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9-02-03 16:33

ㆍIP: 175.xxx.194

교보문고를 찾다(손주 1)

손주 1,
주말을 이용해 큰 손주와 교보 문고를 찾았다.

배고프던 시절을 겪어 본 대부분 한국인은 먹는 것에 대한 아픔이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그렇게 성장한 세대가 살기가 나아진 환경에서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제일 큰 사랑은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어봤으면 하던 어린 시절의 꿈이 응어리져 있기에 내 자식만큼은 그런 아픔을 안기고 싶지 않다는
강박관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돌아보니, 손주와의 외출도 대부분이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한 식도락 외출이 전부였다.

자식에게 베풀 사랑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들라 하면, 단연코 식도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여러 경험과 지식이 책이란 형태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고, 애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최상의 사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돼지나 소 열 마리 먹이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확신한다.
가만히 앉아서 전 세계 곳곳을 다녀 볼 수도 있고 물고기가 되거나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 볼 수도 있고
예술가가 되어 예술의 세계에 빠져 볼 수도 있다. 심지어는 죽어 볼 수도 있는 것이 책의 세계이다.

큰 손주는 학교에서 공부도 상위권이고 컴퓨터도 잘 다루는 똑똑한 아이이다.
하지만, 얘기하다 보면 아는 게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손주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될 예정)
옛 시절을 돌아보니, 어렵던 시절을 살았지만 책을 좋아하던 누나의 영향으로 정말 책을 많이 읽었고
책을 통한 다양한 지식의 습득으로 애치고는 아는 게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책을 가까이하게 된 동기가 누나였듯 애에게도 동기 유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우선 교보 문고에
데려가 책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손주의 손을 잡고 나들이에 나섰다.

교보문고를 가려면 피맛골을 지나야 한다.
옛 피맛골의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피맛골을 유래를 알려 주었고, 피맛골에 남아 있는 옛 흔적을
손주는 흥미 있게 살펴보기도 했다. 따듯한 손주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으며 행복한 생각을 했다.
이 녀석이 커서 오늘의 나들이를 기억하겠지, 역사적 흔적을 설명하던 할아버지도 떠 올리고,
갈빗집에서 갈비를 굽고 소주나 마시던 할아버지의 모습보다는 할아버지 덕에 책을 가까이하게
된 동기로 할아버지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교보 문고에는 괜찮은 식당도 있었다.
탕수육에 자장면도 먹이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였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을 보며 손주는 놀란듯하다. 좋아하는 동물 책을 한 권 사더니 읽느라 정신이 없다.
과학 도서나 역사 도서로 읽히고 싶은 책이 너무도 많았지만, 처음부터 좋은 책을 읽게 한다고 애를
압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경험으로 보면, 만화책에서 시작한 책 읽기가 어느 단계에 가면
만화가 시시하게 느껴져 더 어려운 책을 찾게 되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옛 어른들은 만화책을 못 보게 하는 것도 모자라 들키기라도 하면 사정없이 찢기도 해 원망도 많이 했다.
대게의 경우 빌려 온 책이기에)

교보 문고에 쌓여 있는 책을 보니 기가 죽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저 책 중에 몇 권이나 더 읽고 생을 마감하게 될까? 나이 들면 눈이 나빠져 책을
읽기도 어려우니 젊어서 더 많이 읽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손주에게 동기 유발을 주자고 한 교보 문고 나들이에서 초라한 존재를 탄식하게 되다니,

교보문고를 가다. 소운/박목철

손주 손을 잡고 나들이를 했다
겨울답지 않게
따사한 햇살이 살갑던 주말에,

길모퉁이에는
누더기 이불을 편 노숙인도 보였고
요란한 마이크 소리
감방에 간 대통령 석방하라는
태극기도 펄럭이고,

書臺에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여러 사연
돈 잘 버는 법, 공부 잘하는 법, 요리 잘하는 법까지
손주가 집어 든 책
-멸종된 동물의 싸움 순위-
존재도 하지 않는 동물
알아서 뭐 하려고?

