첫눈의 반가움 마저 앗아 간듯하여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박정재 시인의 시에서 나이가 드니 눈이 내려도 그저 눈으로만 보인다는 말이 문득 떠 올랐다.

송년회,
사람은 참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해가 바뀌는 것도 우리가 뭔가 인위적으로 구별을 한 것이지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는 일상일 뿐이다.
하지만 년 말이 되면 송년회를 하느라 장소 잡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로 송년회의 비중은 크다.
서울의 종로나 종각 인근에는 이런 모임을 위한 장소들이 성업 중이다.
가운데 홀에는 뷔페 음식을 잘 차려놓고, 크고 작은 방들에는 각종 모임으로 시끌벅적 이다.
무슨 초등학교 몇 회 동문회, 재경 무슨 향우회, 그중에 문학 어울림 모임도 큰 방을 차지했다.
가수가 노래도 부르고, 시 낭송도 하고, 흥이 나서 합창도 하고 색깔이 맞는 끼리 문화가 여기저기서
한 해의 아쉬움을 그렇게 떨쳐내고 있었다.

서두에 사람은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모임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사실 단상 가까이 앉으나 멀리 떨어져 앉으나 다를 것이 없고, 오히려 단상에서 먼 곳에 앉아야 뷔페
음식을 날라다 먹기도 편하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중요시한다.
기념 케이크를 가만히 앉아서 얻어먹는 것이 훨씬 편하지만 앞에 나와 케이크 자르는 칼에 손가락이라도
걸치게 해주기를 원한다. 축사나 격려사를 하려면 일단은 신경을 써야 하고, 사실 귀 기울이는 사람도
없지만, 명단에 빠지면 서운해하고, 그런 걸 아는 주최 측은 인사치레로 여러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고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이게 지나치면 "밥 먹고 합시다" 하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 중에 누가 높고 누가 낮고의 구별은 없다.
모두가 기분 좋게 얻어 가는 것이 많은 모임이 되는 게 모임의 가장 큰 목적이 아닌가?
혹 어떤 분은 격려사나 축사를 하며 앉아서 듣는 이를 가르치려는 망발을 보이기도 한다.
출판 기념회에 참가해 축사하는 분이, 내가 글을 읽어보니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데? 어쩌고 자기
생각이 진리인듯한 착각을 늘어놓기도 한다. 소운이 늘 하는 얘기지만, 글에는 맞고 틀림이 없다.
통계학적 구분은 통계학적 의미 이상이 아니다. 다름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발견으로 끝나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여러 단체에 소속되어 있고 여러 송년회에 참석하시게 될 것이다.
-같은 회비 내고, 뒷자리에 앉아 박수나 치는 분들을 생각해서 웬만하면 축사니 격려사니 이런 형식은
과감하게 줄이고, 하더라도 짧게, 같이 행복한 모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글입니다.
이름아이콘 김경렬
2018-11-25 21:39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라 부끄럽습니다.
그날 많이 피곤 하셨을 터인데 잘 들어 가셨는지요.
저는 그날 무심코 행사장에 들어섰다가 깜짝 놀랄만큼 반가웠습니다.
책까지 준비해 주시고 감사합니다.
가실때 인사도 못드리고 죄송합니다.
추워지눈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따님의 기쁜 소식 촉복합니다.
박목철 만나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작가님께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그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출판 기념회에 참석해서 글이 어떻고 평도 모자라, 글을 이렇게 써야
한다느니 하고 문인들을 상대로 가르치려 드는게 영 그렇더군요,
우리 협회 문인들을 낮춰 보는 듯 해서 직접 한마디 못한 게 기분이
영 찝찝 했답니다. ㅎㅎ		 1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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