大路를 메운 다툼의 아우성
길바닥에 너부러진 이불속의 露宿人
진열대를 메운 이기며 세상 사는 법
이걸 깨우치라고 안달을 떨다니,

북적이는 교보 문고에서
아이스크림의 달콤함 만이 현실인 녀석의 손을 잡았다.
손주의 손은 따뜻했다.

김상훈 2019-02-05 02:59	학창 시절(고교, 대학) 종로서적을 참 많이 다녔더랬습니다. 그때 느끼던 현실과는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여튼 어떤 목적이던간에 데모만은 동일하군요. 낙원상가를 들러 학생 용돈으론 아주 실컷 먹을 수 있었던 자장면집, 즐비했던 악기점과 인간 군상들...... 교보문고에 다녀오셨다고 하니 문득 제 기억이 인서트됩니다. - 손주의 손을 따뜻했다 - 에 유독 눈길이 갑니다. 저도 손자가 여섯이나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 누구하고든 서점에 들러본 적이 없어 면구스럽군요. ㅎㅎ 명절 잘 보내십시오.

정찬열

2019-02-05 14:13

항상 존경하는 소운 작기님
역시 존경할수 밖에 없는 훌륭하신 분입니다.

"소 열 마리 먹이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확신한다"
라고 올려주신 공감에글 을 보면서 저자신도
손주손녀 후세들에게 책을 사주는 기회를 갖고져
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또한 쉽지 가 않아서 말입니다.
붙잡지못한 세월에 구정을 보내고 나니 어언 한살의
나이가 업되는 명절입니다.

항상 건강 히고 새해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고
가내 건안과 축복이 함께하시길 기원 합니다.^*^


박목철	언제 뵈도 항상 기분이 좋은 정찬열 작가님, 어려운 신체 조건임에도 꿋꿋하신 모습이 늘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몸이 좀 불편하면 작가님을 떠 올립니다. 옴살하지 말자고, 겨울도 막바지 인듯 싶습니다. 남은 추위 잘 넘기시고 행복 만 가득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2/19 16:36

김경렬

2019-02-05 22:00

명절 연휴 잘 보내고 계시지요.
손주에게 좋은 추억을 심어 주셨네요.
그 교보 문고, 옛날 보다 많이 번화해 졌더이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광화문 광장도 거닐고 멋진 추억 여행을 시켜 주셨습니다.
두고두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손주는 할아버지 덕분에 행복한 하루였을 겁니다.
손주와의 추억 쌓기 여행,
제가슴도 훈훈해 집니다.
감사합니다.


박목철	김경렬 작가님 반갑습니다. 사실 해 주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내 마음같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손주에게는 싫은 말을 하기가 꺼려지지요, 고궁으로 역사탐방도 다니며 알려 주고 싶은 것은 많은데 요즘 애들 시간도 없습니다. 남은 겨울 건강히 보내시고 행복 만 가득하세요,	2/19 16:39

박상철

2019-02-06 22:45

시인님
향기롭게 지피신글 배람하고 갑니다.
새해가 시작되었는지 얼마 안 되었는것 같은대
벌써 설날이 지나가는 군요

시간은 짧고 글을 적을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
조급해지는 요즘입니다.
시상이 저절로 떠올랐으면 좋겟습니다.
멍하게 하늘을 보면 떠오르고
내리는 비를 보면 떠오르고
내리는 눈을 보면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영혼을 울릴 수 있는 시 한편을
쓰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고뇌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향필하세요


박목철	옛말에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문학에 열정이 남다르시니 좋은 글 많이 지으실 겁니다. 지나고 보니 글도 잘 써질 때가 있습니다. 시상이 떠 오를 때 놓치지 마시고 열심히 집필 하십시요, 박수로 응원하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2/19 16:42

소운放談(조직과 序列)

소운 放談(개 전용 우유?)